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모이면 구국충정, 경찰이 모이면 반란모의냐"

하수민 기자, 정세진 기자 2022. 7. 26.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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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허경 기자 =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이 25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2.7.25/뉴스1

"하나회의 12·12 쿠데타에 준하는 상황으로 대단히 부적절 하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23일 열린 전국 경찰서장(총경)회의를 겨냥해 작심 비판에 나섰다. 경찰청은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울산중부경찰서장을 대기발령하고 이날 현장에 참석한 총경 56명에 대한 감찰에 착수했다.

하지만 일선 경찰들의 반발은 더 심화했다. 총경 주도로 시작된 일선 경찰의 반발이 경감과 경위 등으로 확대되며 경찰직장협의회(직협)와 경찰노조로 각각 번지는 모양새다.

이상민 "경찰은 총칼 동원하는 집단...검사회의와 달라"
(아산=뉴스1) 김기태 기자 = 23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마친 류삼영 울산중부경찰서장(총경)이 회의 내용에 대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7.23/뉴스1
이 장관은 25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경찰서장 회의에 대해 "경찰 총수인 경찰청장 직무대행자가 해산 명령을 내렸는데도 그걸 정면으로 위반했다"며 "군으로 치면 각자의 위수지역을 비워 놓고 모임을 한 건데, 거의 하나회의 12·12 쿠데타에 준하는 상황으로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국가공무원법은 1년 이하로 돼 있는데 경찰공무원법은 2년 이하로 더 가중해서 처벌하도록 돼있더라"라며 "이것은 단순한 징계 차원을 넘어선 것이 아니라 형사처벌까지 될 수도 있는 엄중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찰청에서 위법성에 대해 엄정히 조사하고 그 후속처리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경찰국 신설에 대한 경찰 반발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장관은 이날 열린 국회 대정부질의에서도 "경찰은 (검찰과 달리) 총칼(물리력)을 동원하는 집단"이라며 "이번에는 최고통수권자의 해산명령을 어긴 것으로 (검사회의와) 완전히 차원이 다르다"라며 작심 비판했다.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도 전국 경찰서장 회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재차 피력했다. 윤 후보자는 이날 서면 기자간담회에서 "회의 중에도 회의를 주도하는 류삼영 총경에게 '즉시 모임을 중지할 것과 참석자들이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지시를 했는데 이를 거부하고 참석자들에게 즉시 제대로 전달하지 않은 채 모임을 강행했다"며 "경찰청장 직무대행의 지시 명령과 해산 지시를 불이행한 복무규정 위반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지난 23일 경찰내 총경급 간부들은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전국경찰서장회의'의를 열고 행안부 경찰국 신설과 관련해 '법령 제정 절차를 보류하라는 의견을 냈다. 이날 회의에는 전국 총경 3분의 1에 가까운 189명이 온·오프라인으로 참석했다.

경찰청은 "국민적 우려를 고려해 모임 자제를 촉구하고 해산을 지시했음에도 강행한 점에 대해 엄중한 상황으로 인식한다. 복무규정 위반 여부 등을 검토한 후 참석자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입장을 낸 뒤 회의를 주관한 류삼영 총경(울산중부경찰서장)을 대기발령 조치하고 회의에 참석한 총경급 경찰관 56명의 감찰에 착수했다.

경찰들 "우리가 쿠데타 세력이냐" 반발 격화
(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행안부의 경찰국 신설을 둘러싼 경찰 내부 반발이 확산하고 있는 2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인근에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내용이 담긴 근조화환이 설치되고 있다. 2022.7.25/뉴스1
경찰국 신설 반대 의견을 낸 경찰들을 징계하고 회의 참석자들을 감찰하기로 결정하자 경찰 내부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경찰 내부망 '현장활력소'에는 "경찰관을 얼마나 우습게 보면 작금의 일을 12·12 쿠데타로 비유하냐"며 "경찰이 완전히 무장해서 어딜 쳐들어갔냐. 해도 해도 너무한 것 아니냐?"는 글들이 올라왔다. 전국 경찰서장 회의 참석 사실을 스스로 신고 하면서 "저도 대기 발령시켜달라", "명단 파악할 필요 없다"는 글들도 이어졌다. "검찰이 모이면 구국충정? 경찰이 모이면 반란모의? 지나가는 소가 웃겠다"는 반응도 있었다.

전국 경찰 직장협의회는 이날 오전 10시 반부터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류삼영 총경 대기발령 등에 반발해 릴레이 1인 시위에 돌입했다. 경찰청 앞에는 이 경위, 김 경사 등 익명의 일선 경찰들이 보낸 근조 화환 34개가 늘어섰다.

1인 시위자로 나선 김연식 경남경찰청 경위는 이 장관의 '쿠데타 발언'에 대해 "무슨 하위직 경찰관들과 총경이 회의 한 번 한 걸 갖고 쿠데타라고 하냐"며 "경찰관 26년째 오로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경찰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 경찰 직장협의회는 서울역과 용산역 앞 광장에서 '경찰국 신설 반대 독립성 보장 촉구' 홍보전도 열었다.

국가공무원노동조합 경찰청지부와 경찰청주무관노동조합은 "류삼영 총경(울산중부경찰서장) 대기발령을 철회하고 총경회의 참석자에 대한 감찰조사를 중단하고 촉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두 노조는 25일부터 29일까지 KTX 오송역, 대전역, 서울역, 용산역, 광주송정역, 부산역, 동대구역에서 순차적으로 하루 8시간씩 경찰국 신설의 부당성을 알리는 대국민 홍보전을 진행할 계획이다.

지구대·파출소장들까지 들고 일어났다
(대전=뉴스1) 김기남 기자 = 국가공무원노동조합 경찰청지부와 경찰주무관노조 노조들이 25일 오후 대전역 광장에서 경찰국 신설을 반대하는 1인시위 및 대국민 홍보 활동을 벌이고 있다. 오송역과 대전역을 시작으로 서울, 광주,부산, 대구 등 전국 주요 기차역에서 29일까지 경찰국 신설반대 시위를 이어 갈 예정이다. 2022.7.25/뉴스1.
오는 30일에는 충남 아산 경찰 인재개발원에서 경감·경위급 전국팀장 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경찰 지휘부와 행안부가 '징계' 등 강경대응에 나서자 총경급 이하 간부들까지 행동에 나서는 모양새다.

경찰 내부망에는 전국 지구대장과 파출소장들도 팀장 회의에 참여를 제안하는 글들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유근창 경남 마산동부경찰서 양덕지구대장은 이날 오전 경찰 내부망 글에서 "전국팀장 회의에 전국 지구대장과 파출소장이 참석하는 것을 제안한다"며 "저부터 참석하겠다"고 밝혔다.

유 대장은 "(류삼영) 서장도 대기발령에 감찰조사 받게 되고 팀장들도 같이하겠다는데 지구대장과 파출소장도 동참하는 게 동료의 의리가 아닐까 싶다"고 했다.

한편 행안부는 통상 40일인 입법예고 기간을 4일로 대폭 단축하며 경찰국 설치안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6~19일 입법예고를 거쳐 21일 차관회의를 마친 경찰국 신설 시행령안은 오는 26일 국무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다음달 2일 공포와 동시에 시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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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민 기자 breathe_in@mt.co.kr, 정세진 기자 sej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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