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 개정? 아니요", "세제 개편! 맞습니다~"..조세소위 터줏대감 秋부총리의 자신감

세종=이민아 기자 2022. 7. 2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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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이후 사라졌던 세제 개편안
"개정 폭 상당히 커..전반적인 구조의 변화"
법인세율 인하, 다주택 종부세 중과 반대 넘어설까

매년 정기국회에 각종 조세법 개정안을 제출하는 기획재정부가 올해는 지난 10년 간 사용했던 ‘세법 개정안’이라는 타이틀이 아니라, “세제 개편안’이라는 이름으로 정부안을 발표한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노무현, 이명박 정권 때 사용됐던 ‘세제개편안’이라는 조세법 개정안이 지난 2010년 사라졌다가, 올해 12년만에 부활하게 됐다.

세제 개편안이라는 표현을 다시 전면에 내건 것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자신감이 드러나는 부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현역 재선 의원인 추 부총리는 19대 국회로 국회의원 배지를 단 이후 지난 6년 동안 세법을 다루는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에서 상임위 활동을 했다. 조세소위에서 잔뼈가 굵은 만큼 국회의 조세법 심의에 상당한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종합부동산세 개편 등 거대 야당의 반대 목소리가 높은 사안을 관철시키겠다는 의지가 드러난다는 해석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5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브리핑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 시작에 앞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12년만에 부활한 ‘세제 개편안’

2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추 부총리는 지난 21일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주재하고 세제 개편안을 논의, 확정했다. 정부가 세금 제도 관련 개편 사항을 발표하면서 ‘세제 개편안’이라는 용어를 쓴 때는 지난 2010년이 마지막이었다. 이후 2011년부터는 ‘세법 개정안’으로 정부의 세금 관련 법안 개정안이 발표됐다.

고광효 기재부 세제실장은 세발심에 앞서 지난 18일 관련 브리핑을 통해 “올해는 세법 개정안이 아니라 세제 개편안”이라며 “개정 폭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세제 개편안으로 발표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도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세제 개편안 당정협의회에서 “정부가 오늘 세법 개정안이 아닌 세제 개편안으로 이름을 붙인 것이 연례적으로 한 단순한 법 개정이 아닌 굵직한 제도 개편에 방점을 뒀기 때문”이라고 이에 대해 따로 언급했다.

고 실장은 이후 세제 개편안의 의미에 대해 추가적으로 설명하면서 “오래 된 집의 창문 깨진 곳을 고치고, 못 빠진 곳에 못을 박는 ‘수리’의 개념으로 과세 대상, 세율, 과표 등을 조정하는 수준이 세법 개정”이라며 “오래된 집을 리모델링, 재건축하는 수준의 장기적, 구조적인 변화가 담겨 있는 것이 세제 개편”이라고 설명했다.

세제 개편과 세법 개정은 단 두 글자 차이지만, 향후 정부의 세법 관련 정책의 방향을 알 수 있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세법 개정은 국회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 세금 제도 개편에 정부가 의견을 제시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해석이다.

세법 개정으로 세금 제도 개편을 설명할 때는, 국회가 주도권을 쥔다는 성격이 더 강하다는 것이다. 세법 개정이 국회 본연의 업무인 ‘법 개정’에 더 무게를 두는 것이라면, 세제 개편은 정부가 주도하는 ‘제도 개편’을 강조하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즉, 세제 개편은 정부가 주도하고 국회는 타당성 여부만 심의하는 방식으로 조세 제도를 개편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이끌어가겠다는 기재부의 선언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픽=이은현

◇민주당 반대 이겨내고 세제 개편안 관철할까

이번 세제 개편안은 국회 의석의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일찍부터 반대를 드러낸 정책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사실상 이번 세제 개편안의 관철을 위해선, 더불어민주당과의 정면 대결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법인세 인하는) 효과는 없고 부자 감세라고 비판받았던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재탕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초선 의원 때인 19대 국회부터 기재부 차관 경력을 발판삼아 기재위 간사로 활동했던 추 부총리는 지난 6년 동안 세법 심의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야당 의원 입장에서 세제 개편을 다뤄본 경험이 두텁다. 잔뼈가 굵은 추 부총리가 민주당과의 협상을 통해 조세소위를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세제 개편’이라는 주도적인 용어로 드러냈다는 해석도 나온다.

민주당이 반대하는 대표적인 세제 개편안의 내용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인하하는 것과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중과 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이다. 법인세 최고세율은 일부 재벌 대기업에 대한 특혜,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중과는 보유세 부담을 높여 시장에 매물을 출회하기 위한 목적으로 문재인 정부 때 도입된 세제다.

기재부가 국회에 이번 세제 개편안의 통과를 호소할 수 있는 부분은 개편안 곳곳에서 발견된다. 우선 전반적인 감세 기조 속에도 비과세 항목을 과다하게 늘리지 않았다. 또법인세는 최고세율을 깎아주는 대신에 대기업에 기본적으로 20%를 적용하는 방안을 담았다. 이 방법으로 대기업의 관련 세수 2000억원이 늘어난다는 내부 통계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재부 일각에서는 ‘야당 의원 추경호’를 그리워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문재인 정부 시절, 추경호 부총리가 국회 기재위 조세소위원장 등을 역임하고 있을 때 기재부 입장에서 당시 그는 ‘세제에 관해 해박하고 가장 말이 잘 통하는 야당 의원’이었기 때문이다. 한 기재부 관계자는 “그나마 정부의 설명을 들어줄 만한 분으로 여겨졌던 김진표 의원이 국회의장이 되어버린 지금, 민주당 기재위에 세제 개편 취지를 설명하면 이해해줄 만한 의원이 있는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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