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치 16대 동시에 떴다… 육군 '최대 규모' 헬기 훈련 [르포]
공중강습작전 훈련에 치누크·블랙호크 등 총 30대 동원
(이천·양평=뉴스1) 허고운 기자 = 육군이 25일 '세계 최강' 공격헬기로 꼽히는 AH-64E '아파치 가디언'을 비롯한 헬기 30대를 동시에 띄워 가상의 적을 타격하는 훈련을 진행했다.
국방부 출입기자단은 이날 육군이 경기도 이천·양평 일대에서 실시한 대규모 항공작전 훈련을 참관했다. 이번 훈련엔 '아파치 가디언' 16대와 대형 기동헬기 CH-47D '치누크' 4대, 그리고 중형 기동헬기 UH-60P '블랙호크' 10대 등의 육군 항공 전력이 동원됐다.
훈련은 대규모 병력을 적진에 침투시키는 공중강습작전 상황을 가정해 진행됐다. 아파치 헬기 편대의 공중 엄호 속에 블랙호크·치누크 편대가 목표지점으로 신속하게 기동하는 시나리오에 따라 훈련 참가 장병들은 △집결·이동대기 △탑재 △공중기동 △착륙 △지상 작전 등의 순으로 임무를 수행했다.
'집결·이동대기' 단계에서 각종 헬기 30대가 2열로 활주로에 도열한 모습은 공군 전투기들의 '엘리펀트 워크' 훈련을 연상케 했다. 이들 헬기가 일제히 5~10m 상공에서 호버링(정지비행) 하며 출격 신호를 기다리는 모습을 보면서 조종사들의 숙달된 실력을 가늠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상공으로 날아오른 건 아파치 헬기 편대다. 아파치 8대에 이어 치누크·블랙호크가 기동을 시작했고, 다른 아파치 헬기 8대가 그 뒤를 따랐다. 공격력이 뛰어난 아파치가 적 주요지역을 먼저 탐색하다 필요시 공격을 수행하고, 후방에서도 아파치 헬기들이 치누크·블랙호크로 수송하는 병력·물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이날 훈련에선 적을 제압하는 아파치 헬기의 고급 기동 시연도 볼 수 있었다. 아파치 헬기는 빠른 속도로 날아오다 적 대공화기 조준을 피하기 위해 순식간에 솟구치는 '팝업 비행'했고, 또 측면으로 회피 기동한 뒤 다시 적에게 다가와 사격 준비 자세를 취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아파치 헬기 승무원들의 헬멧은 기체 전면부 아래 탑재된 기관포와도 연동된다. 목표물을 일일이 조준하지 않더라도 조종사가 바라보는 곳으로 총구가 향하는 방식이다. 이날 기동시연 중엔 실제 사격은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나 회피기동 뒤 순식간에 총구를 겨누고 날아오는 아파치 헬기를 보면서 아파치가 '전장의 사신(死神)'으로 불리는 이유를 실감할 수 있었다.
이어진 '화물공수' 훈련엔 치누크 헬기 2대가 투입돼 공중강습작전에 참가한 전력에 필요한 탄약·유류 등 14톤 이상의 물자를 공수했다. 치누크가 낮은 고도로 떠오르자 시작하자 주변에서 대기 중이던 병력이 뛰어와 공수할 물자를 와이어로 연결했고, 이후 치누크는 가뿐히 상승해 목표 지점으로 이동했다.
아파치가 왜 세계 최강 헬기로 불리는지는 사격훈련 현장을 보면서 확인할 수 있었다. 아파치는 산을 깎아 만든 표적을 향해 2.75인치(70㎜) 로켓 '히드라' 100발과 30㎜ 기관포 440발을 퍼부었다. 로켓과 기관포는 쏘는 족족 표적 한가운데를 명중했다. 아파치의 로켓과 기관포탄 닿은 곳은 이미 쑥대밭이 돼 있었다.
군 관계자들은 "아파치의 진정한 힘은 고급 기동과 결합한 사격에서 나온다"고 얘기한다. 아파치는 작전 수행시 로터 상부에 탑재된 레이더만 산 능선이나 건물 등 위로 내민 채 저공으로 비행하다가 순식간에 고도를 높여 사격한 뒤 다시 숨을 수 있다. 실제 전장에선 이 헬기를 발견하기도 전에 치명적인 타격을 받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아파치는 공대지미사일 AGM-114 '헬파이어'와 공대공미사일 AIM-92 '스팅어', AIM-9 '사이드와인더'도 장착할 수 있다. 또한 아파치의 레이더는 반경 8km 내의 지상 및 공중 표적 1000개를 탐지하고 이 가운데 256개를 추적, 16개를 동시에 공격할 수 있다.
군 당국에 따르면 이번 훈련은 아파치 헬기가 동원된 육군 항공전력 훈련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로 실시됐다. 육군은 최신 기종 아파치를 지난 2016년 도입했으나 북미·남북 정상회담이 있었던 2018년부터 한미 양국 군의 연합훈련 규모가 축소된 데다, 2020년부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의 여파로 계획된 훈련마저 축소 또는 취소되면서 그동안엔 훈련 기회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육군이 이번 훈련을 언론에 공개한 것은 '유사시 북한의 주요 거점을 아파치가 파괴하는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대북 경고 메시지로도 읽힌다. 북한은 올 들어 이달 11일까지 최소 21차례에 걸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비롯한 각종 탄도미사일 발사와 방사포(다연장로켓포) 사격 등 무력시위를 벌였다. 북한은 특히 제7차 핵실험 준비 또한 마친 상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육군은 '싸워서 이기는 군'을 목표로 이번과 같은 방식의 정례화할 뿐만 아니라 향후 미군과의 연합훈련도 검토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 관계자는 "필요한 경우 정식 훈련 명칭을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이번 훈련에 참가한 육군항공사령부 제1항공여단장 최재혁 대령은 "육군항공 전력은 신속한 기동력과 막강한 화력을 바탕으로 지상전 승리를 보장하기 위한 필수전력"이라며 "지금 당장 작전에 투입되더라도 적을 완벽히 압도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를 갖추기 위해 훈련 또 훈련에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또 제901항공대대 소속 아파치 조종사 송영일 준위는 "이번 대규모 항공작전이 국민들과 국가에게 군인들의 신뢰와 안정을 줄 수 있는 큰 계기로 다가갔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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