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서방과 틀어지자 아프리카 영향력 확대에 집중"

박상현 2022. 7. 26.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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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보도..채무·권위주의 고리로 '아프리카 뿔' 공략
"분쟁조정 맡아 체제 이식..'부채함정' 비판 의식해 채무조정"
아프리카 국기 손에 든 중국 어린이들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중국이 미국, 유럽과 관계가 나빠지자 '외교'와 '경제'라는 두 가지 카드로 자원이 풍부한 아프리카 대륙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국과 서방을 중심으로 한 민주주의 진영과 중국, 러시아, 이란 등 반서방 진영의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중국이 아프리카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고려해 채무와 권위주의 국가라는 고리로 유대관계를 심화해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구상한 일대일로(一帶一路, 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정책으로 아프리카에서 이미 영향력을 어느 정도 키운 중국이 특별히 공을 들이고 있는 지역은 동부다. 이곳은 코뿔소의 뿔처럼 튀어나와 있어서 '아프리카의 뿔'로 불리는 땅을 포함한다.

중국은 아프리카와 아라비아반도 사이에 있는 좁은 바다인 홍해의 길목에 위치한 지부티에 해군 기지를 건설해 2017년부터 운영 중이다.

지부티를 기점으로 남쪽에 인접한 에티오피아부터 구리 광산이 많은 잠비아까지가 중국이 집중적으로 접근하는 나라들이다.

중국은 일대일로 정책을 통해 아프리카에 고속도로, 수력발전소, 고층빌딩을 건설했고, 중국 기업들은 리튬 등 자원 확보를 위해 아프리카 개발에 뛰어든 상태다.

지난해 아프리카와 중국의 교역량은 2천500억 달러(약 328조원)로, 아프리카와 미국 교역량 643억 달러(약 84조원)의 4배 수준이었다.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에서 아프리카 지역을 연구하는 무리티 무티가는 NYT에 "미국이 중심축을 아시아로 옮겨가면서 아프리카에서 영향력이 줄어들었다"며 "중국은 아프리카의 중요한 경제 파트너"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프리카가 중국에 의존해 대규모 토목 사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채무가 급격하게 증가했다는 지적이 서방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제기됐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이러한 견해를 염두에 둔 듯 지난해 11월 아프리카 순방 중에 아프리카가 '부채 함정'에 빠졌으며, 미국은 지속 가능하지 않은 수준의 채무를 부과하지 않으면서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6월 에티오피아에서 열린 지역 평화 콘퍼런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이에 대응해 중국은 분쟁을 능숙하게 조정하는 리더십을 발휘하고, 채무를 연기하거나 부담을 줄여주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1월 아프리카를 방문해 중국이 아프리카 국가들의 내분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겠다는 메시지를 전했고, 파푸아뉴기니 주재 중국 대사 출신인 쉐빙을 아프리카의 뿔 지역 특사로 파견했다.

쉐빙 특사는 6월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열린 지역 평화 콘퍼런스에서 "이 지역 국가들의 뜻에 기초해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중재 노력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중국은 일당 독재체제의 장점을 아프리카에 이식하는 데에도 주력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일례가 탄자니아에 들어선 줄리어스 니에레레 학교 수업이다. 탄자니아 초대 대통령의 이름을 딴 이곳에는 정치 지도자를 꿈꾸는 아프리카 남부 6개국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지낸 쑹타오는 이 학교에서 중국 공산당 지배 체제가 구현된 통치 모델을 따르라고 권고했다.

중국은 에티오피아와 탄자니아에서 정치적 기술을 전수하는 한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국가 부도 상태에 빠진 잠비아에 대해서는 경제적 도움을 주는 방법을 찾고 있다.

잠비아에서는 지난해 8월 정권 교체가 이뤄져 친중 노선을 견지하던 정부가 물러가고, 야당 후보 하카인데 히칠레마가 집권했다.

히칠레마 대통령은 중국 사업을 취소하면서 미국과 우호관계를 강화하는 듯했으나, 결국 채권국인 중국과 다시 손을 잡았다.

중국 대외경제무역대학 소속 연구자는 NYT에 "중국은 아마 10억 달러(약 1조3천억원) 규모의 채무 변제를 2년 이상 미뤄줬을 것"이라며 "중국은 잠비아와 같은 아프리카 국가들의 어려움을 미국과 유럽보다 잘 이해한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라이베리아 장관 출신 인사는 "중국이 잠비아의 채무 위기를 조금 더 개방적인 방식으로 해결한다면, 중국의 이미지는 더 좋아지고 중국에 채무가 있는 아프리카 국가들은 이득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프리카 국기 앞을 지나가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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