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기독교인이 저지른 악에 용서 구한다"..원주민 "50년 기다렸다"

김서영 기자 2022. 7. 26.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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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25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에드먼튼에 있는 교회에서 대중과 인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캐나다를 방문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25일(현지시간) 과거 교회가 원주민들에게 저지른 악행을 사과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날 캐나다 앨버타주 매스쿼치스 소재 옛 기숙학교 부지를 방문해 “많은 기독교인이 원주민을 상대로 저지른 악에 대해 겸허하게 용서를 구한다”고 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교황은 이 발언이 “모든 원주민 공동체와 개인을 향한 것”이라며 지난 4월 바티칸에서 원주민 대표에게 사과한 뒤에도 부끄러움이 계속 남아 있었다고 밝혔다.

교황은 “많은 기독교인이 원주민을 탄압한 열강의 식민화 사고방식을 지지한 것에 깊은 유감을 느낀다.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교회와 종교 공동체가 당시 정부가 고취한 문화적 파괴, 강요된 동화 정책에 협조한 방식에 대해 용서를 구한다”고 밝혔다.

기숙학교 피해자 유가족이 25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에드먼튼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기다리며 어머니의 사진을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캐나다에서는 지난해 5월부터 원주민 기숙학교 부지 3곳에서 1200구 이상의 원주민 아동 유해가 발견됐다. 이들 기숙학교는 19세기 초중반 캐나다 정부가 원주민을 백인 사회에 동화시키기 위해 설립한 것으로, 대부분 가톨릭 교회가 위탁 운영했다. 그러면서 아동을 부모로부터 떼어놓은 뒤 신체적·성적·정신적 학대를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원주민 언어를 비롯해 문화와 공동체를 파괴하는 무기로 기독교를 이용했다. 캐나다 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전국 139개 학교에 총 15만여명의 원주민 아동이 강제 수용된 것으로 추산된다.

기숙학교 학대의 생존자들은 그동안 교황에 사과를 요구해왔다. 교황은 “기숙학교를 포함한 동화와 해방 정책이 이 땅의 사람들에게 얼마나 파괴적이었는지를 기억하는 일은 필요하다”며 “내가 이것을 인식할 수 있게 해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또한 추가 조사를 희망하며, 생존자들이 치유와 화해를 위한 여정에 나설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원주민회의(CAP)는 이날 성명을 내고 “기숙학교가 세대를 이어 원주민에게 끼친 악몽을 인식하고 화해하기 위한 중요한 첫 단계”라면서 “이 역사적 사과가 원주민 사회의 깊은 문화와 전통을 되찾을 수 있도록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1970년대 초 기숙학교에 수용됐던 한 여성 활동가는 “50년간 이 사과를 기다렸다”며 “마침내 오늘 듣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기숙학교에 수용됐던 많은 가족과 친구, 마을 사람들이 트라우마로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알코올 중독 등에 시달렸다며 “착잡한 심경”이라고 말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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