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와 증시 하락은 연관성 없다'는 언론에 대하여

박재령 기자 2022. 7. 26.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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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관성 부재 역시 근거 부족, 금융권 인용 관행 지적도
개인투자자들 입장 대변, 다양성 고려하는 심층 보도 많아져야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김주현 신임 금융위원장이 “공매도 금지” 가능성을 시사하자 '공매도와 증시하락은 연관성이 없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 판 뒤 주가가 떨어지면 해당 주식을 사서 되갚는 투자 기법이다. 개인보다는 외국인, 기관투자자들이 주로 사용한다.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가 국내 증시 하락세를 부추기고 있다며 전면 금지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나라가 없고,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장애물로 '공매도의 제한적 이용' 등이 꼽혀 당국의 고민이 깊은 시점이다.

▲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금융시장 전문가 간담회를 열었다. 사진=금융위원회

지난 12일 김 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한국뿐만 아니라 외국도 필요하면, 시장이 급변하면 공매도를 금지한다”며 공매도 금지 가능성을 언급했다. 금융시장 충격이 커져 특단의 대책이 필요해지는 때를 전제로 했다.

언론은 공매도와 증시하락의 '연관성'에 주목했다. 공매도와 증시하락 간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경향신문은 18일 기사 “추락하는 증시에는 '공매도'가 있다?”에서 “주가가 하락할 때마다 시장 불안정성을 키우는 제도라는 비판이 커졌지만 학계에서는 근거가 없다는 주장이 많다”며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유발한다는 주장은 현재까지 이론이나 실증적으로 타당성이 검증된 바 없다”는 한국거래소 자료를 인용했다.

한국일보 또한 19일 기사에서 “상반기 증시 공매도 상관관계 사실상 '0'”이라며 “결론부터 말하면 공매도와 주가 간 뚜렷한 연결고리는 발견되지 않았다. 상반기 코스피200 종목들의 주가수익률과 전체 거래대금 대비 공매도 금액 비중의 상관계수는 0.08로 산출됐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13일 기사에서 “실제로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초래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인과관계'가 증명된 적이 없다. 그래서 2020년 3월 코로나 사태로 글로벌 증시가 급락할 때도 자본시장이 발달한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공매도를 금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20일 “[기자의 시각] 공매도가 미우신가요?”에서도 “실제로 공매도와 주가 하락은 관련이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며 한국거래소의 자료를 인용해 “공매도와 코스피지수 간 상관관계는 0.19~0.44에 그쳤다”고 반복했다.

연관성 부재 역시 근거 부족, 금융권 인용 관행 지적도

이처럼 공매도와 증시하락의 '연관성'에 주목하는 기사들은 과거에도 있었다. 주가가 하락할 때마다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 금지'를 요구하고, 언론들은 '연관 없다'고 대립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론이 이런 식으로 단정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구체적 증거가 부족하고, 공매도에 이해관계가 있는 증권 및 유관기관 인사들이 주로 인용됐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설명할 전문가가 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공매도와 주가하락이 관련이 아예 없다는 말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삼성전자처럼 실적이 좋지만 공매도 잔고가 많이 붙은 경우 주가 침체를 보이는데, 공매도와 무관치 않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외에서도 공매도에 대한 압력이 높을 때, 기업내부관계자들이 주가 하락을 우려해 나쁜 공시를 잘 안하려는 경향이 있다. 공매도가 붙었을 때 주가가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얘기”라고 밝혔다.

▲사진=pixabay

이어 “관련 연구원이나, 증권 관련 유관기관들은 (공매도와 증시하락 연관성이 있을 경우) 공매도 활용을 못하게 되니까, 관련이 없다는 쪽으로 의견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도 구체적인 근거가 부족한 상태”라며 “너무 이해관계에 의한 발언들로 인용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태기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공매도와 주가하락의 연관성은 없다고 생각하고 공매도 자체에는 찬성하지만 공매도가 개인들에게 불리한 구조는 맞다”며 “증권회사, 투자자문회사 말고, 개인투자자들 입장에서 공매도를 얘기하는 전문가들 적은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에서 공매도가 이슈가 안 되는 이유는 주식 직접 투자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기관이기 때문”이라며 “개미들이 많은 우리나라와 같은 잣대로 비교하면 안되지만 이러한 특수성을 반영하고, 심층적으로 공매도를 분석하는 기사들은 많이 못 본 것 같다”고 밝혔다.

'연관성' 반복 대신 '근본 원인' 짚어야

'연관성' 문제는 쉽게 결론이 나지 않는 논쟁이다. 소모적인 논쟁을 반복하는 것 대신, '근본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년간 반복된 논쟁에도 여전히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를 거의 이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언론이 결국 개인이 공매도를 활용할 수 있게끔 '근본 원인'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 자료=김한정 의원실

김한정 의원실이 한국증권거래소로부터 입수한 '거래주체별 공매도 거래비중(유가증권시장의 거래대금 기준)'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중 전체 공매도 거래 가운데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3%에 불과했다. 일본은 2019년 기준 개인의 공매도 비중이 20%를 상회했다.

서 교수는 “아직 '기울어진 운동장'이 해소되지 않았다. 담보인정비율만 봐도 개인보다 기관·외국인투자자들이 유리한 것이 사실”이라며 “아직도 개인과 기관 사이 형평성이 맞지 않아 이러한 부분을 짚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결국 우리나라가 금융 선진시장이 되어야 개인 공매도 이용이 늘어날 수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일본에선 장기투자 식으로 자본을 운용하고, 신흥시장인 우리나라에선 단기 차익 거래로 수익을 얻은 뒤 다른 시장에 투자하려 하기 때문에 개인 공매도 비중이 적은 것”이라며 “연관성이 없다고 단정하는 보도들 대신, 이러한 근본 원인을 찾는 보도들이 늘어나야 한다”고 전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 선임연구위원은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공매도 거래할 수 있는 대주 풀(pool)이 굉장히 넓다”며 “우리나라에서 개인이 대주할 수 있는 종목들이 늘어나는 것은 사실인데, 지금보다는 더 많아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담보비율을 기관과 동일하게 낮추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적절하게 완화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며 “최근 인버스(특정 지수가 하락하면 수익을 보는 상품)에 대한 관심도 높은 만큼, 앞으로 공매도 이용 비중이 높아질 수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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