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치' 뜨자 수백m 산등성이 순식간에 초토화..사상 최대 육군항공작전훈련 재개 [르포]
文정부 시절 중단 된 FTX 尹정부서 부활
육군항공사,25일 군단급 규모 실기동 실시
아파치 등 헬기 34대, 인력 240여명 참가
로켓 150여발, 기관포 450발로 표적 격멸
北 7차 핵실험 위협 맞서 강력 대비태세 과시
‘쉐에엑~쉐에엑~콰과광!'
지난 25일 오후 경기도 양평의 육군 비승사격장에서 일순 우뢰와 같은 굉음과 함께 하늘에서 불벼락이 내렸다. 이윽고 산등성이 2개 사면에 걸쳐 좌우 수백m, 높이 수십여m 넓이로 펼쳐진 표적지가 순식간에 초토화됐다. 우리 육군항공사령부의 최강전력인 ‘아파치 공격헬기(AH-62E)’ 2대가 수초만에 60여발의 로켓탄을 퍼부은 것이다. 해당 사격은 적이 산악지형에 숨겨 놓은 다수의 대공미사일 등 방공무기들을 단숨에 섬멸하는 것을 가정해 이뤄졌다.
이날의 훈련은 평소 대대급 이하로 이뤄지던 소규모 항공기 사격시험이 아니었다. 육군이 약 2년만에 대규모로 실시한 ‘항공작전 실기동훈련(FTX)’이었다. 이번 FTX에는 공격·기동헬기 등 34대의 항공기와 240여명의 인력(육군 7군단 예하 강습대대원 40여명 포함)이 참여했다. 군단급 규모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훈련이 펼쳐진 것이다. 이는 우리 육군이 독자적으로 진행해온 국내 항공작전훈련 사상 최대 규모로 전해진다.
육군항공사 관계자는 이번 훈련 규모는 “기존 훈련 대비 약 3배 규모”라고 전했다. 아울러 “오늘은 (언론공개를 감안한 시연 성격의 훈련이어서) 강습부대원이 40여명만 참가했지만 실제 훈련에선 200명 이상의 강습병력을 포함해 총 400명대의 인원이 참가하는 규모”라고 덧붙였다.
이보형 육군항공사령관은 이날의 훈련에 대해 "이스라엘 특수부대가 우간다 엔테베 공항에 항공으로 침투해 피랍 승객과 승무원을 구출해낸 '엔테베 작전'과 비슷한 형태를 상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文정부서 중단한 훈련 尹정부서 재개
육군은 기존의 항공작전사령부를 지난해 12월 항공사령부로 재탄생시켰다. 그 이전까지는 매년 반기마다 1회 이상씩 합동 및 연합훈련 방식으로 대규모 항공작전 관련 FTX를 실시해왔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2020년 아파치 공격헬기 및 UH-60 블랙호크 등이 참가한 편대연합훈련을 마지막으로 대대급 이상의 FTX는 중단됐다. 훈련 중단의 공식 이유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이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문재인 정부가 남북 및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대규모 군사력 현시를 자제하려했던 측면도 고려됐을 것이라고 군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이렇게 중단됐던 훈련이 2년여만에 재개된 것은 문재인 정부 시절 축소·연기·폐지됐던 각종 대규모 실기동훈련들을 윤석열 정부가 올해 5월 출범후 복원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이 올해 들어 7차 핵실험 준비를 마치고 선제타격 가능성을 공공연히 시사하는 언행을 하고 있는 만큼 우리 군의 강력한 대비태세를 보여주어 북한의 도발 의지를 꺾으려는 우리 군의 의지도 작용했다.
이 같은 FTX는 내년에는 한층 더 확대될 전망이다. 육군 관계자는 “지난해 문재인 정부가 2022년도 국방예산을 편성하면서 우리 군의 각종 훈련예산을 대폭 줄여 놓은 바람에 올해 FTX를 더 대규모로 하고 싶어도 예산상 제약이 있다”며 “현 정부는 우리 군의 훈련과 대비태세를 정상적으로 복원하고 확충하겠다는 방침을 갖고 있는 만큼 내년도 국방예산에는 대규모 FTX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관련 예산이 충분히 반영될 것”이라고 전했다.
◆육군의 최강 헬기들 총출동···막강 화력 과시
이날 FTX는 경기도 이천기지에서의 대규모 기동·공수훈련 및 가상사격훈련과 양평 비승사격장에서의 공중 제압 실사격훈련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기동훈련은 먼저 아파치 등 공격 헬기들이 작전목표 지역으로 날아가 적의 전차, 병력, 장비 등을 수색·섬멸하고, 뒤이어 기동·수송헬기로 강습병력 등을 대규모로 싣고가 현장에 전개시키는 내용이다. 제압사격훈련은 공격헬기들이 산악지역을 이용해 저고도로 은밀하게 침투한 뒤 산의 후사면에 매복해 있는 적의 대공장비 등을 기습해 파괴하는 내용으로 진행됐다.
