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총리 후보들 "내가 중국과 싸울 적임자" 경쟁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후임 자리를 놓고 최종 대결을 펼칠 리시 수낙(42) 전 재무장관과 리즈 트러스(47) 외무장관이 서로 자신이 총리로서 중국에 강경하게 맞설 적임자라며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둘 중 누가 총리가 돼도 중국 견제 움직임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다.
25일(현지 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수낙 전 장관은 “중국은 현재 영국과 세계의 안보와 번영을 가장 크게 위협하고 있다”며 영국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한 주요 공약을 제시했다. 그는 우선 영국에서 운영되는 공자학원 30개를 모두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공자학원은 중국이 해외에서 중국어와 중국 문화 전파를 위해 설립한 정부 직속 기관으로, 중국 공산당 이념 전파 거점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수낙 전 장관은 공자학원을 겨냥, 영국 대학이 해외 기관 등으로부터 5만파운드(약 7900만원) 이상 연구비를 지원받는 경우 관련 정보를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는 “영국 대학이 중국 정부의 소프트파워 증진을 위해 공자학원에 이용당하고 있다”며 “중국 공산당을 영국 대학들에서 쫓아내겠다(kick out)”고 말했다.
그는 영국 보안정보국(MI5)을 통해 중국 스파이 활동 감시를 강화하고, 영국의 기술 스타트업을 중국 투자 자본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국가보안법을 더 강력하게 만들겠다고 했다. 중국의 사이버 안보 위협에 대항하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형식’의 새로운 국제적 동맹 창설도 공약했다.
트러스 외무장관 측은 수낙 전 장관이 2019년 ‘영·중 경제 금융 대화’를 개최한 것을 거론하며, 그가 중국에 대해 부드러운 태도를 보여왔다고 비판하고 있다. 대표적인 대중 강경파인 이언 덩컨 스미스 전 보수당 대표는 “지난 2년간 수낙이 (중국의 위협에 대응해) 무엇을 했느냐”고 공세를 펼쳤다. 대중(對中) 강경 외교 정책을 펼쳐온 트러스 장관이 중국에 맞설 의지가 훨씬 더 강력하다는 것이다. 트러스 장관은 주요 7국(G7)이 중국 위협에 대항하는 ‘경제 나토’가 돼야 한다며, 중국이 국제 규범에 따라 행동하지 않을 경우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20일 보수당 대표 경선 5차 투표에서 수낙 전 장관(137표)과 트러스 장관(113표)이 각각 1·2위를 차지하며 최종 후보로 결정됐다. 보수당은 약 16만명에 달하는 전체 당원을 대상으로 우편 투표를 실시해 오는 9월 5일 새 대표를 선출한다. 의원내각제인 영국은 집권당 대표가 총리를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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