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급 1만원' 버겁다.. 무인 편의점·카페, 지방서도 빠르게 번져
이달 초 찾은 강원도 강릉시 송정해변 맞은편 한적한 주택가에 자리한 편의점에 ‘24시간 영업 무인 편의점’이라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이 점포는 직원을 따로 두지 않는 무인 매장으로, 손님이 점포 안에 들어가려면 출입용 단말기에 개인 신용카드를 인식시켜야 했다. 결제도 매장 내 키오스크를 활용해 해결했다. 이 점포 근처에 사는 고모(58)씨는 “지역 주민들이 나이는 들었어도 무인 편의점이 불편할 것도 없다”며 “오히려 해변으로 가는 젊은 관광객들이 들어가는 방법을 몰라 헤매고 있으면 ‘카드를 꽂으라’고 안내해준다”고 말했다.
인구가 밀집한 수도권뿐만 아니라 건물 임대료와 재료 조달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방에서도 무인 매장 창업이 줄을 잇고 있다. 내년도 법정 최저임금이 시간당 9620원으로 올해 대비 5% 오른 데다, 금리와 물가가 동반 상승하자 자영업자들이 사람을 고용하는 대신 무인 매장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박윤정 GS25편의점주협의회장은 “최저 시급이 많이 오른 탓에 점포 주인들이 조금이라도 사람 쓰는 비용을 아끼려고 무인 매장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무인 매장은 최근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마트24′의 무인 하이브리드 매장(전면 무인 운영 매장과 심야 시간 등에만 무인 운영하는 매장을 더한 것)은 작년 6월 말 기준 110여 곳이었는데 지난달 말 기준 1330여 곳으로 늘어났다. 이는 1년 만에 12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전체 매장 6200여 곳의 20%가 넘는다. 1330여 매장 중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 45%가 있고, 55%는 수도권 이외 지역에 있다. 서울 지역 매장이 160여 개인데 경남이 90여 개이고 경북이 70여 개다. 인구 950만명인 서울과 인구 590만명인 경남·북 지역의 무인 매장 수가 같은 셈이다.
세종시에 사는 김모(27)씨는 “요즘 시급을 1만원을 넘게 준다고 해도 아르바이트생 구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데, 그 때문인지 무인 매장이 더 많아지는 것 같다”고 했다. 경남 진주시에 사는 직장인 한모(28)씨도 “인근 아파트 단지에 무인 밀키트 판매점만 2곳이 들어섰다”고 했다.
편의점뿐 아니라 무인 카페·무인 반찬 가게 등도 지방에서 늘고 있다. 전국 70여 개 무인 카페를 운영하는 ‘커피에반하다’는 앞으로 수도권 외 지역에 점포를 추가로 개설한다는 방침이다. ‘커피에반하다’ 측은 “지방은 임대료와 권리금이 저렴해 창업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보니 문의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했다. 대구에 본사를 두고 있는 무인 프랜차이즈 카페 ‘무인다방’은 매장을 총 17개 운영 중인데, 14곳이 수도권 외 지방에 있다. 윤덕호 무인다방 대표는 “무인 카페는 투잡 창업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월 임대료가 낮은 지방에서 수익률이 더 높다”고 했다. 대구 수성구에서 반찬 40여 가지와 커피·음료를 판매하는 무인 반찬 카페를 운영하는 박정원(40)씨는 “월 매출은 400만~500만원 정도로, 인건비로 들어가는 돈이 없으니 유인 매장보다 수익이 훨씬 낫다”고 했다. 세종시 나성동에는 올해 초 무인으로 운영되는 ‘셀프 사진관’이 생기기도 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25일 “유동 인구가 일정 수준 이상이라면 인건비를 절감해 수익으로 전환하는 효과가 큰 지방에서 무인 매장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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