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이요? 비행기값이 연봉 반인데"..선풍기 켜는 휴포족

심재현 기자 2022. 7. 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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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권 가격이 알고 있던 그 가격이 아니더라고요. 선풍기 바람이나 쐐야죠."

직장생활 2년차 김모씨(29)는 여름휴가 해외여행 계획을 일찌감치 접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3년만의 해외여행을 꿈꾸다 널뛰기 한 항공권 가격을 알고나서 '휴포족'(휴가포기족)을 선택했다.

상황이 좋지는 않지만 올 여름 휴가를 무조건 해외에서 보내겠다는 해외여행족도 만만친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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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이 해외에서 입국한 외국인과 내국인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뉴스1


"항공권 가격이 알고 있던 그 가격이 아니더라고요. 선풍기 바람이나 쐐야죠."

직장생활 2년차 김모씨(29)는 여름휴가 해외여행 계획을 일찌감치 접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3년만의 해외여행을 꿈꾸다 널뛰기 한 항공권 가격을 알고나서 '휴포족'(휴가포기족)을 선택했다. 해외여행을 가는 지인들을 보면 부럽지만 엄두가 나지 않는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보복 해외여행'이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 무색해졌다. 고물가와 고환율, 국제유가 상승에 치여 해외여행을 '그림의 떡'으로 보는 이들이 적잖다. 이른바 '베케플레이션'(휴가를 뜻하는 '베케이션'과 물가 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의 합성어) 효과다.

무엇보다 항공권 가격이 천정부지다. 이달 말 기준 인천~뉴욕 왕복 항공권 가격은 350만~400만원이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보다 2배 가까이 올랐다. 인천~파리 왕복 항공권은 300만원, 인천~런던 왕복 항공권은 550만원에 달한다. 4인 가족이 영국으로 휴가를 다녀오려면 비행기값으로만 2000만원 정도를 써야 한다. 하늘길이 열렸지만 해외로 나가는 게 쉽지 않은 배경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기 운항이 완전 정상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가까지 올라 항공권 가격에 붙는 유류할증료가 늘면서 항공권 가격이 예전보다 크게 오른 상황"이라며 "여름은 지나야 항공권 가격 인하를 예상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가 비행기 이착륙 금지 시간 조치와 이착륙 횟수 제한을 풀면서 평소 야간 운항이 많았던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노선에 다소 숨통이 트이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대한항공은 9월이나 돼야 운항 노선이 코로나 이전 대비 50%대를 회복할 계획이고 아시아나항공도 미주와 유럽 노선을 중심으로 운항을 확대하고 있지만 여전히 코로나 이전 노선에 크게 못 미친다.

고물가와 고환율도 선뜻 해외여행을 결심하기 힘든 이유로 꼽힌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5일 장중 13년 만에 최고치인 1320원까지 치솟은 뒤 13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 비슷한 수준이다. 코로나19 사태 전 환율이 1100원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그동안 오른 물가를 제외하더라도 여행 경비가 15% 이상 늘어나는 셈이다.

상황이 좋지는 않지만 올 여름 휴가를 무조건 해외에서 보내겠다는 해외여행족도 만만친 않다. 국토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국제선 여객 수는 지난 5월 94만1540명에서 6월 127만 9029명으로 35.8% 늘었다. 2020년 코로나19가 확산한 이후 한달 기준 국제선 여객 수가 100만명을 넘어선 건 올 6월이 처음이다.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은 7월 국제선 여객 수는 15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외여행도 양극화'라는 말도 나온다.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주부 한모씨(40)는 "코로나19 사태 전에는 가족들과 해외 여행을 가기도 했지만 4인 가족 비행기 값이 몇개월치 월급이라는 말에 아무 데도 안 가기로 했다"며 "해외여행도 갈 수 있는 사람만 가는 여행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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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현 기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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