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해 곡물수송선 곧 출항할 듯..러, '정권 전복' 전쟁은 계속

신기섭 2022. 7. 26.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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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우크라 침공]러시아군, 23일 이후 추가 항구 공격 없어
러 외무 "우크라 정권 제거, 지원할 것"
돈바스 주민들, 위험 무릅쓰고 돌아오기 시작
전쟁을 피해 우크라이나 서부로 대피했던 동부 돈바스 주민들이 정착하지 못하고 돌아오는 가운데 이 지역 주요 도시인 크라마토르스크에서 주민들이 폭격으로 파괴된 건물을 둘러보고 있다. 크라마토르스크/EPA 연합뉴스

러시아군이 지난 23일(현지시각) 이후 우크라이나 흑해 항구 지역을 추가로 공격하지 않은 가운데 이번주 중으로 우크라이나의 해상 곡물 수출이 재개될 전망이다. 하지만, 러시아 외교장관이 우크라이나 침공 목표가 ‘정권 교체’라고 밝히면서 곡물 수출 합의가 휴전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흑해 곡물 수출 방안 합의를 이끌어낸 유엔의 파르한 하크 부대변인은 25일 “(곡물 수출 합의) 당사자 모두가 합의 이행을 재확인했다”며 “며칠 안으로 첫번째 곡물 수송선이 출항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크 부대변인은 곡물 수송선을 감독할 ‘공동 조정센터’가 27일 튀르키예(터키) 이스탄불의 국방대학에 설치될 것이라며 “공동 조정센터가 조만간 해운업계와 연락하면서 세부 운항 절차를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렉산드르 쿠브라코우 우크라이나 기반시설부 장관도 이날 조만간 곡물 수출이 재개될 것이라고 확인하고 곡물 수출량에는 제한이 없다고 밝혔다. 유리 바스코우 차관은 “24시간 안에 곡물 수출 재개 준비를 마칠 것으로 생각한다”며 “초르노모르스크 항구가 첫 수출 항구로 거론되고 있으며 이어 오데사와 유즈네가 곡물 수출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지난 22일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를 통해 흑해 연안을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과 러시아 곡물·비료 수출 재개 방안에 합의했다. 하지만 이튿날 러시아가 곡물 수출항인 오데사의 항구 시설에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곡물 수출 재개가 불투명해졌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이 막히면서 현재 2000만t에 이르는 곡물이 창고에 쌓여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이날 아프리카 콩고공화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곡물 합의에는 군사 시설에 대한 공격 중단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지난 23일의 미사일 공격은 우크라이나 전함과 미국 등이 제공한 대함 미사일 무기고를 목표로 한 것이었다고 거듭 주장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앞서 전날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아랍연맹 정상회의’에선 러시아의 전쟁 목표가 우크라이나 정권 교체라고 밝혀, 곡물 수출 합의와 무관하게 전쟁을 계속할 뜻을 드러냈다. 그는 “우리는 용납할 수 없는 정권의 부담에서 우크라이나 동부 주민이 해방되는 걸 도울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주민의 뜻에 반하고 반역사적인 정권을 제거하는 것도 확실히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전쟁 초기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근처로 진격하면서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정부를 제거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고 주장했었다. <에이피>는 이를 두고 당시와 대조되는 강경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주요 전장인 동부 도네츠크주의 전투가 소강 상태에 접어든 가운데 다른 지역으로 피란했다가 정착하지 못한 주민들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고 있다. <에이피>는 도네츠크주 주요 도시인 크라마토르스크의 주민이 전쟁 전 20만명에서 한 때 5만명까지 줄었으나 최근 6만8천명으로 다시 늘었다고 전했다. 최근 이 지역 주민이 다시 늘고 있는 것은 다른 지역으로 대피했던 주민들이 돈이 떨어지고 생계가 막막해지자 위험을 무릅쓰고 돌아오기 때문이다.

통신은 최근 1만명 이상의 주민이 도네츠크로 다시 돌아왔다면서 이 지역 주민 안나 프로첸코(35)의 사연을 소개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서부에서 정착을 시도했다가 돌아온 지 이틀 만인 지난 16일 미사일 공격에 희생됐다. 프로첸코의 친구인 아나스타샤 루사노바는 “다른 곳에서는 우리를 고용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계속 집세는 내야 했다”며 “우리는 갈 곳이 없지만 도네츠크에서는 모든 게 우리 것이다”라고 말했다. 식당에서 일하며 가족 생계를 책임져온 카리나 스물스카(18)는 “누가 우리를 돌봐주겠냐?”고 반문했고, 타라마 마르코바(82)는 정부의 지원이 없는 상황이라며 “옛 소련 시절이 더 살기 쉬웠다”고 말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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