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원주민 아동 참사' 사과.."기독교인의 악행에 용서 구한다"

장수현 2022. 7. 26.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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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원주민 기숙학교 참사'가 벌어진 캐나다를 찾아 과거 교회가 저지른 악행에 대해 사과했다.

그는 생존자 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수많은 기독교인이 원주민들을 상대로 저지른 악에 대해 부끄러움을 가지고 겸허하게 용서를 구한다"며 이 사과는 "모든 원주민 공동체와 개인을 향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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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0일 캐나다 원주민 기숙학교 부지 찾아
가톨릭 운영 학교의 아동학대, 문화 말살 시도 밝혀져
교황 "용서 구하는 것만이 끝 아냐..추가조사 희망"
프란치스코 교황이 25일 원주민 아동 강제수용 기숙학교 부지가 있는 캐나다 앨버타주 매스쿼치스를 방문해 원주민 전통 머리장식을 쓰고 생존자들을 만나고 있다. 이날 교황은 "기독교인들이 원주민들을 상대로 저지른 악에 대해 겸허히 용서를 구한다"고 사과했다. 매스쿼치스=AP

프란치스코 교황이 '원주민 기숙학교 참사'가 벌어진 캐나다를 찾아 과거 교회가 저지른 악행에 대해 사과했다. 그는 피해 생존자들이 원하는 금전적 보상 등 실질적 조치도 지지한다고 밝혔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교황은 이날 캐나다 앨버타주(州) 매스쿼치스의 옛 기숙학교 부지를 방문했다. 그는 생존자 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수많은 기독교인이 원주민들을 상대로 저지른 악에 대해 부끄러움을 가지고 겸허하게 용서를 구한다"며 이 사과는 "모든 원주민 공동체와 개인을 향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교황은 지난 4월 바티칸을 찾은 원주민 대표단에게 사과한 후에도 부끄러운 감정이 남아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많은 기독교인이 원주민들을 탄압한 권력자들의 식민화 사고방식을 지지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느낀다. 미안하다"고 재차 사과했다.

캐나다에선 지난해 5월부터 원주민 기숙학교 부지 3곳에서 1,200구가 넘는 원주민 아동 유해가 발견돼 나라 전체가 충격에 빠졌다. 이 학교들은 19~20세기 말까지 원주민을 백인 사회에 동화시키려는 목적으로 운영됐다. 학교는 아이들에게 신체적·정신적·성적 학대를 가했고, 이들이 원주민 언어를 사용하면 체벌하는 등 문화 말살도 시도했다.

캐나다 정부 조사 결과, 전국 139개 학교에 총 15만여 명의 원주민 아동이 강제 수용됐으며 최소 6,000여 명의 아동이 학교에서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캐나다 CBC방송에 따르면 60% 이상의 학교를 가톨릭교회가 위탁 운영했다.

그간 생존자 대표단은 교황의 직접적 사과와 함께 실질적인 조치를 요구해왔다. 이들은 금전적 보상과 선교사들이 유출한 원주민 유물 반환, 관련 범죄인 인도, 기숙학교 운영에 관한 모든 기록 공개 등을 요청했다. 교황은 이날 "용서를 구하는 것이 사태의 끝이 아니다"라며 "조치를 원하는 비판론자들에게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했다. 그는 "추가 조사가 이뤄지길 희망하며, 생존자들이 치유와 화해를 위한 여정에 나설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원주민 대표단은 교황의 사과는 '역사적 사건'이라며 반겼다. 원주민 연합정부 알렉산더 퍼스트네이션의 조지 아칸드 대추장은 "직접 사과를 해달라는 요청을 교황이 들어줘서 감사하다"며 "이는 많은 사람들을 위한 선물이 됐다"고 했다. 루이스 황소 부족의 데즈먼드 불 추장은 "이 사과가 생존자들의 오래된 상처에 큰 의미가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캐나다에 도착한 교황은 30일까지 머물며 이날 방문한 앨버타주 외 퀘벡주 퀘벡, 누나부트준주 이칼루이트 등 도시를 찾아 원주민 측 관계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장수현 기자 jangsu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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