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방지법'의 엉뚱한 조항 하나에.. 3만가구 주택건설 스톱
국회는 작년 12월 공공과 민간이 함께 추진하는 도시개발사업에서 민간 사업체가 과도한 이익을 취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도시개발법을 개정했다. 하지만 ‘대장동 방지법’으로 불리는 이 개정법에 현실과 동떨어진 조항이 삽입되면서 이미 추진 중인 도시개발사업이 줄줄이 중단되고, 수도권에서만 3만 가구 가까운 주택 공급이 차질을 빚을 위기에 놓였다.
해당 법은 시행일(올해 6월 22일) 이후 새로 개발구역 지정을 추진하는 사업지부터 적용되는데, 정부가 “기존에 추진하던 사업도 법 시행 전 개발구역 지정을 받지 못하면 사업계획 수립, 민간 사업자 공모 등 초기 절차부터 다시 진행해야 한다”고 해석해 논란이 되고 있다.
◇‘대장동 방지법’에 수도권 개발사업 10곳 중단
25일 각 지자체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이미 사업자가 선정된 민관 합동 도시개발 사업지 중 개정 도시개발법이 시행된 지난달 22일까지 개발구역 지정 절차를 마치지 못한 곳은 최소 10곳이다. 10곳 모두 공모 방식으로 민간 사업자를 선정하고 행정 절차를 진행하던 중 대장동 방지법이 시행되면서 사업이 사실상 중단됐다. 이 중 주택 공급 규모가 정해진 8곳의 물량만 더해도 2만6520가구에 달한다.
대장동 사태 방지를 위해 개정된 도시개발법의 요지는 민간 사업자 이익을 총사업비의 10% 이내로 제한하고,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해 과도한 개발 이익을 취하지 못하게 막는 것이다. 하지만 법 적용 기준이 ‘신규 개발구역으로 지정된 곳’으로 정해지면서 기존에 진행 중인 사업지 중 이 단계를 넘지 못한 곳은 처음부터 사업을 다시 추진해야 할 상황이다.
개정법은 특혜를 방지한다는 취지에서 사업계획 수립, 사업자 공모 등 초기 단계에서부터 강화된 규정을 적용하도록 규정했다. 이에 따라 개발구역 지정으로 법적인 사업자 지위를 획득하지 못한 곳은 아예 처음부터 다시 사업을 추진하도록 강제했다. 다만 기존 사업자에게 6개월의 유예 기간을 줬다. 하지만 실제 사업자들은 “6개월 유예 기간 동안 개발 구역 지정을 받으라는 것은 사업 현실을 전혀 모르는 독소 조항”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개발구역으로 지정되려면 교통·환경·교육·경관·토지수용·도시계획위원회 등 10개 넘는 항목에서 지자체 등 관계 부처 협의와 관련 위원회 심의를 통과해야 한다. 한 부동산 개발 업체 관계자는 “통상 PFV(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 설립에 1년, 개발구역 지정엔 최소 2년이 걸린다”고 말했다.
일부 사업지에선 민간 사업자는 물론 지자체까지 적잖은 매몰 비용을 부담해야 할 판이다. 경기 오산시 ‘오산운암뜰 AI시티’와 김포시 ‘고촌복합도시’ 등 3개 사업지는 지자체와 사업자가 공동 출자한 PFV 설립이 마무리된 상태다. 세금으로 마련된 예산이 이미 지출됐다는 뜻이다. 지금껏 40억원 넘는 사업비를 투입한 고촌복합도시 개발 관계자는 “법 개정안을 따르면 처음부터 새로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산 낭비·주민 민원에 지자체도 ‘골머리’
민간 기업과 함께 개발사업을 추진하던 지자체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민간의 역량과 자본력을 빌려 지역 개발을 추진하다가 사업이 기약 없이 밀리면서 각종 민원과 법적 분쟁에 휘말릴 위험이 생겼기 때문이다. 경기도 오산시 관계자는 “개발을 기다리던 주민 반발이 심한 것은 물론이고, 초기 단계부터 절차를 다시 밟으라는 건 사업을 접으라는 소리”라고 말했다.
민간 사업자들은 지난해 도시개발법 개정이 추진되던 당시에도 정부와 국회에 문제 제기를 했지만, 대장동 사태에 대한 국민적 공분(公憤)에 가려져 아무 성과를 내지 못했다. 오산운암뜰 사업을 추진하는 김상렬 에코앤스마트 대표는 “법 시행 전 개발구역 지정을 받으려고 백방으로 뛰었지만, 코로나에 지방선거까지 겹쳐 행정 절차가 거의 중단되다시피 했다”며 “황당한 법 규정에 사업이 좌초될 위기”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개발구역 미지정 사업지들에 대한 조치는 법률에 규정돼 있어 정부 차원에서 별다른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대장동 방지법’의 논란 조항
국회는 작년 12월 민간 사업자의 이익을 총 사업비의 10%로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도시개발법을 개정했다. 그러나 법 시행일(올해 6월 22일)까지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으면, 기존 사업지도 개발계획 수립·민간 사업자 공모 등 초기 단계부터 사업을 다시 진행하는 내용이 담겨 논란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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