먼저 이천기지에선 육군항공사가 보유한 최상위급 기종 헬기 34대가 기동·공수훈련에 동원됐다. 구체적으로 보면 아파치 16대, UH-60P 블랙호크 기동헬기11대, CH-47D 치누크 수송헬기 4대였다. 이들 헬기가 이천기지 활주로에 일제히 도열해 이륙을 준비하는 모습은 장관 그 자체였다. 사격훈련에선 아파치에 장착된 30미리 기관포용 탄환이 무려 450여발이나 발사됐다. 해당 헬기는 2.75인치 로켓을 총 150여발 쏟아붓기도 했다.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액션영화의 대규모 전투장면조차도 이날의 육군 헬기들이 펼친 기동·사격훈련의 장관 앞에선 초라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아파치 6대가 한번 뜨면 적 1개 대대 섬멸
이날 선보인 육군항공사의 전력 중에서도 꽃은 단연 아파치였다. 우리 육군이 2016년부터 도입한 아파치는 최강의 지상 장비인 탱크를 잡는 사냥꾼이라고 불릴 만큼 강력한 화력을 갖추고 있다. 적 탱크를 정밀 타격하는 헬파이어 미사일, 광범위한 지역에 펼쳐진 적의 병력과 장비들을 대규모로 폭격할 수 있는 2.25인치 로켓포, 30mm구경의 기관포 등을 갖췄다.
이번 훈련에선 2.25인치 로켓포와 30mm 기관포 사격이 시연됐다. 해당 로켓포는 1발만으로도 반경 100㎡의 인명을 살상하고 장비를 완파시킬 수 있다. 이런 로켓포탄 수십발을 한번에 쏟아 낼 수 있는 것이 아파치의 장점 중 하나다. 또 다른 육군 관계자는 “화력적인 면에서 비유하면 아파치 헬기 1개 중대(아파치 6대)가 적의 1개 중대를 격멸할 수 있고, 아파치 헬기 1개 대대는 적의 1개 여단으로 격멸할 수 있다”고 전했다. 따라서 아파치 6대만 떠도 타격 지점 반경 수백m 이내에 산개한 적 병력 수백명, 기갑 장비 등 수십대가 산산조각 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90도 수직상승에서 180도 백턴까지···전투기 능가하는 비행력
실사격훈련에 앞서 이천기지에서 펼쳐진 기동·수송훈련 및 가상사격훈련도 장관이었다. 수십대 공격·기동헬기들이 일제히 활주로에 이륙한 뒤 3개 제대로 나뉘어 비행을 펼쳤다. 우선 아파치 공격헬기가 공중강습작전 지역 주변을 낮게는 최저 약 10여m 높이로 날며 적의 매복 여부를 살폈다. 이후 거의 70~90도에 가까운 각도로 기수를 올려 약 150m 상공까지 산능선을 따라 급상승(팝업 기동)하는 고난이도 비행을 선보였다. 급상승한 아파치는 조종사의 헬멧 시선 방향을 따라 자동으로 방향을 움직이는 기관포로 적을 제압했다. 또한 밀집한 적의 병력과 전차, 대공화기를 일시에 섬멸하기 위해 급강하 비행(다이브 기동)을 하면서 사격을 가하는 시연도 선보였다. 측후방에 갑자기 나타난 적을 발견후 공격하기 위해 고도를 높이며 180도로 선회하는 피치백턴 기술도 선보였다.
유사시 착륙지에서 대공화기로 격추를 노리는 적을 회피하기 위해 수직이착륙이 아니라 고정익 항공기처럼 활주로를 달려 착륙하는 롤링기동을 손보이기도 했다. 롤링기동시 활주로 착륙속도는 시속 180km에 달해 전투기에 버금갔다. 이밖에도 산악지형을 이용해 산능선 아래로 기체를 숨기는 언마스킹 기동 등 실제 전투에서 적의 공격을 피하면서 기습공격을 가할 수 있는 현란한 비행훈련이 펼쳐졌다.
이날 훈련에 참가한 최재혁 육군 제 1항공여단장(대령)은 “육군항공 전력은 신속한 기동력과 막강한 화력을 바탕으로 지상전의 승리를 보장하기 위한 필수전력”이라며 “지금 당장 작전에 투입되더라도 적을 완벽히 압도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를 갖추기 위해 훈련 또 훈련에 전념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날 아파치 헬기를 조종한 송영일 901항공대대 준위는 “이번 대규모 항공작전을 통해서 국민들에게 국가에게 군인들의 신뢰와 안정을 줄수있는 큰 계기로 다가갔을 것이라 믿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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