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업 승계 기업인, 사업 재편 기회 열린다..고용유지 의무 완화·자산 처분 한도 확대

윤희훈 기자 2022. 7. 2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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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계 후 구조조정 막던 가업상속공제 사후요건 대폭 완화
중소기업인 10명 중 9명 "가업상속공제 사후요건, 너무 엄격"
정부 "기업환경 급변 상황 고려"
지난 1월 윤석열 당시 대통령 후보가 인천 남동구에 소재한 중소기업 경우정밀을 찾아 회사 관계자로부터 공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중소·중견기업인이 가업상속공제 혜택을 받을 경우, 기존 고용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해야 하는 의무가 대폭 완화된다. 사업 승계 시점의 고용규모 등을 80% 이상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 확인을 승계 후 7년 동안 매년 확인받아야 세금 공제를 유지할 수 있는 독소 조항이 사라진다. 대신 승계 후 5년 동안 고용인원·총급여액을 90% 수준으로 유지하면 가업상속 승계 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물려받은 회사의 자산도 7년 동안 20%(5년 이내 10%)까지만 처분할 수 있던 것을, 5년 동안 최대 40%까지 처분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가업승계를 돕겠다며 만든 지원 정책이 되려 상속기업인의 사업재편과 구조조정을 발목잡던 것을 상당 부분 해소할 것이라는 기대석인 관측이 나온다.

2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가업승계 지원 방안을 2022년 세제개편안에 담았다.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을 통해 현행 ‘상속세및증여세법’(상증법)에 명시된 가업상속공제의 사후관리 기간 및 요건을 대폭 완화한다. 우선 현행 7년인 사후관리기간을 5년으로 줄인다.

이와 함께 ‘매년 정규직 근로자 수 기존 대비 80% 이상 또는 총급여액 80% 이상’으로 규정한 고용유지 조항은 삭제하고, 7년 통산 정규직 고용 기존 대비 100% 유지 요건을 5년 통산 90% 유지로 완화한다. 현재는 승계 후 7년 동안 매년 고용인원과 총급여액을 승계 시점 대비 80% 이상으로 유지된다는 점을 확인 받아야 한다. 그러면서 7년 통산으로는 고용인원, 총급여액이 유지돼야 했다.

자산유지 요건도 현행법상 ‘가업용 자산의 20%(5년 이내 10%) 이상 처분 제한’에서 ‘40% 이상 처분 제한’으로 대폭 완화했다. 5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 자산 처분 한도를 4배로 상향한 셈이다.

업종 변경도 한국 표준산업분류에서 중분류 내에서 허용하던 것을 대분류 내에서 허용하는 것으로 확대했다. 업종 대분류가 ‘제조업’인 업체는 제조업 내 25개의 중분류 업종으로 사업 업종을 바꿀 수 있게 된 것이다.

업계에선 가업상속공제를 받은 기업인이 가업을 승계한 후 인력 감축과 자산 유동화 등의 사업구조조정을 추진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사후관리 규제 완화는 가업상속공제를 받아 현재 사후관리가 시행 중인 기업에도 적용이 된다.

2022 세제개편안 가업상속공제 사후요건 비교. /기재부 제공

가업상속공제는 10년 이상 가업을 영위한 기업인이 자녀 등에게 가업을 물려줄 경우, 가업영위기간에 따라 과세가액을 공제해주는 제도다. 현행법은 ▲10년 이상 20년 미만, 200억원 ▲20년 이상 30년 미만, 300억원 ▲30년 이상, 500억원을 과세가액 공제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올해 세제개편안을 통해 과세공제가액을 각 구간별로 2배씩 상향 조정한다. 최대 1000억원까지 과세가액에서 공제 혜택이 제공된다. 상속세가 상속자산의 최대 50%(경영권 프리미엄 포함시 60%)까지 과세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가업상속공제를 통한 감세 혜택은 상당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가업상속공제 혜택을 입은 기업인들은 상속 후 7년간 업종·고용·자산·지분 유지 등의 의무가 부여된다. 만약 사후관리의무를 위반할 경우, 공제받은 상속세를 다시 뱉어내야 한다.

이 때문에 중소·중견기업인들은 해당 제도에 대해 ‘혜택은 좋지만, 조건이 까다로운’ 정책이라고 평가를 해왔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실시한 ‘중소기업 가업승계 실태조사’에서도 응답기업의 88.8%는 가업 승계 지원과 관련해 ‘고용 유지 등 사후관리요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한 중소기업인은 “현행 제도는 업종변경 제한과 고용 유지 의무에 대한 부담 때문에 차라리 자녀에게 창업금 명목으로 현금을 증여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할 정도”라며 “상속 후에도 회사의 성장이 이어져 고용도 늘면 좋겠지만, 승계 이후 사업 재편 등 구조조정이 수반되는 업계의 현실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는 중소기업계의 이러한 목소리를 반영해 가업상속공제의 사후관리 요건을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가업상속공제의 엄격한 사후관리 요건이 오히려 기업의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저해한다고 지적됐다”면서 “그동안 제도 활성화를 위해 요건을 지속적으로 완화해 왔으나, 여전히 요건이 엄격해 원활한 가업승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급변하는 기업 환경을 고려해 사후 요건을 완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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