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티어 공대공미사일 亞최초 탑재..최강 스텔스기 닮은 '베이비 랩터'

정충신 기자 2022. 7. 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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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국산 전투기 KF-21 보라매가 지난 19일 오후 아시아 전투기로는 최초로 미티어(METEOR) 공대공 중거리미사일 4발을 달고 경남 사천 공군 제3훈련비행단 활주로를 이륙하고 있다. 방위사업청 제공

■ 10문10답

- 첫 시험비행 성공…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

본계약 체결 6년7개월만에 성공

R&D에만 8.8조… 사업비 18조

AESA레이더 국산화율은 89%

한국형 독침무기 개발에도 관심

향후 4년간 2200여회 시험비행

전력화땐 세계 8번째 개발 국가

공동 개발 印尼, 8000억대 미납

내일 조코위 방한, 해결여부 주목

최초의 국산 전투기(KF-21) 보라매 시제1호기(조종사 안준현 소령)가 지난 19일 오후 경남 사천 공군 제3훈련비행단 활주로를 이륙해 33분간의 첫 시험비행에 성공했다. 단군 이래 최대 무기 개발·도입 사업으로 꼽히는 한국형 전투기 개발 및 항공산업 비상의 신호탄이었다. 2015년 본계약 체결 당시만 해도 우리 전투기 기술 수준으론 독자 개발이 불가능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시험비행 성공 소식에 미 록히드마틴 등 외국 전투기 개발 전문가들도 “미친 계획이었는데 기적적”이라며 한국의 항공 기술 도약에 경이로움을 표시했다. 4.5세대 전투기인 KF-21은 본계약 체결 6년 7개월 만에 최초 비행의 관문을 통과했지만 세계 여덟 번째 초음속 전투기 개발국 공식 인정의 마침표를 찍기까지는 앞으로 4년간 고난도 시험비행 테스트 및 항공무장 체계통합 등을 성공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또 미국 5세대 전투기 F-35 및 유럽의 라팔·유로파이터 타이푼 등 항공무장과 성능이 뛰어난 기존 전투기들뿐 아니라 개발 중인 6세대 전투기들과 수출시장 경쟁에서도 살아남아야 한다. KF-21 전투기 개발에서 수출전망까지 모든 것을 알아본다.

1. 김대중 제안-박근혜 시동

KF-21 사업은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2001년 3월 20일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늦어도 2015년까지 최신예 국산 전투기를 개발하겠다”고 천명한 지 21년 만에 최초비행에 성공했다. 최신예 국산 전투기 개발(KF-X) 사업 장기 신규 소요 결정 후 국책연구기관이 사업 타당성이 없다는 연구용역 결과를 내놓으면서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예산 반영, 탐색 개발을 거쳐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12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방위사업청과 한국형전투기 체계개발계약을 체결해 업체 주도 개발이 본격화됐다. KAI는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 9월 상세설계(CDR)를 마무리했다. 지난해 4월부터 올해 5월까지 비행시제기 1∼5호기 및 구조시제기 2기를 완성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2개월 만에 시제1호기 첫 시험비행에 성공했다. 진보·보수 정권을 넘나드는 국민통합형 무기개발 사업이란 평가가 나온다. 6개 정부를 거치며 출발이 늦은 데다, 그만큼 쉽지 않은 사업임을 의미한다.

2. 단군 이래 최대 무기 개발 사업

2015∼2026년 체계개발(블록Ⅰ) 비용 8조1000억 원, 2026∼2028년 추가무장시험(블록Ⅱ) 비용 7000억 원 등 연구·개발(R&D)비만 8조8000억 원이 투입된다. 2026∼2032년 한국 공군에 인도할 120대 양산비용 9조1200억 원을 포함하면 총사업비 약 18조 원. 단군 이래 최대 무기 개발·도입사업이다. 공군 노후전투기 F-4, F-5 대체를 위해 국내 업체(KAI) 주도로 인도네시아와 진행하는 국제공동 R&D 사업이다. 투자비율은 한국 정부 60%, 인도네시아 정부 20%, 국내업체 20%.0 1단계 체계개발 기간 기본 비행성능 및 공대공 전투능력 구비, 2단계 추가무장 기간 공대지 전투능력 구비 등 진화적 개발사업으로, 공대지 전력 조기 확보 필요성도 제기된다.

