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총경 집단행동' 징계 방침에.. 경찰 "다같이 징계 받자"
하나회 빗대며 강도 높게 비판
경찰, 30일 팀장회의 참석 독려
지구대장·파출소장도 동참 추진
류삼영 정복입고 회의주도 문제 소지
전문가 "공무원 집단행동 위반 여지"
국힘 "文정부 靑밀실인사엔 침묵하더니.."
민주, 행안부 대정부 질문서 '경찰국' 추궁
이상민 "쿠데타와 내란은 달라" 발언 공방
이 장관은 2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경찰국 신설 취지와 배경에 대한 오해, 왜곡이 누적돼 총경회의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이르게 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는 “회의를 주도하는 특정 그룹이 있다”면서 “하나회가 그렇게 출발했고, 12·12 같은 불행한 사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서장회의를 주도한 경찰들을 쿠데타를 일으킨 불순 세력에 빗댄 것이다.
이 장관은 ‘무기를 가질 수 있는’ 경찰이 명령에 불복종해 모였다고 지적하며 “경찰청에서 위법성에 대해 엄정히 조사하고 그 후속 처리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경찰서장 회의가 평검사·검사장 회의와 무엇이 다르냐는 지적에는 “평검사회의는 금지나 해산 명령이 없었고 평검사들이 소속 검찰청의 의사 전달 역할만을 수행했으나, 이번 총경회의는 강제력과 물리력을 언제든 동원할 수 있는 지역의 치안책임자들이 지역을 이탈해 모였다”고 강조했다.
윤 후보자는 “더는 유사한 모임을 금한다. 이를 위반하면 엄정한 조치가 불가피한 상황임을 양지해 달라”고 강조했다. 서장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전 서장을 대기발령한 것에 대해 “모임을 주도한 책임뿐 아니라 청장 후보자의 직무명령을 스스로의 판단으로 거부했다”며 “(이 같은 사실을) 참가자에게 전달하지 않은 것은 중대한 사안이라고 생각해 대기발령을 철회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경찰 내부망에는 오는 30일 경위·경감급이 주도하는 전국현장팀장급회의 참석을 독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경남 마산의 한 지구대장은 “전국팀장회의에 전국 지구대장과 파출소장의 참석도 제안한다”며 “팀장들도 같이하겠다는데 지구대장과 파출소장도 동참하는 게 동료의 의리가 아닐까 싶다”고 글을 남기기도 했다. 퇴직 경찰 모임인 경우회도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경우회를 찾아 경찰청장 장관급 격상을 언급했던 약속을 지키고 행안부 장관이 지휘하는 현재 계획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경찰 총경에 이어 경위·경감급도 집단 행동을 예고했는데 어떻게 보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행안부와 경찰청에서 필요한 조치를 잘 해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형사처벌까지 될 엄중 사안” vs “휴일 서장회의 징계 과도”
정부는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전국경찰 서장회의를 사실상 쿠데타에 준하는 ‘집단반발’로 규정하고 상응하는 징계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이다. 경찰의 집단행동이 간부급인 총경에서 경위·경감 등 일선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자 강경 대응으로 사태를 조기에 수습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서장회의에 참석한 총경들의 무더기 징계가 거론되는 가운데 일각에선 정부가 성급하게 징계 카드를 꺼내 경찰의 반발을 더 키우고 경찰국 신설 명분까지 약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청은 이날 각 시도경찰청에 ‘복무규정 준수사항’이 담긴 공문을 내려보내면서 해산 명령에도 총경회의를 진행한 것을 언급하며 “국가공무원법 제63조 품위 유지의 의무와 제66조 집단 행위의 금지,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8조의2 복장 및 복제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감·경위급 현장 팀장 회의도 국가공무원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각에선 서장회의에 참석한 총경들에 대한 무더기 징계까지 거론되고 있다. 경위·경감급까지 번지고 있는 항명 사태를 조기에 수습하기 위해서라도 강도 높은 징계 카드를 꺼낼 것이란 관측이다.