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성기 아닌데 갑자기 목소리 변했다? 이 병 탓일수도 [헬시타임]

안경진 기자 2022. 7. 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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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쉬고 말하고 먹는 기능 모여있는 두경부, 암 생기면 삶의 질 '뚝'
2019년 국내 두경부암 환자 2만3691명..2015년대비 19% 증가
초기 증상 없어 조기 발견 어려워.. HPV 백신도 두경부암 예방 효과
목이 붓고 혹이 만져진다면 두경부암의 증상일 수 있다. 이미지투데이
[서울경제]

어느 날 갑자기 목소리가 변했다고 느껴진다면? 혹은 가래에 피가 섞여 나오는 증상이 지속된다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일상에서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법한 이러한 신체 변화가 나타났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수롭지 않게 넘길지 모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두경부암의 증상일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두경부는 머리(頭)와 목(頸) 부위, 정확히는 뇌 아래에서 가슴 윗부분까지 눈을 제외한 목과 코, 입, 귀 부위를 일컫는 용어다. 숨을 쉬고 냄새를 맡고 음식을 씹고 삼키는 통로이자 목소리를 내고 말을 하는 기관을 총칭한다.

따라서 이곳에 암이 생기면 호흡, 음식섭취, 발성 등에 문제가 생겨 삶의 질 저하가 불가피하다. 또한 수술 후에도 장애가 남을 확률이 높다.

남인철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두경부암을 빨리 발견해 치료하면 완치율이 높은 것은 물론 두경부 기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외모에도 큰 변화가 없다”며 “조금이라도 이상 증상이 느껴진다면 조기에 병원을 찾아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7월 27일 세계 두경부암의 날을 맞아 남 교수와 함께 질환에 대해 살펴보자.

◇두경부암 환자, 4년간 19% 늘었는데···초기 증상 없어 발견 어려워

국내 두경부암 환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 2019년 두경부암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2만 3691명으로 집계됐다. 2015년 1만 9856명과 비교할 때 4년간 3835명(19.3%) 증가한 것이다.

두경부암은 암이 생기는 위치에 따라 인두암, 구강암, 후두암, 침샘암 등으로 나뉜다. 갑상선암도 포괄적인 의미에서 두경부암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두경부암은 질환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인 3~4기에 발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아 조기 발견이 어렵기 때문이다. 임파선 전이가 일어나 목에 임파선이 만져지거나, 임파선에 생긴 문제의 원인을 찾는 과정에서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두경부에 통증 신경이 적게 분포하는 것도 조기 진단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남인철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사진 제공=인천성모병원

치료도 어려운 편이다. 두경부는 다른 기관보다 평균적으로 좁고 미세한 데다 가느다란 뇌신경과 중요 혈관들이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다. 능숙한 의료진이 아니라면 근접한 다른 기관이나 미세한 신경을 건드릴 수 있다는 의미다. 남 교수는 “두경부암이 주로 발견되는 3~4기에 치료를 받게 되면 주변 기관까지 많이 도려내야 한다"며 "치료 후 먹지 못하거나 말하지 못하는 등 큰 장애를 남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위험인자는 흡연·음주·HPV··· HPV 백신으로 예방 효과 기대할 수 있어

두경부암의 위험인자는 흡연, 음주,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등이다. 특히 흡연은 두경부암 발생 위험을 약 15배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음주는 하인두나 후두부에 발생하는 암에 주로 관여한다. 흡연과 음주를 동시에 하면 암 발생 위험이 4배 이상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자궁경부암의 발생 원인으로 알려진 HPV는 구인두암 발생과도 관련이 깊다. 구인두 편평상피세포암의 약 15~50%에서 HPV가 발견된다.

두경부 자체가 워낙 광범위한 기관을 총칭하다 보니 증상 역시 발생 부위에 따라 달라진다. 대표적 증상으로는 목소리가 변하거나 삼킴 곤란, 호흡곤란, 목의 이물감 등이 있다. 구강암은 구강 내 한 곳에서 지속적으로 악화하는 통증과 종물(혹)이 특징이다. 후두암은 초기 목소리가 변하거나 이물감을 느끼게 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호흡곤란을 호소한다. 하인두암은 목의 이물감으로 시작해 삼킴 곤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비인두암은 목의 종물이 흔한 증상으로 나타난다.

두경부암을 진단할 때는 내시경 검사와 CT(컴퓨터단층촬영)나 MRI(자기공명영상) 등 영상검사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PET-CT(양전자 방출 단층촬영)로 두경부암의 범위와 원격 전이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1기 생존율 90% 달하지만···3기부터는 절반으로 떨어져

두경부암의 치료는 수술적 치료와 비수술적 치료로 나뉜다. 비수술적 치료는 방사선 치료, 항암 치료 등이 대표적이다. 초기 두경부암은 수술 또는 방사선 치료와 같은 단독 치료로 완치가 가능하지만, 진행된 단계라면 어느 한 가지 치료 만으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수술, 항암, 방사선 치료를 적절히 병합하는 치료가 필요하다. 남 교수는 “두경부암은 암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물론 먹고, 말하고, 숨 쉬는 기능을 최대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발생 위치나 원인, 환자의 나이나 직업 등 환자 상태에 따른 맞춤 치료가 주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두경부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금연과 금주 뿐 아니라 HPV 감염을 막기 위해 건전한 성생활이 권고된다. 자궁경부암 백신으로 잘 알려진 HPV 백신을 접종하는 것도 두경부암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현재 접종 가능한 HPV 백신은 '서바릭스'와 '가다실', '가다실9' 등 3종이다. 각각 표적하는 바이러스 유형의 개수가 다른데, 그 중 2가 HPV 백신인 '서바릭스'와 4가 백신인 '가다실'은 국가예방접종(NIP) 사업으로 지원이 가능하다.

두경부암 1기 환자의 5년 생존율은 90%에 달한다. 두경부암 2기 환자의 5년 생존율은 70%, 3기는 50% 4기는 40% 정도로 진단이 늦어질수록 생존율이 급격히 저하되는 경향을 보인다. 환자 입장에서는 두경부암을 조기에 발견할 경우 90% 이상 완치할 수 있다는 점이 희망적인 요인이다.

△어느 날 갑자기 목소리가 변한다 △가래에 지속적으로 피가 섞여 나온다 △음식을 먹을 때 통증이 느껴진다 △목이 붓고 혹이 만져진다 △입안의 궤양이 잘 아물지 않는다 등 두경부암의 자가진단법을 익혀두는 것도 조기 진단에 유용하다.

남 교수는 “두경부암은 정기 검진을 통해 조기에 발견하면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다"며 "섣부른 두려움을 갖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안경진 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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