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과 설전서 체면 구긴 박범계 "답답하다" 토로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설전을 벌이고 있는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SBS 방송화면>

윤석열 정부의 첫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설전을 벌인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6일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박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대정부 질의를 마친 소감이 어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서로 자기의 논리와 법리를 고집하니까 토론이 안 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참 막무가내"라며 "그쪽(한동훈 법무부 장관)에서는 또 제 생각하고 다르다고 하니 어쩔 수 없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명백한 법에 나오는 것도 인정하지 않고 자기 프레임으로 강력하게 주장해서 토론이 안 됐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 의원은 '전임 문재인 정부하고 비교를 하거나 박 의원의 재직 시절과 비교를 하는 화법에 대해 어떻게 느꼈느냐'는 질문에는 "이명박 정부 때부터 저쪽(보수 정부)의 특기"라며 "(한 장관이) 그것을 일찍 배웠다"고 답했다.

박 의원은 그러면서 인사정보 관리단 설치를 윤석열 정부의 '법치농단'으로 평가했다. 인사정보관리단 문제는 지난 25일 대정부 질문에서 한 장관과 설전을 벌인 사안이다. 특히 박 의원과 한 장관은 이날 정부조직법에 나온 문구인 '일부 위임'의 해석 문제를 두고도 입장차를 극명히 드러냈다.

박 의원은 "한 장관이 정당한 규정없이 대법관, 헌법재판관, 국무총리, 대통령 수석실에 대한 인사검증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 주장한 반면,한 장관은 "법제처의 판단을 받은 뒤 대통령이 임명하는 직에 관해 동의를 받은 뒤 1차 검증을 하는 것이며 과거 민정수석실에서 하던 절차와 동일하다"고 맞섰다.

박 의원은 이날 한 장관의 주장을 적극 재반박했다. 그는 다시 "정부조직법에 근거가 없다"며 "법무부는 예전 대통령 민정수석실 얘기하던데 대통령 비서실에 대한 근거가 정부조직법에는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인사혁신처장에게 부여돼 있는 인사권한을 전부 위임하도록 돼 있지 않다"며 "정부조직법에는 일부 위임하도록 돼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한 장관과 법무부가 위임받은 것은 사실상 전부 위임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검찰 인사와 관련해서도 다시 재반박했다. 그는 '한 장관은 검찰의 의견을 충분히 들었다고 항변하던데 어떻게 봐야 하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는 성격 자체가 다르다"고 답변했다.

이어 "협의는 검찰총장과 협의하도록 돼 있지 대행과 협의하도록 돼 있지 않다"며 "제 법리 해석은 그렇다"고 덧붙였다.

또 "제가 자문한 여러 고명한 변호사들도 그런 생각이었는데 한 장관은 아니라고 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더 중요한 것은 검찰공화국에서 검사장 출신의 한동훈 장관 원톱과 지금 대검 차장하는 직무 대행하는 분 서로 같은 코드인데 그게 무슨 협의냐"며 "(한 장관이 어제) 저보고 패싱 얘기하는 데 저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 두 번에 걸쳐서 각 2시간씩 4시간 협의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당시 윤 총장과 인사 의견도 달랐다고 밝혔다. 그는 '어떻게 조정이 됐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협의기 때문에 아마 한 장관 입장에서는 '(윤 총장의 얘기를)안 들어준 거 아니냐'는 얘기를 하고, 자신은 검찰들의 의견을 다 들어줬다 얘기하는 데, 사실 다 들어줄 필요가 없다"며 "왜냐면 자기 생각하고 같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체적으로 대통령부터 시작해서 원톱 한동훈 장관, 그 뒤에 지금 사실상 총장을 보좌하는 검사장급 부장들도 다 한동훈 장관이 다 지금 인사권을 행사한 것"이라며 "다음 총장이 와도 다른 색깔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한 장관이 전날 '구체적 사건에 대해 수사 지휘를 하지 않는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재반박했다. 박 의원은 "눈빛만 봐도 다 알 수 있는 관계이며, 대통령이 어디에 관심을 두고 있는지 다 알 수 있다"며 "다 알고서 코드를 맞추는 데 수사지휘를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 25일 열린 대정부 질문에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법무부 장관이었던 박 의원과 윤석열 대통령의 복심인 한 장관의 격돌이 화제가 됐다. 박 의원은 한 장관을 세 차례 불러 세우며 공직자 인사검증 문제와 검찰 인사, 수사 문제 등을 따져 물었고, 한 장관은 박 의원의 법무부 장관 시절 '검찰총장 패싱' 의혹 등을 거론하며 맞받아졌다. 이 때 박 의원은 말문이 막혀 순간 정적이 흐르기도 했다.

전·현직 법무부 장관 사이 설전에서 사실상 한 장관이 승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날 "박 장관의 참패"라며 "너무 흥분을 했고 논리에서 밀렸다"고 말했다. 특히 "논리에서 밀린 이유는 합의된 어떤 사실을 갖고 공격을 한 게 아니라 프레임을 걸었기 때문"이라며 "'왕'이라는 정치적 프레임을 가져가려다보니 논리적으로 허점이 많았고, 이게 자근자근 반박을 받았다"고 설명했다.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