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는 “주도자와 참석자들은 책임의 경중이 다르다. 조사(감찰)를 통해 확인하면서 응당한 조치가 가능할 것”이라며 징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그러나 휴일에 진행한 서장회의에 참석한 것을 집단반발로 규정하고, 이를 징계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서장회의에 참석했던 한 총경은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경찰에 대한 통제를 이런 식으로 진행하는 것은 역사적 후퇴라고 본다”며 “그런 통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자 하는 총경들이 휴일에 자기 시간을 내서 논의한 것뿐인데, 정부가 쿠데타라고 하는 것 자체가 이것을 추진할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총경은 “집단지성을 잘 모아 경찰청장 후보자에게 의견을 전달하자는데 쿠데타라고 한다”며 “‘의견 잘 수렴해서 알려달라’던 후보자가 징계를 내린 것도 윗선의 압력이 있던 게 아닐까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류 총경을 응원하는 목소리도 잇따랐다. 이날 경찰 내부망에는 “이참에 계급별로 회의를 열어 다 같이 대기발령 받자”, “우리 스스로 수백 수천명의 감찰 대상이 돼야 한다”는 등의 글이 올라왔다.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는 류 총경의 대기발령을 비판하는 1인 시위도 시작됐다. 경찰청과 그 맞은편의 경찰기념공원에는 ‘국민의 경찰은 죽었다’는 글귀가 적힌 근조 화환 수십개가 놓였다.
여야는 25일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 추진에 경찰이 조직적 반발에 나선 것을 놓고 격돌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23일 총경급 경찰관들이 연 전국 경찰서장 전체회의 등 경찰의 집단행동을 겨냥해 연일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경찰조직을 비호하며 당내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공식 기구로 격상하겠다고 밝히는 등 전면전 태세에 돌입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청와대가 밀실에서 인사권을 행사할 때는 침묵하더니, 인사 지원 부서를 만든다고 ‘장악’ 운운하며 집단행동에 나서는 것은 선택적 분노이자 정치 규합”이라고 지적했다.
권 직무대행은 페이스북에서도 “(경찰 집단행동의) 본질은 항명을 모의하는 ‘경찰판 하나회’”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가경찰위원회를 실질화하여 민주적 통제를 받겠다고 하지만 이는 궤변”이라며 “경찰위원회는 민변 출신 대통령이 임명한 민변 출신을 위원으로 임명한 ‘민변 아바타’”라고 주장했다.
조해진 의원은 “경찰사태가 광우병사태를 닮아간다. 그때도 멀쩡한 수입 쇠고기를 ‘뇌송송, 구멍탁’이라며 광우병 공포로 허위·과장·왜곡 선동했다”며 ”광우병 때는 거짓 앞에 참담하게 백기를 들었지만 이번에는 달라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정권의 경찰 장악 음모에 정면으로 맞서 싸우겠다”고 선언했다. 회의에선 TF로 운영돼온 ‘윤석열정부 경찰 장악 저지 대책단’을 당의 공식기구인 ‘윤석열 정권 경찰 장악 대책위원회’로 재편하는 안이 의결됐다.
민주당은 이날 열린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도 경찰국 신설 문제를 집중 추궁했다. 문재인정부 마지막 법무부 장관을 지낸 박범계 의원은 이상민 행안부 장관을 향해 “치안사무뿐 아니라 수사도 간섭·통제하려는 것 아닌가”라고 쏘아붙였다. 그러자 이 장관은 “전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이 장관은 ‘(서장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총경을 징계하느냐’란 박 의원의 질문엔 “제 직무 범위가 아니기 때문에 답변하기 어렵다”고만 답했다.
김병주 의원은 “이 장관이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12·12 쿠데타에 준하는 사항’이라고 얘기했는데, 너무나 부적절한 언급이고 국민 정서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비유”라고 질타했다. 박주민 의원은 이 장관으로부터 ‘(쿠데타와 내란은) 조금 다르다’는 답변이 나오자 “쿠데타와 내란이 다르다는 거의 유일한 학설이 나온 것 같다”고 비꼬기도 했다.
권구성·송은아·이현미·장한서·김주영 기자, 울산=이보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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