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아프리카서 식량난 책임 회피 외교전..우크라 "사디즘의 정수"
외신 "아프리카 지도자들, 제재 거부 이어 러 의견에 동조"
우크라 "러 공격에도 곡물 수출 준비..수일내 첫 선박 기대"
러, 외교전 펼치며 추가 공격 시사..합의 불이행 우려 여전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러시아가 아프리카에서 식량난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식량에 크게 의존하는 아프리카 국가들을 상대로 전쟁 책임을 서방 국가들 탓으로 돌리며 적극적으로 정보전을 펼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가디언, CNN방송 등에 따르면 이집트·콩고공화국·우간다·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 4개국 순방에 나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두 번째 순방 국가인 콩고공화국에서 우크라이나 오데사항에 대한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은 “항구의 곡물 터미널과 멀리 떨어져 있는 군사 목표를 공격한 것이다.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지난 22일 유엔과 튀르키예(터키)의 중재 하에 흑해 항구에서 곡물 수출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러시아는 하루가 지나지 않아 오데사항에 미사일을 발사해 우크라이나와 국제사회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는데, 라브로프 장관은 곡물 수출 합의와는 무관한 정당한 공격이었다고 주장한 것이다.
라브로프 장관은 전날 이집트에서는 “우크라이나인들이 영해를 깨끗이 청소하고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선박이 그곳에서 떠날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이라며 “공해를 통과하는 동안 러시아와 터키는 해군과 함께 (우크라이나 선박의) 안전을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역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재개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가디언은 “비난과 책임에서 회피하기 위한 러시아의 홍보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라브로프 장관이 순방하는 4개국은 모두 러시아와 우크리아나 식량에 크게 의존하는 국가들이다. 이중 이집트는 세계 최대 밀 수입국으로 1억명을 먹여살릴 수 있는 식량을 두 국가에 의존하고 있다.
겉으로만 보면 러시아의 전략이 어느 정도 먹혀들고 있는 모양새다. 가디언에 따르면 많은 아프리카 지도자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기를 거부한데 이어, 라브로프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야기했다거나 종전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라브로프 장관은 순방 대상 4개국 언론에 기고한 칼럼에서 아프리카 국가들이 서방의 대(對)러시아 제재 대열에 합류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추켜세웠다. 그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라는 전례 없는 서방의 압력을 받고 있다. 우리는 우크라이나와 그 주변 상황을 고려해 독립적인 길을 선택한 아프리카의 입장에 감사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은 라브로프 장관의 아프리카 순방에 대해 “한 쪽에선 이스탄불 협정에 서명하고 다른 한 쪽에선 오데사항을 공격했다”며 “사디즘의 정수”라고 맹비난했다.
한편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에도 곡물 수출 재개를 기대하고 있다. 로만 레셴코 우크라이나 농업식품부 장관은 이날 “앞으로 2주 안에 오데사를 포함한 3개의 우크라이나 항구가 곡물을 수출할 준비가 될 것”이라며 “러시아의 공격에도 이번 주 초르노모르스크 항구에서 첫 호송대가 출발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터키 역시 첫 선적이 최대한 빨리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재개 결정을 환영했고, 유엔은 전날 협정 당사국들로부터 합의 이행에 대한 약속을 재확인했다며 수일내 첫 선박이 이동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여전히 일각에선 러시아가 합의를 이행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항구에 대한 추가 공격 가능성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지난 22일 체결된 흑해 곡물 수출 재개 협정에서 러시아의 특수군사작전을 금지하는 내용은 없었다”며 “러시아 함대에 위협이 되는 우크라이나의 전함이나 대함미사일 탄약고는 공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방성훈 (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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