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애써 짠 우유 쏟아버리는 농민들..낙농업계 집단 반발, 왜?

홍성욱 2022. 7. 26.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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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젖소를 키우는 낙농업 농민들이 전국 릴레이 집회를 열고 있습니다.

애써 짠 우유를 쏟아버리면서 정부 정책에 항의하고 있는데요.

낙농업 농민들, 왜 이렇게 화가 잔뜩 난 건지 취재기자 연결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홍성욱 기자!

어제(25일)는 강원도에서 집회가 있었죠? 농민들이 전국 릴레이 집회를 여는 이유가 뭘까요?

[기자]

네, 먼저 집회 영상부터 보시겠습니다.

어제 오전 강원도청 앞 광장입니다.

강원지역 낙농업 농민들 80여 명이 한곳에 모였습니다.

애써 짠 우유를 드럼통에 마구 쏟아버립니다.

지난 11일 충남을 시작으로 전북, 충북, 경북과 경남, 강원지역에서 집회를 벌였습니다.

그리고 내일(27일)은 전남지역에서 집회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농민들이 이렇게 화가 난 이유, 정부가 도입하기로 한 '용도별 원유 차등가격제' 때문입니다.

[앵커]

원유라고 하니까 기름 생각하시는 분도 있을 텐데요. 여기서 말하는 건 젖소에서 짜낸 우유를 말하는 거잖아요.

원유 차등가격제가 뭔가요?

[기자]

현재 원유 가격 책정은 생산비 연동제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낙농업계의 생산비 증가와 감소에 따라 가격을 정하는 건데요.

정부가 앞으로는 생산비 연동제 대신에 원유 차등 가격제를 도입하기로 한 겁니다.

차등 가격제, 쉽게 설명하면요.

우리가 마시는 우유,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멸균 처리를 한 뒤 그대로 마시는 우유, 그리고 치즈와 버터 등 유제품을 만드는 가공 우유입니다.

현재 농가가 납품을 할 때 이 두 종류 우유 가격 차이는 없습니다.

그러니까 우유를 만들어도 치즈를 만들어도 원유 가격은 같습니다.

원유 차등가격제는 마시는 우유보다 가공 우유의 가격 더 낮게 책정하겠다는 겁니다.

[앵커]

차등 가격제를 도입하려는 이유가 있을 텐데요. 뭔가요?

[기자]

가장 큰 이유는 마시는 우유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겁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저출산의 영향이 큽니다.

우유를 많이 마시는 아이들이 줄었기 때문입니다.

대신 치즈나 버터, 요거트 같은 우유 가공품이 많이 팔립니다.

다시 말해 마시는 우유 중심에서 가공유 중심으로 우유 소비 구조가 변했습니다.

하지만 국산 원유 가격은 마시는 우유 기준으로 높게 설정돼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마시는 우유와 가공 우유의 가격 차이가 없다고 앞서 말씀드렸는데요.

이 때문에 우유 가공업체는 저렴한 수입 가공 우유를 선호합니다.

정부는 차등 가격제를 도입해 가공 우유의 가격이라도 낮춰서 국산 우유의 소비를 늘리겠다는 계획입니다.

또 가공 우유의 비중을 단계적으로 높이겠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정부 취지는 이해가 되는데 농민들이 애써 짠 우유를 버려가며 반발하는 이유는 뭔가요?

[기자]

차등 가격제, 취지만 놓고 보면 좋습니다.

그런데 치솟는 사룟값에 애를 먹고 있는 농민들의 사정을 전부 고려하지 못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곡물 가격이 폭등했습니다.

사룟값도 마찬가집니다.

춘천에서 2대째 낙농업을 하는 윤동기 씨를 만나봤는데요.

7년 전과 비교해 원유값은 리터당 고작 7원이 올랐지만, 사룟값은 두 배 넘게 올랐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kg 당 300원 하던 수입 건초가 현재 600원 넘게 올라 생산비도 건질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공유로 분류해 가격을 더 낮추면, 낙농업계는 줄도산이 뻔하다며, 차등 가격제 철회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농민의 말 들어보시죠.

[윤동기 / 젖소 낙농업 : 생산비 자체가 (리터당) 800원, 900원을 넘어가는 시점에서 800원짜리 가공유를 판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거든요. 현실적으로 저희 입장에서는 그 금액으로 납품하는 것은 마이너스(손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앵커]

사룟값 폭등으로 낙농업계 농민들도 어려움이 크군요. 대책이 있을까요?

[기자]

정부는 낙농가 지원을 위해 다양한 대책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무엇보다 치솟은 사룟값 부담을 줄이기 위해 낙농 분야에 조사료 할당 관세 물량 20만 톤 추가 배정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추가로 저렴한 국내산 조사료 이용을 위한 지역별 유통센터를 구축하겠다고도 밝혔습니다.

또 가공유를 활용한 프리미엄 유제품 개발을 위한 연구도 지원할 방침입니다.

정부가 대책을 내놨지만, 생업이 걸린 낙농업 농민들 걱정이 큽니다.

무엇보다 차등가격제를 시행하면 수익이 줄어들 거라는 우려 때문입니다.

원유 납품 가격을 결정하는 원유 기본가격조정협상위원회가 다음 달 1일 열립니다.

하지만 낙농업계와 정부는 여전히 차등가격제 도입에 입장 차이가 큽니다.

낙농업계가 정부 안을 어떤 식으로 받아들일지도 현재로써는 알 수 없습니다.

특히 우유 납품 거부까지 거론하고 있어, 자칫 우윳값 폭등으로 이어지는 건 아닌지 소비자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강원취재본부에서 YTN 홍성욱입니다.

YTN 홍성욱 (hsw0504@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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