3. 왜 ‘베이비 랩터’라는 별명 붙었나

각진 모양에 경사진 두 개의 수직 꼬리날개를 장착한 외형은 레이더 반사를 작게 하는 스텔스 형상으로, 세계 최강 5세대 스텔스기 미국 F-22 랩터와 닮아 ‘베이비 랩터’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2030년대 말, 2040년대 초 목표로 스텔스 도료(페인트)를 개발하고 내부 무장창 등 스텔스기에 준하는 저피탐 기능을 갖춘 개량형 5세대 스텔스기를 지향한다. 폭 11.2m, 길이 16.9m, 높이 4.7m 크기로 F-16·F-35보다 크고, F-15·F-22보다 작다. 최대 탑재량은 7700㎏, 최대 속도 마하 1.81(시속 2200㎞), 항속거리 2900㎞. 전투기 안 전선 총길이는 32㎞, 들어가는 부품만 3만여 개다. 약 225개의 국내 업체와 10여 개 정부출연연구소, 15개 대학교 등 400여 개 산·학·연 기관이 참여했다.

4. AESA 레이더 국산화율은

다수의 표적을 탐지하고 추적해 전투기의 두뇌로 불리는 AESA 레이더는 한화시스템이 시제품(국산화율 89%)을 만들었다. 야간이나 악천후 속에서도 가시거리 밖의 적을 탐지하는 적외선 탐색·추적장비(IRST·국산화율 37%)와 주야간 공중·지상 표적을 탐지하고 추적하는 EO TGP(국산화율 82%) 역시 한화시스템이 개발했다. LIG넥스원은 RF 재머를 포함한 통합 전자전 체계(EW Suite·국산화율 39%)를 맡았다. EW Suite는 위협 레이더 신호를 탐지·교란하고, 채프(미세한 금속 먼지로 레이더 방해)와 플레어(사출되는 불덩어리로 적외선 유도 미사일의 회피책)탄을 투발하는 기능을 가졌다. KF-21의 심장인 엔진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조립·생산했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F414엔진 2기가 탑재됐는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GE와 기술제휴를 통해 통합 엔진 개발을 함께했고, 핵심 부품 국산화를 추진 중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엔진 시동을 위한 공압을 생성하는 보조동력장치(APU·국산화율 73%)도 개발했다.

5. 미티어 등 탑재한 미사일은

첫 시험비행 때 유럽 MBDA사가 개발한 미티어(METEOR) 공대공 중거리미사일 4발(비활성탄)을 탑재해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미티어는 음속의 4배가 넘는 속도와 사거리 200㎞ 이상으로 아시아 국가 전투기에는 최초 탑재된다. 미티어 미사일은 영국 F-35에 탑재됐으며, 일본에는 없다. 중국·러시아 정도만 비슷한 성능을 갖고 있어 동북아 최강급 공대공 미사일로 평가된다. 공대공은 독일산 AIM-2000/IRIS-T 단거리미사일을 장착한다. 공대지 무기는 GBU-31 JDAM(합동직격탄)을 비롯한 GBU 계열 폭탄과 한화·LIG넥스원의 MK-82, KGGB(한국형정밀유도폭탄) 등 국산 및 외국제 미사일·폭탄 등이 탑재된다.

6. 전략무기 ALCM 탑재는 언제 가능?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 중인 ‘천룡’ 장거리 공대지 순항미사일(ALCM)은 사거리 500㎞ 이상으로, F-15K에 탑재된 독일산 ‘타우러스(TAURUS)’가 모델인 전략무기다. 2028년까지 개발할 수 있을지 우려 시각이 많다. 수년간의 체계통합 기간을 감안하면 개발 지연 시 수출에 막대한 타격을 줄 수 있어 ALCM 조기 확보를 위한 치밀한 검토와 준비가 필요하다. 2020년대 말을 목표로 개발 중인 사거리 300㎞ 이상의 초음속 공대함 미사일, 2020년 개발 계획이 공개된 극초음속미사일 등 ‘한국형 독침무기’ 개발에 성공하면 KF-21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7. 인니 8000억 원대 분담금 미납

