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신병 훈련시키는 英, '유로비전'도 대신 개최

김태훈 2022. 7. 26.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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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와의 우정을 생각하며 정말 훌륭한 대회로 치르겠습니다."

내년에 열릴 '유로비전(Eurovision) 2023' 대회 개최지로 영국이 확정된 직후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위로하며 내놓은 다짐이다.

이번에 영국이 우크라이나를 대신해 유로비전 대회까지 개최하게 되면서 향후 영국·우크라이나 양국 관계는 한층 더 깊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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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우승국 우크라, 전쟁 탓에 내년 대회 힘들어
유럽방송연맹, "준우승국 영국이 개최" 결정 내려
우크라 공영방송 PBC도 대회 생중계에 동참키로

“우크라이나와의 우정을 생각하며 정말 훌륭한 대회로 치르겠습니다.”

내년에 열릴 ‘유로비전(Eurovision) 2023’ 대회 개최지로 영국이 확정된 직후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위로하며 내놓은 다짐이다. 유럽 최대의 팝음악 축제 유로비전은 원래 직전 대회 우승자 또는 우승팀이 속한 국가가 그 다음 대회를 주최하는 것이 원칙인데, 올해 우승팀을 배출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전쟁 탓에 축제를 열 수 없게 되자 부득이 영국이 개최권을 넘겨받은 것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키이우=AP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유로비전 2023을 우크라이나 대신 영국이 주최한다”는 유럽방송연합(EBU)의 확정 발표 직후 존슨 총리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그는 “지난주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했을 때 이 문제를 논의했다”며 “우리는 유로비전 2023이 어디에서 열리든 그것은 우크라이나 국가와 국민을 축하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영국에서 개최하는 것이 확정된 만큼 영예롭게도 영국이 직접 나서 그 약속을 지킬 것”이라며 “우리 우크라이나 친구들을 대표해 정말 멋진 경연의 장으로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올해 유로비전 대회는 지난 5월14일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렸다. 우크라이나 음악인들로 구성된 ‘칼루시 오케스트라’가 유럽 각국 국민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 속에 당당히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우승곡은 우크라이나 전통 민요에 랩과 춤을 접목한 ‘스테파니아’였다. 음악도 좋고 공연도 훌륭했지만 무엇보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고통을 겪는 우크라이나를 응원하려는 열기가 이 같은 결과를 낳았다.
올해 ‘유로비전 2020’ 대회 우승팀인 우크라이나 밴드 ‘칼루시 오케스트라’. AP연합뉴스
칼루시 오케스트라는 우승 트로피를 경매에 내놓아 번 90만달러(당시 환율로 약 11억원)를 “조국을 지키기 위한 전쟁에 쓰겠다”며 전액 우크라이나군에 기부했다. 이는 세계 음악팬들에게 뜨거운 감동을 선사했고 ‘유로비전 2023은 꼭 우크라이나에서 열리길’이란 국제사회의 바람도 그만큼 커졌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내년에 과연 우크라이나가 유로비전 대회를 개최할 수 있을지 우려가 제기됐다. 결국 대회를 주관하는 EBU 측이 이날 우승국 우크라이나를 대신해 준우승국 영국이 개최권을 갖는 것으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지난 유로비전 2022에서 영국 출신 싱어송라이터 샘 라이더가 칼루시 오케스트라에 이어 2위를 차지한 점을 감안한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끝까지 개최권을 놓고 싶어하지 않았으나 전쟁을 거치며 형제처럼 가까워진 영국에 개최권이 넘어가게 되자 흔쾌히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대회 준비와 생중계 등에 우크라이나 공영방송사 PBC를 참여시키기로 한 영국 정부의 결단도 우크라이나가 마음을 돌리는 데 한몫 한 것으로 보인다. AFP통신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EBU의 발표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올해 ‘유로비전 2020’ 대회 준우승자인 영국 싱어송라이터 샘 라이더. 방송 화면 캡처
영국은 올해 2월24일 전쟁 발발 이후 국제사회의 대(對)러시아 제재 및 우크라이나 지원을 주도하고 있다. 우크라이군이 필요로 하는 무기를 대량으로 공급한 것은 물론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청년들을 자국으로 데려와 4개월 과정의 신병 훈련 프로그램까지 제공하고 있다. 영국이 우크라이나를 위해 싸울 전사들의 요람이 된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런 영국을 “우크라이나의 가장 좋은 친구”라고 치켜세운 바 있다. 이번에 영국이 우크라이나를 대신해 유로비전 대회까지 개최하게 되면서 향후 영국·우크라이나 양국 관계는 한층 더 깊어질 전망이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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