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겨울인데" 또 가스관 잠그는 러.. EU는 속내 '복잡'

김태훈 2022. 7. 26.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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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더우니까 천연가스의 소중함을 잘 모르겠지? 하지만 세월은 빠르고 곧 겨울이 온다.'

러시아가 유럽연합(EU) 회원국들로 가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더욱 세게 조이고 나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인 지난 2021년 EU 회원국이 소비한 전체 천연가스의 무려 40%가 러시아산이었다.

러시아, 그리고 가스프롬 측이 EU 회원국들을 곤란하게 만들기 위해 새빨간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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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에너지 무기화 말라" 외쳐도 소용없어
천연가스 공급 줄이는 푸틴 "내가 '차르'다"

‘요즘 더우니까 천연가스의 소중함을 잘 모르겠지? 하지만 세월은 빠르고 곧 겨울이 온다.’

러시아가 유럽연합(EU) 회원국들로 가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더욱 세게 조이고 나섰다. 당장 EU에선 “겨울이 오기 전에 가스 저장고를 충분히 채우려고 했는데 힘들 것 같다”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온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인 지난 2021년 EU 회원국이 소비한 전체 천연가스의 무려 40%가 러시아산이었다.
독일의 한 에너지기업 직원이 바이에른주(州) 천연가스 저장고 주변을 점검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러시아의 거대 에너지기업 가스프롬은 “기술적 이유”를 들어 26일부터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노르트스트림1’을 통해 유럽에 공급하는 천연가스량을 예전의 20%까지 줄인다고 발표했다. 노르트스트림1은 러시아에서 출발해 발트해 해저를 통해 독일까지 이어진 가스관이다.

서방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며 경제재재에 돌입하기 전 노르트스트림1을 통해 하루 1억6500만㎥의 천연가스가 유럽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앞으로는 그 20%에 해당하는 하루 3300만㎥의 물량만이 유럽으로 보내지는 것이다.

가스프롬은 “파이프라인을 정비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며 기술적 요인으로 인한 불가피한 물량 축소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서방에서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나라는 하나도 없다. 독일 정부 관계자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가스 공급을 줄여야 할 아무런 기술적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 그리고 가스프롬 측이 EU 회원국들을 곤란하게 만들기 위해 새빨간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서방의 경제제재에 직면하자 가스관을 잠갔다 조금 틀었다 하며 러시아산 가스에 의존하는 EU 국가들을 골탕먹이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하며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자연히 그 대안으로 천연가스를 찾는 이가 늘었는데, 정작 공급자는 가스관을 꽉 틀어쥔 채 소비자를 길들이려 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물론 미국과 EU가 한목소리로 러시아를 겨냥해 “에너지의 무기화를 즉각 중단하라”고 외치고 있으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요지부동’이다. 그러면서 에너지난에 허덕이는 아시아·아프리카·중남미 개발도상국들을 향해 “미국 등 서방의 러시아 제재 탓에 되레 애먼 나라들이 고생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제재를 풀면 러시아산 석유와 가스를 마음껏 구매할 수 있다”고 정치적 선전을 펼치는 중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세계일보 자료사진
전쟁이 장기화하면 곧 가을이 오고 금방 또 겨울이다. BBC는 “러시아산 가스 공급이 계속 줄어들면 EU 각국은 가스 사용량이 훨씬 더 많은 겨울에 대비해 필요한 물량을 보충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자칫 올겨울 사상 초유의 에너지 대란이 유럽을 덮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EU 회원국 경제 및 에너지 장관들이 모여 대(對)러시아 제재 수위를 한층 높이기 위한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도 일부 회원국 정부는 에너지의 원활한 수급 차원에서 제재 강화에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에너지를 무기 삼아 EU를 분열시키려는 푸틴의 전략이 먹혀들고 있는 셈이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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