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각 솟구치고 급강하하며 기관포..육군, 아파치 동원 최대훈련
아파치 16대에 블랙호크 13대, 치누크 등 총 34대 투입해 기동·사격
(이천·양평=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가상의 적이 장악한 비행장을 확보하는 육군의 항공 침투작전.
선두에서 적진을 향하던 육군항공사령부 소속 아파치 가디언(AH-64E) 공격헬기가 갑작스럽게 로켓포를 든 적을 발견했다.
아파치는 기수를 지면에서 거의 90도 각도로 틀어 수 초 만에 150m가 넘게 치솟으며 적의 공격을 피하고는 다시 급강하 기동을 펼치며 30㎜ 기관포를 '두두두두~' 연사했다.
적 세력의 위치를 파악한 다른 아파치 헬기는 적이 혼란에 빠진 틈을 놓치지 않고 1.2㎞ 밖에서 벼락같은 굉음으로 대기를 가르는 2.75인치 로켓을 발사해 적의 화력을 제압했다.
아파치 헬기의 엄호를 받으며 뒤따라 출격한 블랙호크(UH-60P)와 치누크(CH-47D) 헬기는 강습부대원 400명을 공항에 침투시켰다. 헬기에서 쏟아져 나온 병력은 적의 작전 거점인 비행장을 성공적으로 확보했다.
육군은 25일 경기도 이천 기지와 양평의 비승사격장 일대에서 진행한 대규모 항공작전 훈련에서 막강한 항공 전력을 과시했다.
항공작전으로 적진에 병력을 침투시켜 일대를 확보하는 시나리오를 가정해 펼쳐진 훈련에는 아파치 가디언 16대, 블랙호크 13대, 치누크 5대 등 헬기 총 34대(지휘기, 취재기, 산불진화조 포함)가 투입됐다. 이런 대규모의 육군 항공훈련은 처음이다.
공중기동훈련에서 아파치 공격헬기는 가상의 적 제압에 2.75인치 로켓 150여 발과 30㎜ 기관포 450여 발을 표적에 쏟아부었다.
이보형 육군항공사령관은 이번 훈련에 대해 "이스라엘 특수부대가 우간다 엔테베 공항에 항공으로 침투해 피랍 승객과 승무원을 구출해낸 '엔테베 작전'과 비슷한 형태를 상상하면 된다"고 소개했다.
아파치 공격헬기가 먼저 침투해 위협 요소를 식별하고 제압하면 기동헬기 블랙호크와 치누크가 병력과 물자를 이동시키고, 치누크가 전방 재무장과 급유를 위한 화물을 수송하는 역할을 연습했다.
이 과정에서 아파치 헬기는 급상승(팝업), 급강하(다이브), 활주 착륙 등 항공기 생존확률을 높이는 다양한 전술기동을 선뵀다.
아파치 '고(高)기동' 시범은 이날 언론에 처음 공개됐다. 기수를 완전히 하늘로 향한 채 급상승했다가 곧바로 급강하하며 기동하는 장면에서는 지켜보던 취재진의 고개가 젖혀지며 동시에 '와'하는 탄성이 쏟아졌다.
그에 앞서 이천 기지 활주로에 헬기 30대가 늘어선 채 동시에 지상 10~20m 높이로 떠올랐다 내리기를 반복하며 주변에 돌풍을 일으키는 모습은 전투기 '엘리펀트 워크(지상 활주)'와 비슷한 장관을 연출했다.
육군에 따르면 이날 훈련은 육군항공의 핵심전력인 아파치 공격헬기가 동원된 실기동 훈련으로는 최대 규모로 진행됐다.
이 사령관은 "항공전력은 대규모로, 집중적으로 운용됐을 때 적에게 심리적 마비를 일으키고 전세를 역전하는 결정적 전력이 될 수 있다"며 "효과적인 대규모 항공작전을 펼치려면 이러한 집중적 훈련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년여 동안은 코로나19 등으로 훈련에 상당한 제약이 따랐다고 한다.
훈련을 주관한 1항공여단장 최재혁 대령은 취재진에 "육군항공 전력은 신속한 기동력과 막강한 화력을 바탕으로 지상전 승리를 보장하기 위한 필수전력"이라며 "지금 당장 적진에 투입되더라도 적을 완벽히 압도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를 갖추기 위해 훈련, 또 훈련에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육군이 보유한 헬기는 총 600여 대이며 이날 훈련이 진행된 항공사령부에는 대형 공격헬기 200여 대를 운용하고 있다.
이 사령관은 "육군항공은 앞으로 첨단화하고 고기동화하기 위해 성능개량, 차세대 고기동 헬기 도입, 유·무인 복합체계 실현, 대형공격헬기 2차사업 등 여러 가지 전력증강사업을 계획하고 있다"며 "이러한 것들이 미래 지상군의 핵심기동전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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