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지검 '2조원대 수상한 해외송금' 수사 착수
최소 2조원이 넘는 외환이 국내 은행을 통해 중국과 일본으로 해외 송금된 의혹과 관련, 대구지검에 이어 서울중앙지검도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25일 전해졌다.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한 추가 단서를 확보하고 자금 출처, 송금 목적 등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대검찰청은 최근 금융감독원에서 이 사건 관련 ‘수사 참고 자료’를 제출받아 서울중앙지검 국제범죄수사부(부장 나욱진)에 넘겼다고 한다. 이 자료에는 금감원이 신한은행 지점을 통해 1조3000억원을 해외 송금한 국내 업체 2~3곳, 우리은행 지점에서 8000억원을 내보낸 업체 4~5곳 등을 집중 검사한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한 업체는 올해 초부터 대구지검이 수사하고 있다. 이번에 중앙지검이 맡은 사건은 대구지검 사건과는 별개라고 한다.
한편 금감원은 최근 하나은행에서도 1조원대 ‘수상한 외환 거래’가 이뤄진 사실을 포착해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서는 자금 출처와 송금 목적이 의심스러운 거래가 ‘불법 자금 세탁’과 ‘재산 해외 은닉’ 용도일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현재 금감원은 은행권 전체를 상대로 외환 거래를 조사 중이며, 여기에서 비정상적 해외 송금이 추가로 나오면 검찰 수사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최소 2조원대 ‘수상한 해외 송금’에 대한 검찰 수사는 지난달 일부 시중은행이 자체 감사에서 비정상적 외환 거래를 포착해 금감원에 보고하면서 시작했다. 지난 1년 동안 국내 업체 4~5곳이 서울 강북의 우리은행 지점 한 곳에서 400회에 걸쳐 8000억원을 중국과 일본으로 보냈다고 한다. 또 서울과 경기도에 있는 신한은행 지점 2곳에서도 국내 업체들이 1조3000억원을 외환 송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서울중앙지검이 수사에 착수한 업체나 관계자는 대부분 중앙지검 관할인 서울 지역에 연고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송금 통로가 된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본점도 서울 중구에 있다. 이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국제범죄수사부는 환치기 등 불법 외환 거래 수사를 전문으로 하는 부서다. 법조계에서는 금감원이 은행권 전체에 대한 검사를 마치기 전에 수사 참고 자료를 미리 검찰에 넘긴 사실을 주목하고 있다. 검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강제 수사권을 가진 검찰이 바로 조사하는 것이 신속한 진상 규명에 효율적이라는 판단에 따라 (금감원이) 수사 참고 자료를 서둘러 보냈을 수 있다”고 했다.
한편 대구지검 반부패수사부(부장 이일규)는 우리은행을 통해 4000억원을 해외로 송금한 A사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대구지검은 올해 초 금융정보분석원(FIU)에서 A사 관련 ‘비정상 거래’ 수십 건을 통보받고 계좌 추적을 벌였다. 지난달에도 FIU가 A사의 ‘비정상 거래’를 더 찾아내 대구지검에 보냈다고 한다. 우리은행 지점을 통해 해외로 송금한 8000억원 가운데 4000억원 이상이 A사 계좌에서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A사 핵심 관계자가 대구에 주소를 두고 있어 대구지검이 수사하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 송금 업체들은 ‘금괴나 반도체 칩 등 수입 물품 대금 결제를 위해 해외 송금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은 기업 규모에 비해 해외 송금 액수가 지나치게 크다고 보고 있다. 또 물품을 받기 전에 대금을 전액 지급하는 ‘사전 송금’이 대부분이었던 점도 주목하고 있다. 이와 관련, 국내로 유입된 중국 등 외국계 자금이 수출입 거래를 가장해 다시 해외로 빠져나갔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 가상화폐가 국내에서 해외보다 비싼 값에 팔리는 ‘김치 프리미엄’을 이용해 막대한 차익을 남기는 세력이 가담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5일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에서 발생한 이상한 외환 거래와 유사한 거래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은행권 전체에 대한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국내 모든 은행은 비정상적 외환 거래를 자체 점검해 왔고 이 결과를 오는 29일까지 금감원에 보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화폐 거래소 연결 계좌와 거래가 빈번한 경우, 신설·영세 업체에서 거액 송금이 이뤄진 경우, 특정 지점에서 집중 송금된 경우 등이 주요 점검 대상이라고 한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수사 단서가 더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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