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로 4조원 더 번다'더니..도요타도 원자재값에 당했다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1엔 떨어지면 연간 영업익 450억엔↑
2분기 환차익만 4000억엔이지만
원자재값 상승 손실, 연간 1.45조엔
"감산 손실도 1000억엔 넘어"
엔화 약세 효과로만 영업이익이 최대 4000억엔(약 3조8464억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던 일본의 대표 수출기업 도요타자동차도 원자재 가격 급등의 파고를 피하지 못했다. 원자재 조달 비용이 급증한 탓에 2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14% 줄어들 전망이다.
2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민간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2분기 도요타가 8529억엔(7월22일 기준)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분기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줄어든 수치다. 작년 2분기 도요타는 분기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인 9974억엔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생산 1대 줄면 70만엔 손실
도요타의 실적이 출렁이는 것은 원자재값 급등의 파고가 거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도요타는 달러당 엔화 가치가 1엔 떨어질 때마다 연간 영업이익이 450억엔 늘어난다고 자체 분석했다. 2분기 엔화 가치는 평균 129엔대로 1년 전보다 20엔 이상 떨어졌다. 도요타가 분기별로 결산을 발표한 2002년 이후 가장 낮았다.
유로 등 다른 통화에 대한 환율까지 고려하면 2분기 도요타의 영업이익은 환차익으로만 1년 전보다 3000억~4000억엔 늘어날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도요타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2022회계연도(2022년 4월~2023년 3월) 영업익이 1조4500억엔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철과 알루미늄 등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여기에 평시에는 하청업체들이 부담하는 원자재 비용과 운송비 일부를 도요타가 지원하면서 손실이 더욱 커졌다는 설명이다.
단순 계산으로 도요타는 2분기에만 원자재값 급등으로 3600억엔 이상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엔화 약세로 얻는 이익을 원자재값 급등으로 모두 잃는 구도다.
반도체와 자동차 부품 부족으로 생산이 줄어든 것도 영업익을 감소시킨 요인이다. 지난 5월 도요타는 일본 내 공장 8곳의 생산을 중단했다. 중국이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상하이를 봉쇄한 여파로 부품 조달이 어려워진 탓이다.
2분기 도요타의 세계 생산량은 207만대로 지난해보다 10% 줄었다. 엔도 고지 SBI증권 기업조사부장은 "생산이 1대 줄면 영업익이 70만엔 감소한다"며 "감산으로 인해 2분기 도요타의 영업익이 1000억엔 넘게 줄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애널리스트들의 분석과 달리 도요타의 2분기 영업익이 지난해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예상도 많다. 도요타의 2분기 실적은 지난 10년 간 9차례나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비용을 크게 줄인 2021년은 실제 영업익이 예상치를 2647억엔 웃돌기도 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2분기 영업익이 특수 상황이었던 2021년과 같이 예상치를 2000억엔 이상 웃돌 가능성은 낮다"고 입을 모았다.
2년 연속 최대 영업익?
도요타는 다음달 4일 실적을 발표한다. 실적 발표회에서 도요타가 연간 영업익 예상치를 상향 조정할 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도요타는 전통적으로 연간 실적 예상치를 보수적으로 제시하는 경향이 있다.
올 초 도요타는 연간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20% 감소한 2조4000억엔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엔화 가치를 115엔으로 가정한 수치였기 때문에 예상치를 상향 조정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애널리스트들은 도요타의 영업익이 지난해보다 7% 늘어난 3조2078억엔으로 2년 연속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970만대인 연간 세계 생산목표를 유지할 지도 실적 발표회의 관전 포인트다. 올 상반기 도요타는 월 평균 70만대를 생산한 것으로 추정된다. 남은 기간 동안 생산목표를 달성하려면 월 평균 생산량을 85만대까지 늘려야 한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자동차용 반도체 생산을 늘리면서 반도체 부족현상은 해소되고 있다.세계적으로 스마트폰과 PC용 반도체 수요가 감소한 영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요타는 8월 생산량을 70만대로 하향 조정하는 등 생산 속도가 좀처럼 빨라지지 않고 있다. 일부 하청업체들은 "이미 970만대 생산은 물건너 갔다"고 말했다.
도요타의 주가는 선방하고 있다. 경기후퇴에 대한 우려 때문에 세계적으로 자동차주 주가가 급락한 것과 대조적인 흐름이다. 올들어 독일 폭스바겐과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주가는 각각 27%, 40% 하락했다. 반면 도요타 주가는 5% 올랐다.
8조엔에 달하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데다 유가 상승으로 하이브리드차 판매가 순조로울 것이라는 기대가 도요타 주가를 지탱했다는 분석이다. 다카하시 고헤이 UBS증권 선임 애널리스트는 "금리 인상과 미국 경기 후퇴로 소비자가 보다 저렴한 차종을 구매하거나 새차 구입을 늦추는 움직임이 확산하면 도요타의 실적이 악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25일 도요타의 주가는 2166엔으로 거래를 마쳤다.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도요타 주가가 2000~2650엔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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