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오지 마" 바리케이드 등장..5년째 아파트 '갈등의 벽'

백민경 기자 2022. 7. 26.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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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방어벽과 철문이 아파트 단지를 갈랐습니다. 벌써 5년째입니다. 옆 단지 주민들이 넘어오지 못하게 주민들이 막아 놓은 건데요.

갈등의 현장에 백민경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바리케이드를 기어 오르는 손자를 할머니가 말립니다.

[주민 : 얘얘. 할아버지가 먼저 넘어가면 넘어가야지, 위험한 짓 하는 것 봐.]

이번에는 한 여성이 훌쩍 뛰어 넘습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남성도, 아빠는 아이까지 번쩍 들고 바리케이드를 넘습니다.

어떻게든 가로질러 가려다 넘어지는 할머니도 있습니다.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매일 같이 벌어지는 일입니다.

1단지 측이 2단지 주민들이 단지를 통과해 나가지 못하도록 막아 놓은 겁니다.

[주민 : 불편하죠. 안 그러면 이렇게 해서 구름다리 지나서 빙 돌아가야 하거든요.]

단지 간 갈등은 5년 전부터 시작됐습니다.

양쪽 주민 차가 서로 부딪치는 사고가 났는데, 사고 원인을 놓고 단지 간 싸움으로 번지면서 통행을 막기 시작한 겁니다.

1단지 측은 볼라드를 설치했다가, 화분으로 바꾼 뒤에 최근에는 바리케이드까지 설치했습니다.

[1단지 주민 : 방지턱이 깨지기 시작해요. (2차 주민들 차가 많이) 다니는 곳이다 보니 수리비가 나왔으니 같이 수리를 하자 했더니 (2차 측에서) 안 되겠다…]

2단지 역시 맞불을 놓듯 1단지 주민들이 가로질러 가지 못하게 철문을 달았습니다.

[2단지 주민 : 코로나이다 보니까 종이상자랑 이게 엄청날 거 아니에요. (1단지 주민들이) 지나가다가 쓰레기 버리고 마트로 가요.]

굳게 닫힌 철문은 아침 저녁으로 정해진 시간에만 열립니다.

[2단지 경비원 : 이 시간대에 저는 이때 잠그고 열고, 다른 분이 열고 닫고 하는 거죠.]

2년 전에는 서울시가 중재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합의안이 나왔지만, 이행 방법을 놓고 다시 충돌하면서 결국 없던 일이 됐습니다.

양쪽 모두 이 싸움이 서로에게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대화로 풀어가야 한다는 데에도 고개를 끄덕입니다.

[1단지 관계자 : 우리는 지금 열어놓고 기다리는 중이니까 언제든지 1, 2차가 서로 협의하자고…]

[2단지 관계자 : 철문을 달긴 했지만 문을 열 수 있잖아요. 저희도 화해를 원하고…]

하지만, 먼저 손 내밀기를 주저하면서 하루하루 불편함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주민 : 친구 만나러 가려도 못 가고 친구도 못 오고 이것 좀 해결해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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