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캐나다에 무슨 일이..' 교황이 사죄한 까닭은

전재욱 2022. 7. 26.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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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직접 찾아가 사죄한 캐나다 `원주민 아동 집단학살` 사건은 정부와 종교가 개입돼 자행된 비극으로 기록된다.

26일 캐나다 진실화해위원회(TRC) 조사 결과를 보면, 캐나다 정부는 1884~1996년 원주민 15만여 명을 기숙 학교에 이주시켰다.

기숙 학교는 캐나다 자치령의 행정 편의적 취지에서 도입한 측면이 있다.

교황이 지난 24일(현지시각) 캐나다를 방문해 사죄하기까지 5년2개월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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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서 19세기 후반부터 100년 넘게 지속한 원주민 학살
교육기관으로 이용된 종교시설서 '학대 자행'으로 희생
종교 책임론 불거지면서 가톨릭 최고 성직자 첫 사과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직접 찾아가 사죄한 캐나다 `원주민 아동 집단학살` 사건은 정부와 종교가 개입돼 자행된 비극으로 기록된다.

1885년 캐나다 브리티시콜롬비아에 있는 기숙학교에 입소한 원주민 학생 사진.(사진=캐나다 진실화해위원회)
26일 캐나다 진실화해위원회(TRC) 조사 결과를 보면, 캐나다 정부는 1884~1996년 원주민 15만여 명을 기숙 학교에 이주시켰다. 당시 갓 영국 자치령(1867년)으로 인정받은 캐나다가 정치·행정적으로 자치권을 행사하려면 내부 결속이 중요했다. 여러 원주민으로 구성된 소수 민족과 출신과 성분이 다른 이주민을 융합시키는 게 급선무였다.

기숙 학교는 캐나다 자치령의 행정 편의적 취지에서 도입한 측면이 있다. 문화·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려면 교육을 통일할 필요가 있었다. 특히 원주민 자녀에게 기독교 문화와 신문물을 주입하려면 부모로부터 격리하는 게 효율적이었다. 가족 간 유대를 단절해야 교육 효과가 빠르고 극대화하리라고 예상했다.

캐나다 자치령 눈에 들어온 것은 종교 시설이었다. 당시 주요 종교는 선교를 위해 각지에 퍼져 교육 시설을 운영하고 있었다. 시설을 이용하면 예산을 아끼는 동시에 조밀한 지역까지 접근해 교육 효과를 키울 수 있었다. 캐나다 자치령은 로마 가톨릭과 개신교, 성공회, 감리교, 장로교 등에 예산을 지원하고 교육을 위탁했다.

현실의 시설은 열악한 건물, 불량한 보건·위생, 빈약한 식단, 엄격한 규율, 원주민 고유문화 말살 등이 자행됐다. 특히 유년기 가족과 단절에서 발생하는 정서적 불안으로 아이들은 고통받았다. 정서적, 신체적, 성적 학대가 유약한 아이들을 상대로 자행됐다.

여태 기숙 학교에서 집계한 공식 사망자는 3201명이다. 당시 보건·의료 체계가 열악한 점을 고려하더라도 같은 또래 사망률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확인된 사망자가 이 정도라서 실제는 더 많으리라는 전망이 붙는다. 사망자 가운데 1200여구는 암매장 상태로 발견돼 추측에 힘을 더한다. 현재까지 실종자는 1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캐나다 정부는 2008년과 2017년 이 사건을 확인하고 사과했다. 2015년 진실화회위원회는 기숙 학교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을 문화적 집단학살(cultural genocide)로 결론 낸 보고서를 발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오른쪽)이 지난 24일 캐나다 에드먼턴 국제공항에 도착해 원주민 관계자의 손에 입을 맞추고 있다.(사진=로이터)
종교가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2017년 5월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공식 사과를 요청했다. 교황이 지난 24일(현지시각) 캐나다를 방문해 사죄하기까지 5년2개월이 걸렸다. 여태 가톨릭 교구 차원의 사죄는 있었지만 최고 성직자 교황이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재욱 (imfew@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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