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발명품 가져오자"..바이든, 격리 중에도 외친 '반도체법'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진으로 자가격리 와중에도 화상회의를 열고 현재 미 의회에 계류 중인 반도체법(Chips Act) 처리를 촉구했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AP통신·CN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 사우스코트 강당에서 진행된 화상회의에서 미국 내 반도체 제조 중요성을 강조하며 "의회는 이 법안(반도체법)을 가능한 한 빨리 통과시켜야 한다. (반도체는) 경제적으로 시급한 문제로, 이 법안은 반도체 생산을 위한 (우리의) 노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는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 캐슬린 힉스 국방부 장관, 브라이언 상무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등 고위 당국자를 비롯해 록히드마틴, 메드트로닉, 커민스 등 관련 업계 최고경영자(CEO)들도 참여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언급한 '반도체법'은 미국 내 반도체 생산 확대를 위한 보조금 520억달러(약 68조 2604억원)를 기업 등에 지원한다는 것이 골자다. 세부적으로 반도체 생산시설 신설 및 확장에 390억달러, 연구·개발(R&D) 110억달러, 교육·방위산업·미래혁신 20억달러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
또 향후 4년간 반도체 투자에 대한 25% 세액공제 혜택도 제공한다. 세액공제액은 240억달러로 추산됐다. 업계 내에선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미국 인텔, 대만 TSMC, 한국 삼성전자 등이 가장 큰 수혜를 입고, 글로벌 대표 반도체 기업들의 대미 투자가 한층 활발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 부족은 자동차 가격 상승의 주요 요인이고, 이는 현재 미국을 뒤흔들고 있는 높은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의 핵심 요소라며 반도체 생산력 확보의 중요성을 재차 언급했다. 그는 미국이 최첨단 반도체 생산을 위해 대만에 의존하고 있고, 중국도 미국보다 앞서 최첨단 반도체 제조에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지적하며 "미국은 반도체를 발명했다. 이제 (그 발명품을) 집으로 가져올 때"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해서라도 반도체 지원법안 통과가 이뤄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록히드마틴의 제임스 타이클릿 CEO도 "국가안보, 국방산업 기반, 항공우주 산업 전체를 위한 강력한 반도체 공급이 필수적"이라며 미국 반도체 산업 활성화가 국가안보와 긴밀하게 연결됐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무기 시스템에 넣는 부품이나 헬기 등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안전하게 하기 위해선 아무도 이것을 조작할 수 없게 해야 한다"며 "그러려면 모든 것이 미국에서 만들어져야 하고, 비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중국이 법안의 성립을 막기 위해 로비 활동을 반복하고 있다"며 법안 처리가 지연되면 미국이 반도체 경쟁에서 중국에 뒤처질 거란 불안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5번째 양자 대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고도 했다.
미국 정부는 앞서 첨단 반도체 기술과 장비를 국가 안보 품목으로 지정하고 중국 기업들의 접근을 막을 정도로 중국산 반도체가 국가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해 이번 반도체법에 미 정부 예산이나 세제 지원받을 경우 10년간 중국 등 우려 국가에 반도체 생산시설을 신설 또는 확대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다만 미국 반도체 업계가 법안에 관련 내용이 포함되는 것을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이 강조한 반도체법 법안 처리 일정은 당초 계획보다 지연될 상황이다. 앞서 상원은 25일 해당 법안 토론에 대한 종결 여부를 결정하는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기상악화 등으로 일부 위원의 투표 참여 불가로 투표 일정을 26일 오전 11시(한국시간 27일 자정)로 연기됐다.
토론 종결 여부 결정 투표에서 민주당이 60표 이상 확보하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없이 바로 최종 표결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상원은 26~27일을 최종 표결일로 잡았었다. 상원 투표가 마무리되면 이 법안은 하원으로 넘어가 심사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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