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 치료 까다로운 '악성 위암' 잡을 기술 개발

이정호 기자 2022. 7. 2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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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위암환자 527명 유전자 분석 통해 돌파구 찾아
국내 연구진이 유전자를 이용해 악성 유형의 위암을 치료할 기초 기술을 개발했다. 사진은 연구를 주도한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원미선 박사(왼쪽)와 김보경 박사. 생명공학연구원 제공
위암은 암세포가 덩어리 형태로 자라는 ‘장형’과 뿔뿔이 흩어져 위점막 아래에서 자라는 ‘미만형’으로 구분된다. 의학계에선 예후가 좋지 않은 미만형과 ‘줄기성 위암’을 비슷한 의미로 보는데, 이번에 연구진이 발견한 유전학적 원리를 이용하면 줄기성 위암 등 특정 위암 유형에 딱 맞는 표적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자료 :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내 연구진이 위암 중에서도 조기진단이 어렵고 치료도 특히 까다로운 ‘미만형 위암’을 치료할 새로운 방법을 유전자 분석을 통해 발견했다.

위암은 조직학적인 유형에 따라 ‘장형’과 ‘미만형’으로 구분한다. 장형은 암세포가 찰흙처럼 한 데 모여 덩어리 형태로 자란다. 반면 미만형은 암세포가 모래처럼 잘게 흩어져 위점막 아래로 파고들어 넓게 퍼져 자란다.

이 때문에 미만형 위암은 내시경으로 조기 진단하기가 어렵고 예후도 나쁘다. 국내 위암 환자의 약 40%가 미만형 위암이다. 현재는 미만형 위암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만한 뚜렷한 방법이 없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김보경·원미선 박사팀은 연세대 의대 정재호 교수팀과 함께 미만형 위암을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유전자의 작동 원리를 분석해 규명했다고 26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익스페리멘탈 앤드 클리니컬 캔서 리서치’ 최신호에 실렸다.

2020년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따르면 위암은 국내 전체 암 발생에서 가장 높은 비중(12%)을 차지한다. 사망률은 폐암과 간암, 대장암에 이어 4번째다. 한국인이 많이 걸리고, 사망하는 일도 잦은 암이다.

연구진은 국내 위암 환자 527명에 대한 유전자 분석을 통해 돌파구를 찾았다.

의학계에서 미만형 위암과 같은 유형으로 분류하는 ‘줄기성 위암’에서 특히 강하게 발현하는 유전자인 ‘SYT11’을 찾은 것이다. 지금까지 SYT11은 파킨슨병에 관여하는 유전자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연구진 분석을 통해 이 유전자가 미만형 위암에도 연계돼 있다는 점이 새롭게 밝혀졌다.

장형 위암 환자보다 미만형 위암 환자에게서 SYT11 유전자가 많이 발현되고, 발현되는 정도가 강할수록 생존율도 떨어진다는 점이 발견된 것이다.

연구진은 향후 SYT11의 힘을 약화하는 약물이 만들어진다면 효과적인 위암 치료제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진은 SYT11의 발현을 줄였더니 암 전이가 억제된다는 사실을 실험용 쥐를 통해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번 분석을 정리해 국내 바이오 기업에 기술 이전할 계획이다.

김보경 박사는 “현재 표적치료제가 없고 사망 위험도 높은 미만형 위암을 치료하려면 어디를 목표로 삼아야 하는지 규명한 연구”라며 “향후 SYT11의 힘을 떨어뜨리는 약물(저해제)이 맞춤형 위암 치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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