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의 왕' 티라노는 어떤 핏줄.. 과학계서 전쟁 벌어졌다 [사이언스샷]
공룡의 왕인 티라노사우루스를 두고 과학계가 전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3월 티라노사우루스가 한 종(種)이 아니라 세 가지 다른 종으로 구성됐다는 논문이 나오자 학계가 벌집을 쑤신 듯 격렬한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과연 티라노사우루스의 정체성 위기는 해결될 수 있을까.
미국 카르타고대의 토머스 카 교수 연구진은 26일 국제 학술지 ‘진화 생물확’에 “티라노사우루스를 세 가지 다른 종으로 분류한 논문은 화석 증거를 제대로 측정하지 못한 결과”라고 발표했다. 3월 논문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첫 논문이 나온 것이다.
◇3가지 종 파: 공룡 제왕에게 아버지, 여왕 있었다
중생대 후기 백악기인 6700만~6500만년 전에 살았던 ‘티라노사우루스 렉스(Tyrannosaurus rex)’는 공룡의 대명사(代名詞)이다. 영화 ‘쥬라기 공원’의 주인공으로 공룡을 잘 모르는 사람도 티라노사우루스만큼은 안다. 티라노사우루스는 그리스어로 ‘폭군 도마뱀’이란 뜻이고, ‘렉스’는 라틴어로 ‘왕’이다. 말 그대로 공룡의 제왕이다.
지난 3월 미국 찰스턴대의 스콧 퍼슨스 교수 연구진은 같은 ‘진화 생물학’에 “티라노사우루스 렉스 화석 38개의 치아와 대퇴골(넓적다리뼈)을 분석한 결과 한 종이 아니라 3가지 다른 종으로 분류됐다”고 밝혔다.
퍼슨스 교수 연구진에 따르면 먼저 ‘티라노사우루스 임페라토르(T. imperator)’란 종이 있었다. ‘폭군 도마뱀 황제’라는 뜻이다. 황제는 이후 두 가지 종으로 진화했다.
하나는 몸이 좀 더 날렵하고 대퇴골이 가는 ‘티라노사우루스 레지나(T. regina)’ 즉 ‘폭군 도마뱀 여왕’이고, 다른 쪽은 우리가 알고 있는 ‘폭군 도마뱀 왕’ 티라노사우루스 렉스이다. 렉스는 대퇴골이 더 억세 여왕과 구분된다는 것이다. 당시 연구진은 티라노사우루스의 아래턱에 있는 치아의 형태도 세 종마다 각기 달랐다고 주장했다.
◇단일 종 파: 화석 뼈, 치아 측정에 오류
이에 대해 카 교수 연구진은 3월 논문에 사용한 연구 방법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방법으로 화석을 재측정한 결과 별개의 집단이 아니라 하나의 집단으로 묶였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공룡의 살아있는 후예인 조류 112종의 대퇴골 차이를 조사했다. 그 결과 티라노사우루스의 대퇴골 차이는 조류에 비해 상대적으로 두드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서로 다른 종으로 구분할 정도가 아니었다는 말이다.
이번 연구진은 3월 논문의 치아 측정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논문 공동 저자인 미국 자연사박물관의 제임스 나폴리 박사는 이날 영국 뉴사이언티스트지에 “당시 측정한 치아 크기는 이번에 우리가 한 측정치와 달랐다”며 “당시 치아가 남아있지 않으면 치아가 끼어있던 소켓을 측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3월 논문 저자들은 티라노사우루스 개체들에서 나타나는 차이를 다른 쥐라기 육식공룡인 알로사우루스 화석과 비교했다. 알로사우루스 개체간 차이보다 티라노사우루스 개체 차이가 훨씬 크다는 점에서 서로 다른 종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번 반박 논문 저자들은 알로사우루스는 미국 유타주의 한 지층에서만 발굴되지만 티라노사우루스는 더 긴 시간 동안 여러 곳에서 발굴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따라서 티라노사우루스 종에는 시간적, 지역적인 변이가 다양하게 나타나는 것이 당연하며, 이 차이를 다른 종으로 구분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결론 내리기엔 화석 증거 자체가 부족
3가지 종을 주장한 퍼슨스 교수는 이번 반박 논문이 과학적 논쟁을 이어갈 수 있게 했다며 반겼지만, 원래 주장을 굽히지는 않았다. 그는 “이번 논문은 왜 다른 과학자들이 티라노사우루스 렉스를 한 종이라고 믿는지 근거를 제시한 훌륭한 연구결과”라면서도 “모든 자료를 고려하면 여전히 처음 우리 주장이 옳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당시 논문의 교신 저자였던 공룡 저술가 그레고리 폴은 티라노사우루스가 여러 종이었음을 보여주는 새로운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머리에 커다란 볏을 가진 대형 조류 화식조처럼 티라노사우루스도 종마다 두개골에 나있는 장식용 뿔 모양이 달랐다고 주장했다.
이를 테면 티라노사우루스 렉스는 뿔에 혹이 많았지만 조상격인 티라노사우루스 임페라토르는 방추형 뿔을 가졌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자연사박물관의 나폴리 박사는 나이에 따라 뿔 형태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과학자들은 티라노사우루스의 정체성 위기를 해소하려면 더 많은 화석 증거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금까지 발굴된 티라노사우루스는 약 100 개체에 불과하다. 3월 논문 저자인 퍼슨스 교수도 “더 많은 화석이 발굴되면 합리적인 과학자라면 반박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통계적 증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중에게 친숙한 티라노사우루스를 둘러싼 논란은 과학이 무엇인지 알려줄 좋은 기회라고 보는 과학자도 있다. 미네소타대의 피터 마코비키 교수는 이날 뉴욕타임스에 “티라노사우루스 논란이 대중에게 고생물학을 규정하는 사소한 것들을 경험하는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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