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 매각설에 공매도 타깃된 관련주..우리기술투자‧비덴트 하루에 165만주 공매도

정해용 기자 2022. 7. 26.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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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FTX의 인수 추진설 나오자 비덴트 등 관련주 급등
공매도 물량도 함께 늘어
증권가, 인수 현실성에 대해선 의견 갈려

미국 가상자산거래소 FTX가 국내 2위 가상자산거래소인 빗썸 인수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일부 가상자산 관련주들의 공매도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하루 동안 우리기술투자(041190)와 비텐트의 공매도 물량은 160만주를 넘었다. 각각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통틀어 공매도가 가장 많이 된 종목 1위와 3위에 올랐다. 확정되지 않은 정보로 주가가 급등하자 투자자들이 주가 하락에 베팅한 것으로 분석된다.

샘 뱅크맨-프리드(Sam Bankman-Fried) FTX 최고 경영자 / 트위터·뉴스1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5일 우리기술투자는 93만7940주가 공매도 됐다. 이날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90만주 넘게 공매도 된 종목은 우리기술투자가 유일하다. 전 거래일인 22일 우리기술투자의 공매도 물량이 26만7788주였던 것을 고려하면 하루 만에 공매도량이 3.5배 늘어난 것이다. 우리기술투자는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의 지분을 7.4%(3월말 기준) 보유하고 있어 가상자산 관련주로 분류된다.

빗썸의 최대주주(지분율 10.22%‧3월 말 기준)인 비덴트 역시 이날 하루에만 71만9471주 공매도 되며 전체 시장에서 3번째로 공매도가 많이 이뤄졌다. 전 거래일인 22일 비덴트의 공매도량은 13만9386주였는데 5배 넘게 공매도가 늘었다. 25일에 우리기술투자와 비덴트의 공매도 거래량은 165만7411주에 달한다.

이날 시장에서 비덴트와 우리기술투자에 대한 공매도가 크게 는 것은 미국의 가상자산거래소인 FTX가 빗썸 인수를 추진한다는 소식으로 국내 가상자산 관련주 주가가 크게 올랐기 때문으로 보인다. 25일 우리기술투자는 전날보다 5.73%(340원) 오른 6270원까지 상승했고, 비덴트는 상한가(29.77%·2730원)인 1만1900원까지 올랐다. 현실성이 크지 않은 소식에 가상자산 관련주 주가가 움직이자 공매도 투자자들은 이런 종목들의 주가가 단기 과열 후 다시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FTX가 빗썸을 인수할 의지가 있는 것인지에 대해, 그리고 정말 인수한다고 해도 주인이 바뀌는 것이 큰 의미가 있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가 시장에 확산하면서 공매도가 늘어난 것”이라며 “결국 관련주 주가가 단기적으로 오르고 바로 하락할 것으로 본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22일(현지 시각) 블룸버그 통신은 “FTX가 빗썸을 사들이기 위해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FTX는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물리학과 수학을 전공한 샘 뱅크먼-프리드 최고경영자(CEO)가 창업한 가상자산거래소다. 포브스 집계 기준 그의 순자산은 205억 달러(26조8000억원)고 FTX의 시장가치는 320억 달러(약 42조원)로 평가된다. 이번 인수 보도와 관련 빗썸은 지난 25일 “확인된 내용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26일 비텐트는 “현재 미국 가상화폐 거래소 FTX가 빗썸코리아 및 빗썸홀딩스 출자증권의 처분을 위한 접촉 및 관련 협의를 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다만 아직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는 없어 추후 재공시하도록 하겠다”고 공시했다. 현재 언급되는 매각가는 4조원 안팎이다.

그래픽=이은현

금융투자업계에서는 FTX의 빗썸 인수 가능성에 대해 의견이 갈린다. 현실성이 희박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FTX가 지금처럼 가상자산 시장이 좋지 않을 때 싼 가격에 한국의 거래소를 인수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김기주 KPI투자자문 대표는 “4조원대의 인수 가격은 요즘 가상자산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비싸다는 평가가 많다”며 “빗썸이 과거에도 피인수 루머가 여러 번 있었고, 소송도 진행 중이라 이번에도 인수가 실제 이뤄질지는 알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인수 추진 소식만 믿고 관련 종목을 투자하는 것은 손실 위험이 있으니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편득현 NH투자증권 WM마스터즈 전문위원은 “한국이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 전체를 놓고 봐도 규모가 크고 수익성이 좋은 시장이어서 미국 거래소가 빗썸 인수를 추진하는 것은 가능성이 있는 일”이라며 “특히 지금처럼 가상자산 시장이 안 좋을 때 싼 가격에 인수하려는 시도가 있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관건은 빗썸의 매각 가격이고 빗썸과 최대주주인 비덴트도 지금까지 가상자산 거래로 큰돈을 벌었고 이번 매각이 성사돼 청산까지 하면 엄청난 수익을 볼 수도 있어 충분히 관련 종목들 주가에는 호재가 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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