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 발각된 대구 교사와 제자의 부적절 관계..처벌 수위는?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20대 공부방 선생이 미성년 제자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르는가 하면, 한 고등학교 기간제 교사가 제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 등 연일 드러난 ‘그루밍 성범죄’에 대해 처벌 실효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그루밍 성범죄는 가해자가 피해자와 ‘돈독한 관계’를 형성해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저지르는 성범죄를 말한다.

지난 24일 YTN에 따르면 재작년 15살이었던 A군에게 공부방 선생 B(28)씨는 “사랑한다”, “결혼하자”라는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 또 “테스트기를 해봤는데 임신 아님”이라는 등 성관계를 추정할 수 있는 메시지뿐만 아니라 부모님에게 사귀는 것을 들키지 않게 메시지 알람을 끄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B씨의 범행은 결국 스트레스를 견디다 못한 A군의 실토로 드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미성년자 간음죄와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지만, A군과 그 가족은 정신과 치료까지 받아야 했다.

A군 부모는 “(나중에) 집행유예 1년 이런 식으로, 불구속으로 수사가 그냥 끝날 건지, 굉장히 불안 속에서 산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 다음 날인 25일 대구에선 한 고등학교 기간제 교사가 같은 학교 남학생과 성관계를 맺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신고는 해당 교사의 남편이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해당 교사가 관련 학생의 성적 조작에 관여했을 수도 있다고 보고 업무방해 혐의 부분도 조사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이미지투데이)

이러한 형법상 미성년자 의제 강간죄는 13세 이상 16세 미만 미성년자에 대해 간음 또는 추행을 하면 처벌받도록 규정돼 있다. 피해자의 동의를 얻었더라도 죄는 성립된다.

이와 관련해 손수호 변호사는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심리적으로 취약하고 아직 미성숙한 아동과 청소년이 심리적 지배 상태에 쉽게 빠질 수 있다. 수사와 재판에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 다만 이런 일이 교사와 학생 사이에서만 벌어지는 건 아니다. 권력관계 등 환경이 유사한 다른 직업에서도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고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당 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에 대해 “집행유예인 경우가 많은데 사실 무죄 판결이 선고되는 경우도 있다. 왜냐하면 우리 법상 폭행이나 협박에 의해서 강제로 성관계를 하면 강간죄가 되고 상당히 엄한 처벌을 받게 된다. 하지만 위력에 의한 성관계, 간음을 했다 하더라도 강간은 아니니까 그에 비해선 처벌 수위가 낮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루밍이냐, 아니냐를 증명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손 변호사는 15세 소녀에게 연예인 시켜주겠다고 접근해 수차례 성폭행하고 임신까지 시켜 기소된 40대 연예기획사 대표 조모 씨 사건을 언급했다.

그는 “(조 씨가) 1심에서 징역 12년, 2심에서 징역 9년 나왔다. 하지만 대법원은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고 이후 무죄가 확정됐다”며 “(위력이) 인정 안 됐다. 특히 당시 다른 사건으로 조 씨가 구속됐을 때 (15세 소녀가) 매일 구치소로 찾아가 접견하고 애정표현 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내용을 볼 때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다고 본 것”이라고 했다.

이어 “법적인 결론은 존중해야 한다. 다만 그만큼 우리 주위에 이런 그루밍 사례가 많고 그루밍에 의한 피해자가 많고 피해도 심각하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손 변호사는 그루밍 범죄 예방에 대해 “실효적인 처벌이 필요하다”며 처벌 수위를 지적했다.

또 “청소년에 대한 교육이 또 선행되어야 한다. 사실 학교, 학원 외에도 이런 유사한 권력 구조가 있는 곳 어디서든 이런 사건 발생할 수 있다”며 군대, 직장, 선거 캠프 또는 종교단체 등에서의 그루밍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강조했다.

박지혜 (noname@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