유엔사, 탈북어민 북송 왜 안 막았나..정전협정상 가능

박대로 2022. 7. 26.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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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유엔사, 민간인 북송으로 알고 진입 허용
강제 북송 사실 파악 후 뒤늦게 대응 시도
당시 文정부-유엔사 감정싸움 진행 상황
물리력 동원 시 한미 갈등 증폭됐을 듯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12일 통일부가 북한 어민 강제북송 관련 판문점 송환 사진 공개했다. 통일부는 통상 판문점에서 북한주민 송환시 기록 차원에서 사진을 촬영해 왔다. 이와 관련 오늘 국회 요구자료로 ‘19년 11월 발생한 북한어민 강제북송 당시 판문점을 통한 송환 사진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사진=통일부 제공) 2022.07.1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탈북 어민 북송 사건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비무장지대를 관할하는 유엔군 사령부(유엔사)가 북송을 왜 막지 않았는지에 이목이 쏠린다. 정전협정에 따르면 유엔사를 강제적인 북송을 막을 권한이 있다는 점에서 배경을 놓고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26일 국방부와 통일부에 따르면 2019년 11월7일 당시 탈북 어민 북송 과정에서 유엔사는 어민 2명과 경찰특공대의 비무장지대 진입을 허용했다.

국방부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국방부는 안보실로부터 '어민 2명에 대한 에스코트와 같은 송환 지원을 해줄 수 있느냐'는 요청을 받은 바 있었고 유엔사 측과 협의한 후에 '민간인이기 때문에 지원이 불가하다' 이렇게 입장을 전달했다"며 "이후에 통일부가 유엔사에 어민 북송을 위한 판문점 출입을 신청했고 유엔사가 이를 승인해서 판문점을 통한 송환이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통일부가 일반적인 주민 북한주민 북송을 함에 있어서 유엔사에 출입 신청을 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관례적으로 적십자 명의로 유엔사 앞으로 판문점 출입에 관한 협조 요청을 하게 된다"며 "통일부는 관련 양식에 필요한 정보를 기재해서 제출했다. 다만 그 양식에 추방이라든지 강제 북송이라든지 이런 사항은 명시가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방부와 통일부의 설명으로 미뤄볼 때 유엔사는 당일 민간인 북송이 이뤄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다만 유엔사가 해당 어민이 의사에 반해 북송된다는 점은 몰랐을 가능성이 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유엔사도 그걸 모르고 있다가 나중에 실제 진행되는 사안을 보면서 포승줄에 묶이고 안대가 채워지고 강제로 끌려가는 모습을 보고는 굉장히 당혹스러웠던 모양"이라고 말했다.

권 장관은 또 "과거에 있었던 일반적인 승인이 아니라 의사에 반해서 끌려가는 좀 이상한 내용이니까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서 우선 포승줄하고 안대 부분에 대해서 강력하게 항의해서 그건 나중에 바로 풀렸던 걸로 알고 있다"고 유엔사 대응을 설명했다.

유엔사가 당시 북송의 강제성을 사전에 파악했다면 애초에 판문점 진입을 막았을 수 있다.

정전협정 59항은 "본 정전협정이 효력을 발생하는 당시에 국제연합군 총사령관의 군사통제지역에 있는 자로서 1950년 6월24일에 본 정전협정에 확정된 군사분계선 이북에 거주한 전체 사민에 대하여서는 그들이 귀향하기를 원한다면 국제연합군 총사령관은 그들이 군사분계선 이북 지역에 돌아가는 것을 허용하며 협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일반 견학이 재개된 가운데 19일 경기 파주시 판문점에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2022.07.19. photo@newsis.com

이 조항 중 '귀향하기를 원한다면'이라는 문구가 송환의 강제성 여부를 판단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귀향하기를 원하지 않는데 강제로 북송되는 경우 정전협정에 따라 유엔사가 북송을 불허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유엔사는 왜 북송을 차단하지 않았을까. 정부가 북송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은 것이 유엔사가 미리 대응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 당시 유엔군 사령관인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은 평택 험프리스 기지에 있었고 이 때문에 판문점 상황을 실시간으로 통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는 문재인 정부와 유엔사가 정면 충돌하던 시기였다. 정부는 비무장지대에서 여러 행사를 열려고 했지만 당시 유엔사가 이를 거부하면서 양측이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2019년 8월9일 당시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비무장지대 안 유일한 민간인 거주지인 대성동 마을을 방문하려 했지만 유엔사가 동행 취재진 방문을 불허하면서 좌절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였다.

당시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유엔사가 월권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엔사가 남북 교류와 도로·철도 연결 사업에까지 관여하면서 남북 협력에 지장을 주고 있다는 게 비판의 요지였다. 진보 진영 일각에서는 유엔사를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에 유엔사는 '한국 정부가 규정에 따라 비무장지대 출입을 검토할 시간 여유도 주지 않고 급박하게 요청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한국 정부가 '군사적인 분야가 아니면 비무장지대 출입 때 굳이 유엔사의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식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유엔사는 불만을 표했었다.

이런 와중에 2019년 11월 탈북어민 북송 사건이 벌어진 셈이다. 기왕에 판문점 출입을 허용한 상황에서 유엔사가 어민 북송 과정의 강제성을 이유로 물리력을 행사했다면 한미 간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될 가능성이 있었다. 이 때문에 유엔사가 북송을 물리적으로 차단하지는 않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공감언론 뉴시스 da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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