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천구가 김포공항 소음 최대 피해..보상 못할거면 이전해야"
■민선8기 서울 구청장에게 듣는다 - 이기재 양천구청장
수도권 시민 편익 위해 희생
재산·정신적 보상 제대로 해야
목동 재건축·신월동 재개발 등
직속 추진단 만들어 챙길 것
선거과정 뱉은 말 책임져야
약속 지키는 구청장 되겠다
“선거 과정에서 뱉은 말에 책임져야 한다는 신념이 있습니다. 약속을 지키는 구청장이 되겠습니다.”
이기재(사진) 서울 양천구청장은 “당선 후에 잠시 기뻤는데 그 뒤에는 부담감이 엄청나게 밀려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잠시 미소를 짓는 듯하다가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바뀐 이 구청장은 “약속한 바를 실천해야 한다는 강박을 갖고 살아왔다”며 “구민들이 이 자리까지 올려주신 만큼 직분에 맞게 공인 의식을 갖고, 공사 구분을 하면서 제대로 일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 구청장이 6·1 지방선거 과정에서 느낀 밑바닥 민심은 ‘변화’였다. 그는 “양천구는 1980년대 도심 모습을 그대로 갖고 있다”며 “박원순 전 서울시장, 문재인 정부, 더불어민주당 출신 구청장 등 10년을 거치며 바뀐 게 없어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가장 많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많은 정치·행정 지도자를 배출한 지역인데 도시를 이렇게 방치시켜놓았나 하는 마음에 무책임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며 “변화를 갈망하는 구민들의 목소리를 무겁게 여기고, 도시를 제대로 바꿔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설명했다.
이 구청장은 낮은 자세로 더 많은 목소리를 듣는 일부터 시작했다. 지난 11∼20일 18개 동에서 ‘민선 8기 새로운 양천시대 행복한 동행’ 업무 보고회를 열었다. 보고회에서는 양천구 최대 현안인 재건축·재개발부터 경전철, 공항소음, 시장 아케이드 누수, 가로수 수종 변경 등에 대한 주민 의견이 쏟아졌다. 이 구청장은 각 사안에 직접 답하고 필요한 경우 현장으로 즉각 이동해 조치했다. 최근 구 관내 한 복지시설에서 횡령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경찰수사를 의뢰하고, 복지시설 전수조사 등 강력한 재발방지대책을 세웠다. 일부 개인의 일탈로만 여기지 않고 구의 전반적인 복지전달체계와 회계관리를 들여다보기 위해서다. 이 구청장은 “늘 현장에 답이 있다”며 “작은 일처럼 보여도 혁신의 단초가 되며 경중을 가리지 않고 해나가면 구민의 뜻에 결국 닿을 것이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이 구청장은 지방선거 막바지에 구 최대 현안 중 하나인 김포공항 이전 문제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자신의 소속 정당인 국민의힘은 김포공항 이전에 반대한다. 하지만 그는 선거 공약으로 김포공항 이전을 꺼내면서 당론과 다른 목소리를 냈다. 이 구청장은 “김포공항 소음으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는 구민이 전체의 65%에 달한다”며 “정확하게 피해보상을 해야 하며 만약 피해보상을 하지 못할 거면 이전을 하자는 게 저의 초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구청장은 수도권에 사는 많은 시민이 편익을 누리는 대신 구가 피해를 보고 있으니 재산적 피해·정신적 건강피해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구 재건축·재개발도 그의 앞에 놓인 난제다. 이 구청장은 “2만6000가구 목동 아파트뿐만 아니라 신월동도 30년 된 노후아파트가 많고 목동, 신정동, 신월동 전체로는 50개 사이트에서 재건축·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며 “억눌린 개발압력이 거세게 분출하고 있는 만큼 질서 있게 해내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자칫 잘못하면 주민 간 갈등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구청장은 “민간갈등이 민관갈등으로 확전할 소지도 있다”며 “구 도시개발 상황실에 해당하는 도시발전추진단을 구청장 직속으로 만들어 공정관리 하듯 꼼꼼히 챙길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들 현안이 맞물려 있는 관계부처인 국토교통부와는 이미 협의가 진행 중이다. 이 구청장은 “얼마 전 국토부를 방문해 윤석열 정부의 약속이었던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완화를 조속히 이행해달라고 요청했다”며 “공항소음 피해에 대해서도 단기뿐 아니라 중장기 대책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교육도시 양천의 변화도 꿈꾸고 있다. 이 구청장은 “구가 교육의 도시인 것은 맞지만 어느 순간부터 특목고 입시를 위한 도시로 알려졌고, 초·중·고교 때문에 이 지역에 왔다가 입시가 끝나면 이주하는 이가 많아지고 있다”며 “장기체류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교육 행복 도시 양천이 되기 위해서는 출산부터 보육, 노년에 이르기까지 평생학습시설이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일환으로 그는 임산부와 영유아의 병·의원 방문 등 이동을 위한 ‘아이사랑택시’ 제도를 운영하겠다고 공약했다. 청장년층을 위해서는 목동운동장 일대를 다양한 실내체육시설, 잔디광장으로 꾸며 복합스포츠공원으로 탈바꿈한다는 복안이다. 독거노인을 위한 안전 스마트 워치 보급도 내세웠다.
