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과 친한데 러 투자 '0', 대신 돈은 사우디로..中의 계산법

임소연 기자 2022. 7. 26. 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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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통한 중국의 대 러시아 투자가 올해 처음으로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와 이에 따른 러시아의 고립 때문에 투자 이점이 적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자금은 중동으로 향했다. 미국이 최근 공들이는 지역이기도 하다.

/AFPBBNews=뉴스1

24일 상하이 푸단대 녹색금융개발센터가 내놓은 '2022 상반기 일대일로 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이 러시아를 상대로 진행한 일대일로 사업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까지와는 상반된 결과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과 러시아는 지난해에만 20억 달러(2조6256억 원) 이상의 계약을 체결했다. 중국이 2000~2017년 러시아에 대출한 자금은 1254억 달러(164조6251억 원)에 달한다.

네더빌 왕 녹색금융개발센터 소장은 "서방이 주도하는 제재의 위협 때문에 러시아 투자가 줄었다. 그러나 투자 감소는 일시적이고 양국 관계는 튼튼하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올해 러시아에 신규 투자를 늘리진 않았지만 러시아산 제품 수입은 확대했다. 중국 해관총서 발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이 6월 러시아에서 수입한 상품 규모는 97억5000만 달러로 작년 같은 달보다 56.3% 증가했다. 반면 중국의 대러 수출은 67억3000만 달러로 작년 동월보다 17% 감소했다.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국앙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AFP

러시아에서 줄어든 중국의 투자는 중동으로 쏠리고 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가 가장 큰 수혜국이 됐다고 FT는 설명했다. 올해 상반기 전체 사업 액수의 33%가 중동에서 이뤄졌다. 미국이 지난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하면서 중동 지역에서의 미국 영향력이 줄어들자 중국이 그 자리를 메우기 위해 노력하는 것인데, 공교롭게도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 등을 순방하는 등 미국도 이 지역에 신경 쓰고 있다.

올 상반기엔 사우디가 가장 많은 사업 투자를 받았다. 총 55억 달러가 이곳에 몰렸다. 지난해엔 이라크에 신규 건설 계약 등으로 105억 달러가 투입됐다. 중국이 가치가 커진 에너지의 대규모 거래 및 건설 계약 등을 통해 중동 국가들과의 유대를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스리랑카/사진=AFP

한편 중국의 일대일로 투자 전체 규모는 감소세다. 중국이 올 상반기에 진행한 일대일로 사업 규모는 총 284억 달러로, 지난해 상반기(296억 달러)보다 3.4%, 2020년 상반기보다 40% 감소했다. 14차 5개년 경제개발계획(2021~2025년)에서 일대일로를 포함한 중국의 전체 해외사업 예산은 5500억달러로 앞선 13차 5개년 계획의 7400억달러에 비해 25% 감소했다.

투자 감소의 주요 이유는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다. 지난 2분기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0.4%로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올해 목표치인 경제성장률 5.5%는 이미 물 건너갔고, 추가 경기부양책 없이는 3% 성장도 힘들 것으로 봤다. 중국 정부는 올해 7조2000억 위안(1403조7840억 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를 위해 지방정부의 채권 판매를 승인하고, 이를 통해 고용과 소비, 가계지출 증가 효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전망은 회의적이다.

FT는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이 예전 규모만큼 다시 확대될 가능성은 낮고, 대신 중동의 석유 및 광물 등 전략적 자원에 대한 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한 방법에 집중할 것으로 예측했다.

일대일로 투자 축소는 기존 사업 참여 국가들의 대출 상환을 어렵게 한다. 중국에 갚아야 할 돈은 여전한데, 투자가 줄어 자국 내 인프라 건설이 마무리되지 못하거나 수익성이 감소하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지난 5월 '디폴트'를 선언한 스리랑카가 대표적이다. 스리랑카는 중국 돈을 빌려 공항, 항구, 철도 등 각종 인프라 건설을 통한 경제 발전을 꾀했지만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중국에 대한 빚만 잔뜩 늘었다. 스리랑카 정부는 대외 부채 중 10%가 중국에 진 빚이라고 밝혔지만, 미국의소리(VOA)는 스리랑카의 국가 부채 중 22%(110억 달러)가 중국에서 빌린 돈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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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소연 기자 goatl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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