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 위기'된 원숭이두창, 감염 위험 얼마나 높을까?
안호균 2022. 7. 26. 07:30
기사내용 요약
이전과 증상 달라 다른 성병으로 오진할 가능성
전파력은 코로나19처럼 높지 않아…공기 감염 위험 ↓
성소수자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밀접 접촉시 감염 가능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세계보건기구(WHO)가 원숭이두창 유행에 대해 '국제공중보건위기상황(PHEIC)'를 선포했다. 아직 확산 정도나 치명률이 심각할 정도는 아니지만 원숭이두창이 이전에 알려졌던 것과 다른 방식으로 전파되고 있어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아프리카 지역 풍토병이던 원숭이두창은 지난 5월6일 영국에서 처음 보고된 이후 비풍토병 지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발생 약 80일 만에 72개국에서 1만5000명 넘는 확진자가 발생했다. 6월 초 63명 정도였던 일평균 확진자 수는 최근 570명 수준까지 상승할 정도로 빠른 확산 속도를 나타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1명의 원숭이두창 확진자가 발생한 만큼 국내 유행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26일 의료계 전문가들의 도움말로 최근 유행하고 있는 원숭이두창의 특징에 대해 알아본다.
원숭이두창의 증상과 전파 경로가 과거와 달라졌나?
과거 원숭이두창은 감염된 동물이나 사람의 체액, 병변과 접촉해 발생하는 병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최근 원숭이두창의 전파는 대부분 남성간의 성접촉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원숭이두창의 대표적인 증상은 발진인데 이전까지는 얼굴에서 시작해 몸통, 사지로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특히 얼굴과 손발바닥에 많은 발진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최근 확진된 원숭이두창 환자들을 관찰한 해외 연구 결과를 보면 항문성기(Anogenital) 주변에 발진이 생기는 경우가 73%로 가장 많았다. 또 피부 병변이 나타난 확진자들의 60% 이상은 병변의 수가 10개 미만이었고 11%은 단 하나의 생식기 궤양만이 관찰됐다. 이 때문에 의료진이 원숭이두창을 다른 성매개 감염병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있다.
원숭이두창의 치명률은 얼마나 높은가?
원숭이두창의 치명률은 1~10%로 알려져 있다. WHO는 최근 치명률을 3~6% 수준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이는 원숭이두창이 전 세계에서 유행하기 이전의 수치다. 의료 환경에 따라 치명률은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의료 체계가 잘 갖춰진 곳에서는 치명률이 1% 미만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1만5000명 이상의 원숭이두창 확진자가 발생했는데 사망 사례는 5건이 보고됐다.
원숭이두창은 성소수자들만 걸리는 병인가?
최근 해외에서 전세계 16개국의 원숭이두창 확진자 528명을 관찰한 연구 결과를 보면 전체 확진자의 98%는 남성 동성애자 또는 양성애자였다. 또 확진자의 감염 의심 경로는 95%가 성적 접촉이었다. 원숭이두창이 유럽에서 열린 성소수자들의 대규모 축제를 통해 유행이 시작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성소수자들만 원숭이두창 감염 위험이 있는 것은 아니다. 연구진은 남성 이성애자가 감염된 경우도 528명 중 9명(2%)이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주된 전파 경로는 성접촉이지만 환자와 밀접하게 접촉하는 의료진이나 가족도 감염될 수 있다.
그렇다면 여성, 영유아는 감염 위험이 없나?
원숭이두창은 환자의 병변이나 체액에 직접 접촉할 때 주로 감염된다. 이 때문에 여성이나 영유아도 환자와 밀접 접촉한다면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 해외에서는 드물지만 여성과 유아의 감염 사례도 나오고 있다.
코로나19처럼 공기 중으로도 전파될 수 있나?
원숭이두창이 코로나19처럼 공기 감염이 쉽게 일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원숭이두창 환자의 비말을 흡입할 경우 감염될 가능성은 있다. 비말 감염은 침, 콧물 등 환자가 직접적으로 내뱉은 물방울에 섞인 바이러스를 통해 감염되는 경우를 말한다. 하지만 원숭이두창 바이러스는 상대적으로 크기가 커 코로나19처럼 에어로졸 형태로 공기 중에 떠다닐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처럼 확진자와 멀리 떨어져 있거나 확진자가 머물던 공간을 나중에 방문한 경우에도 감염되는 사례는 드물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도 감염될 가능성이 있나?
아직 우리나라는 확진자가 1명 뿐이고 지역사회 전파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북미나 유럽 지역에 비해 감염 위험은 상대적으로 낮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검역 단계에서 파악되지 않은 더 많은 확진자가 국내로 유입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여름 휴가철 해외 유출입 인구가 많아지면 원숭이두창 확진자가 국내로 유입될 가능성은 더 커진다.
원숭이두창 예방·치료를 위한 백신과 치료제는 있나?
아직 원숭이두창 전용 치료제는 상용화돼 있지 않다. 하지만 환자의 대부분이 자연회복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테코비리마트, 시도포비어, 브린시도포비어 등의 항바이러스제를 이요한 치료법도 나와 있다. 방역 당국은 최근 테코비리마트 504명분을 국내에 도입했다. 백신의 경우 기존 두창 백신이 원숭이두창에도 85% 정도의 예방 효과를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는 약 3000만명 분의 두창 백신이 비축돼 있는데 모두 2세대 백신이다. 2세대 백신은 바이러스를 배양해서 만든 '생백신'이어서 부작용 위험이 높고 접종 방식도 까다롭다. 또 면역 저하자나 임산부 등에는 백신을 사용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은 부작용 위험을 낮춘 3세대 백신 확보 경쟁에 나서고 있다. 덴마크의 바바리안 노르딕이 진네오스(임바넥스)라는 이름의 3세대 두창 백신을 생산하고 있지만 공급량이 제한적이다. 아직 국내에는 3세대 두창 백신이 없다. 방역 당국은 해외 제조사와 진네오스 5000명분을 도입하기 위한 계약을 진행 중이다.
감염 예방을 위해 백신을 맞아야 하나?
전문가들은 원숭이두창 예방 목적으로 코로나19 백신과 같은 대규모 접종은 필요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에서도 확진자와 밀접하게 접촉한 사람들에게 백신을 접종해 확산을 막는 '포위접종(ring vaccination) 전략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두창 백신은 바이러스 노출 4일 내에만 접종하면 감염과 전파 위험을 낮추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또 국내에서는 확진자와 밀접하게 접촉할 위험이 높은 의료진 등에 대해서만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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