마지막으로 이 구청장은 “민심의 변화 열망을 반영한 7대 숙원 과제를 도출했는데 해결점을 찾아낸 구청장으로 기억되고 싶다”며 “서울시와 중앙정부를 빈번하게 오가면서 양천구 주식회사의 CEO라는 생각으로 책임감을 갖고 대외활동을 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현안 해결 위해 국토부에 할 말 하고… 직통전화로 구민 민원 챙길 것”
■‘7대공약’ 이행 어떻게
이기재 양천구청장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 출신이다. 원 장관의 최측근 인사이자 정치적 동지로 꼽힌다. 원 장관이 제주지사를 지냈을 당시에는 제주도 서울본부장직을 맡기도 했다. 이 때문에 재건축·재개발, 김포공항 소음 문제 등 주무부처인 국토부와 해결해야 할 현안이 산적한 양천구로서는 이 구청장에게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
이 구청장은 원 장관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면서도 “국토부에 할 말은 하고 요청할 것은 요청하겠다”고 강조했다. 당선되자마자 원 장관을 만난 것도 이런 요구를 강력하게 전하기 위해서다.
이 구청장은 꼭 필요한 일부터 해내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선거 과정에서 공보물에 내놓은 ‘살고 싶은 도시 살기 좋은 양천을 향한 7대 숙원사업 추진’에는 이를 반영한 내용이 빼곡히 담겼다.
목동아파트 재건축, 목동·신월동·신정동 재개발은 물론이고 △신월사거리역 신설 △서부트럭터미널 개발 조속 추진 △국회대로(신월 IC∼목동교) 인접 지역 개발 촉진 등이다.
이중 신월사거리역 신설은 목동선과 2호선이 지나가는 환승역으로 추진하겠다는 복안으로 교통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제시했다. 서부트럭터미널의 경우 도시첨단물류단지 조속 준공을 위한 의도다.
공항 소음 피해에 대해서도 요구사항을 구체적으로 담았다. 재산세 감면과 피해보상 범위 확대를 비롯해 청력 정밀검사·상담심리 지원, 여름철 전기료 지원액 인상 등이다. 김포공항 이전 지속 추진도 빼놓지 않았다.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협치, 나아가 서울시와의 관계 설정에 대해 이 구청장은 “서울시에 권한 분산 요구를 해야 한다고 본다”며 “구청은 집행 역할만 있고 대부분의 권한이 서울시에 집중돼 있는데 지방자치 의미를 생각해서라도 상당한 권한이 이양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민들과의 소통에 대해서는 “일대일 소통 시대인 만큼 구청장이 직접 구민과 소통해서 빠르게 민원 현안을 해결해야 한다”면서 “선거운동 과정에서 직통 번호를 넣어 10만 장 명함을 배부했고 당선 이후에도 직통번호를 바꾸지 않았다”고 말했다. 수없이 들어오는 민원에 일일이 대응하며 구민들과 이해의 폭을 넓혀가겠다는 계획이다.
이 구청장은 구청 혁신 방안에 대해 “지역주의, 편 가르기는 철저히 배격할 것”이라며 “능력 중심으로 등용하는 과정에서 혹여라도 특정 지역이 몰릴 때는 지역적 배려를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공무원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도 노조와 협의 중이다.
이 구청장은 “2년 6개월 주기로 담당이 바뀌는데 앞으로는 인사 시 5개 정도 원하는 부서를 적어내도록 하고 그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함으로써 정권이 달라져도 지속 가능하게 일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곽선미 기자 gs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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