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평택항 배후부지 분양 '복마전'..수사해야"
입찰 자격 없는 개인 투기 '개탄'
해수부·평택시 등 관계 기관 책임
평택동방아이포트 등이 투기 주도
법인 토지로 개인 폭리→배임 혐의
"수사 의뢰…공정 내세운 정부 역할"
평택·당진항 동부두 배후부지 분양사업이 사실상 일부 재벌가 등의 땅 투기용으로 전락했다는 CBS노컷뉴스 보도에 대해 시민사회단체가 진상 규명을 위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26일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평택안성지역노동조합(김기홍 위원장)은 성명서를 내고 "공공성 강한 항만 배후부지 사업이 시세차익을 노린 부동산 투기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며 이 같이 밝혔다.
먼저 노조는 최근 CBS 노컷뉴스 연속보도 내용을 인용해 "지난 2006년 항만 관련 기업만을 대상으로 한 '평택·당진항 동부두 배후부지 분양사업'에서 배후부지의 땅이 법인이 아닌 정 모 사장 등 개인들 손에 넘어갔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350억 원의 국가 예산을 투자해 국가 이익으로 환수한 게 고작 1억 5천만 원이었다고 하니 가히 국가가 나서서 개발 정보를 잘 알고 있는 개인에게 이익을 나눠 준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항만법상 항만 배후단지를 개발할 때는 투기 차단을 위해 10년간 양도가 금지되는데, 해양수산부가 고시(2006-51호)를 통해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을 적용함으로써 양도 금지 의무 대상에서 제외시켰다고 하니 의혹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또 "법인으로 입찰자격이 제한된 상황에서 개인 명의로 토지거래 허가를 내준 평택시도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며 "더욱이 분양계약도 맺기 전에 기업과 해당 기업 임원 등 관계자들이 미리 지분 쪼개기를 기획하고 약속한 '비밀계약서'까지 드러나 복마전도 이런 복마전이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특히 "법인에서 그 법인의 가족 등 내부 정보를 잘 알고 있는 이들 명의로 토지가 이전돼 폭리를 취했다는 점에서 도덕적 해이를 넘어 '배임'에도 해당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동부두 운영·관리사이자 배후부지 분양사업의 주체인 평택동방아이포트의 경영 전반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노조는 "고 이선호 산재 사망 사고가 발생한 곳이 평택항신컨테이너터미널이었고 그곳의 부두 운영사가 평택동방아이포트였다"며 "여전히 위험 업무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고 있으면서, 기업이 법인 명의의 땅을 개인 명의로 돌려 막대한 불로소득을 누력다고 하니 항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과 일반 시민들이 느낄 허탈감과 박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항만 배후부지 개발사업이 투기 수단으로 변질된 데에는 해수부 등 관계 기관들의 총체적인 관리·감독 부실 탓이 크다"며 "오래전 일이라 사실 관계 파악이 어렵다는 납득하기 힘든 변명만 할 게 아니라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감사원 등에 객관적이고 투명한 수사 의뢰를 진행해 명명백백하게 진실을 가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끝으로 규정에 어긋난 방법으로 거래된 토지에 대해서는 "토지 매매 거래를 취소하고 국가에 귀속해야 된다"며 "법과 원칙을 강조하던 정부가 이 같은 일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했다.
CBS노컷뉴스는 지난 2006년 추진된 평택·당진항 내항 동부두 3개 선석 배후부지 분양사업에서 업체들이 낙찰을 받은 뒤, 대부분 땅은 입찰자격을 갖춘 법인이 아닌 '개인'들 소유로 쪼개져 부동산 투기 수단으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연속 보도해오고 있다.
분양사업의 시행업무를 맡은 HDC현대산업개발은 2006년 입찰공고 때 최저 분양 기준금액을 ㎡당 15만 4천원을 제시, 이후 ㎡당 16만 원가량을 낸 업체들이 나란히 낙찰됐다. 당시 입찰 자격조건은 '법인 또는 2개 이상 법인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으로 제한됐지만, 실제 토지 소유권은 항만산업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개인들 손에 넘어갔다.
땅을 사들인 개인들 중에는 HDC 정몽규 회장의 조카인 범현대가(家) 3세 정일선 현대비앤지스틸 사장을 비롯해 박장석 전 SKC 상근고문, 동방컨테이너터미널 사장 출신인 나승렬 전 마산지방해양수산청장의 배우자 박모씨, 평택동방아이포트의 최대 주주사인 동방의 전직 대표·임원들의 부인 등이 포함됐다.
일부 배후부지 구역에서는 투기 세력이 낙찰법인들의 분양계약도 이뤄지기 전에 미리 지분 쪼개기를 기획하고 약속한 비밀계약서까지 드러나 사회적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분양가격은 준공 시점인 2010년 6월 기준, 주변 시세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현장조사 없이 서류만으로 추산했던 탁상감정가격인 ㎡당 33만~37만 원 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계획적인 투기를 의심케 하는 정황은 또 있다. 용지 매매계약서 초안에는 양도 시 10년간 토지의 전매금지 조항이 명시돼 있었지만, 실제 최종 계약서에는 삭제됐다. 양도 시 사업시행자에게 동의 받는 절차도 생략하고 서면통지로 간소화됐다.
항만법상 항만 배후단지를 개발할 때는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 차단을 위해 10년간 양도가 금지되지만, 이번 사업은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이 적용돼 의무 대상에서 제외됐다.
해수부가 고시(2006-51호)를 통해 사업 성격을 항만법이 아닌 민간투자법을 따르는 '부대사업'으로 규정하면서다. 항만 배후 지역에서 부대사업 형태로 항만사업을 진행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 시각이다.
더욱이 배후부지 매각 입찰 일정을 보면, 입찰공고가 이뤄진 2006년 11월 3일부터 신청서·사업계획서 접수와 우선협상자 선정을 거쳐 매매계약 체결까지 보름도 채 걸리지 않을 정도로 속전속결이었다는 점도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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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창주 기자 pcj@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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