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캐나다 원주민 아동학살 사죄.. "겸허히 용서 구한다"

서유근 기자 2022. 7. 26.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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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 시각) 프란치스코 교황(왼쪽)이 캐나다 앨버타주(州)의 매스쿼치스를 방문해 원주민 지도자들이 선물한 머리장식을 착용한 채 원주민 지도자의 손에 입맞춤을 하고 있다. /APF 연합뉴스

가톨릭 교회 수장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캐나다 원주민 아동 학살 등 과거 교회가 저지른 악행에 대해 25일(현지 시각) 사과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캐나다 앨버타주(州)의 매스쿼치스의 옛 기숙학교 부지를 방문해 원주민들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교황은 “참회의 순례 첫걸음이 용서를 구하는 것이고, 깊이 사과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기에 왔다”면서 “그토록 많은 기독교인이 원주민들을 상대로 저지른 악에 대해 겸허하게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많은 기독교인들이 원주민들을 탄압하는 열강들의 식민화 사고방식을 지지했던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 개탄스러운 악에 직면한 교회는 하느님 앞에 무릎을 꿇고 신도들의 죄를 용서해 달라고 간청한다”고 했다. 그는 “특히 교회의 많은 구성원이 당시 (캐나다) 정부가 추진한 문화적 파괴와 강요적인 동화 정책에 협조한 것에 대해서도 용서를 구한다”고 밝혔다.

25일(현지 시각) 캐나다 앨버타주(州)의 매스쿼치스를 방문해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는 프란치스코 교황(가운데)과 캐나다 원주민 지도자들. /AFP 연합뉴스

앞서 지난해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서스캐처원주 등의 원주민 기숙학교 터 4곳에선 1200구가 넘는 3~16세 원주민 아동의 유해가 발견돼 큰 충격을 줬다. 이들 기숙학교는 1881년부터 1996년까지 캐나다 정부가 인디언과 이누이트족 등 원주민 문화를 말살하고, 백인·기독교 사회에 동화시키려는 목적으로 설립됐다. 이 가운데 70%를 가톨릭교회가 위탁 운영했다.

100년 넘는 기간에 총 15만명의 원주민 어린이가 부모와 강제로 떨어져 전국 139곳의 학교 기숙사에 들어가야 했다. 이곳에선 사제와 교직원 등에 의한 신체적, 정서적, 성적 학대가 만연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구타 등으로 숨진 아이들은 가족에게 알리지도 않고 암매장했다. 지금까지 유해 1200여 구가 발견됐지만, 기숙학교에 들어갔다가 실종된 아이들은 최대 1만여 명으로 추산된다. 원주민들은 ‘문화적 집단 학살’로 규정한다.

지난해 원주민 아동 유해가 쏟아져나오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매우 고통스럽다”는 심경을 밝혔다. 교황은 지난 4월 바티칸을 찾아온 캐나다 원주민 대표단에 “깊은 슬픔과 수치를 느낀다”고 공식 사과했다. 당시 반드시 현장을 찾겠다고 약속하면서 이번 방문이 성사됐다.

전날 캐나다 앨버타주 에드먼튼 국제공항에 내린 교황은 캐나다 원주민 대표단의 환영을 받았다. 다만 참사 피해자 유족이나 생존자 일부는 “이제 와서 교황이 말로만 사과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사과하기엔 너무 늦었고, 그것이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는다” 등의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원주민 단체는 교회 차원의 배상과 보상, 살아있는 가해자들을 재판에 회부하는 데 대한 지원, 바티칸으로 훔쳐간 원주민 유물 반환, 기숙학교와 관련한 모든 기록 공개 등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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