공동개발국 인도네시아의 8000억 원대 분담금 미납이라는 암초가 사업 발목을 잡는 악재다. 방사청과 인니 국방부는 지난해 11월 총 R&D비의 20%를 2026년까지 부담하는 기존 계약을 유지하되, 분담금 30%는 현물로 내기로 합의했으나 올해 1분기 마무리하려던 계약서 수정이 결국 시한을 넘겼다. 2016년부터 10년간 전투기 공동개발에 합의한 인니는 2017년 하반기부터 분담금을 연체하면서 납부 금액은 2290억 원에 불과하다. 오는 27일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니 대통령 방한 시 분담금 문제와 관련해 엉킨 실타래를 풀지 주목된다. 2026년까지 개발비 20%를 정상 분담하면 인니는 시제기 1대와 함께 기술을 넘겨받아 48대를 현지 생산할 수 있다. 인니는 프랑스제 라팔과 미국제 F-15 EX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8. 8번째 초음속 전투기 개발 남은 과제

KF-21이 전력화되면 우리는 미국·러시아·중국·일본·프랑스·스웨덴과 유럽 컨소시엄(영국·독일·이탈리아·스페인)에 이어 세계 여덟 번째 초음속 전투기 자체 개발국에 성큼 다가선다. 아시아 국가로는 세 번째다. 공군과 KAI 소속 최대 12명의 시험비행 조종사가 6대의 시제기를 몰고 비행시험을 한 뒤 내년 후반기까지 잠정 전투용 적합 판정을 통과하는 절차가 남아 있다. 앞으로 4년간 2200여 소티(출격횟수) 시험비행으로 최대속도 마하 1.8을 돌파하고, 시속 150∼200㎞ 초저속비행 등 고난도 급기동에 성공해야 한다. 국내 개발한 AESA 레이더, IRST, EO TGP, EW Suite 등 레이더·항전장비 성능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공대공 무장과 폭탄 등의 체계통합을 2026년까지 완료해야 개발국으로 인정받게 된다.

9. 미국의 F-35와 경쟁 가능한가

KAI는 2026년부터 25년간 300∼600대 판매를 목표로 삼고 있지만 5세대 전투기 F-35를 비롯, 무장이 뛰어난 유럽 라팔·유로파이터 타이푼 등과 한 치의 양보 없는 가격·성능 경쟁을 치를 수밖에 없다. 엔진과 무장까지 미국산을 도입하는 우리는 수출 시 미국의 수출허가(E/L) 통제에 부딪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ALCM 등 우수한 항공무장을 조기 탑재하고 성능을 강화해야 수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특히 KF-21은 라팔과 타이푼에 비해 5세대 전투기로 진화하는 데 있어 확장성이 높다. 세계 최고 미티어 공대공 미사일과 타우러스급 ALCM을 조기 탑재한다면 유럽 전투기들과 수출경쟁에서 붙어볼 만하다는 평가다.

10. 6세대 전투기로의 전환

2030년대 미국과 유럽 주도의 전투기는 6세대 전투기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전투기 선진국들은 인공지능(AI)이 적용된 무인기를 통제하는 유무인 복합체계를 갖춘 6세대 전투기 개발에 혈안이 돼 있다. 영국이 주도하고 이탈리아·스웨덴이 참여하는 ‘템페스트’는 2035년, 프랑스 및 독일·스페인이 추진하는 ‘미래 공중전투체계’(FCAS)는 2040년 실전배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유럽과 중국, 러시아가 6세대 전투기 개발을 시작할 때 미국은 ‘차세대 공중지배 프로젝트(NGAD)’ 시제기를 띄워 성능을 검증하는 단계다. NGAD 개발이 성공하면 F-22와 F-18은 일선에서 물러날 수 있다. KF-21이 70여 대 수출로 30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인 수출 효자상품 T-50과 FA-50 뒤를 이으려면 6세대 전투기 전환도 머릿속에 넣어야 한다. KF-21 사업 성공은 시간·신기술과의 싸움이다.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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