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인사이드] 黨은 시끄러운데.. 팔팔했던 與초선들 '집단 침묵'
국민의힘 초선의원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에서 의원 간 대화가 오간 것은 지난 11일이었다. 초선 모임 운영진을 새로 선출하기 위해서 “7개월 만에 한번 모이자”며 일부 의원이 글을 남겼다고 한다. 이후 초선의원 전원(全員)인 63명이 참여하는 이 대화방엔 2주간 메시지가 없었다. 25일에야 “경찰국 신설과 관련한 성명서를 발표할 예정”이라는 운영진 공지가 하나 올라왔다.
‘개점 휴업 단톡방’은 역동성을 잃어버린 현재 국민의힘 초선들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최근 당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지만 대다수 국민의힘 초선의원들은 공개적인 메시지를 자제하는 모양새다. 한 초선의원은 “당의 생존을 고민하던 때에는 초선의원들끼리 의기투합했는데, 지금은 당이 침몰하는데도 목소리를 내지 않고 조용하다”며 “펄떡펄떡 몸부림치던 활력은 다 사라지고 과거의 ‘줄 서기 정치’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야당 시절 국민의힘 초선들의 모습은 지금과는 달랐다. 2020년 21대 총선을 앞두고 ‘대규모 물갈이’ 공천이 이뤄지면서 115명 국민의힘 의원 가운데 초선은 54.7%(63명)에 달했다. 친이(親李)·친박(親朴) 계파 갈등에서 자유로운 정치 신인들은 거대 여당과의 투쟁에 앞장섰다. 2020년 12월 더불어민주당이 ‘대북전단 금지법’ 등을 밀어붙이자 국민의힘 초선의원들이 철야 필리버스터에 나섰던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초선의원 단체 대화방에서 ‘필리버스터 자원자’가 줄을 잇자 “이럴 바에 다 합시다”라는 제안이 나왔다. 초선의원 첫 발언자로 나선 조태용 의원(현 주미 대사)은 “국민 여러분이 저희에게 애정을 가져주는 날이 올 것이라 생각한다”며 눈물을 비쳤고, 윤희숙 의원은 12시간 47분으로 필리버스터 최장 기록을 세웠다. 당초 ‘충분한 필리버스터’를 약속했던 민주당은 사흘 만에 이를 강제로 종료시켰다.
‘전국 선거 4연패’의 늪에 빠졌던 국민의힘 당권 경쟁에 불을 붙인 것도 초선의원들이었다. 2021년 전당대회에서 중진 의원들에게 김웅·김은혜 의원이 도전하면서 ‘초선 대 중진’ 구도를 만들어냈다. 이들은 “깨질 때 깨지더라도 제대로 맞붙는 모습을 청년 세대에게 보여주겠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0선’ 이준석 후보가 당대표에 당선되기도 했다.
‘원 팀’이었던 초선들 사이에 서먹한 분위기가 흐른 것은 지난해 대선 경선 때부터였다고 한다. 각자 다른 후보를 지지하기 시작하면서 대화가 차츰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이후 대선에서 승리하고, ‘친윤(親尹)’으로 구분되는 초선의원들이 생겨나기 시작하면서 단톡방에서 대화가 급격히 줄었다. 한 국민의힘 초선의원은 “나름대로 계파로 구분되기 시작하면서 ‘우리끼리 한번 해봅시다’라고 말할 분위기가 사라졌다”며 “이제는 똘똘 뭉쳐 문재인 정권에 대항하던 그 시절로 돌아가기는 어렵게 됐다”고 했다.
실제 ‘이준석 사태’로 인한 당 내홍, 연이은 지지율 하락, 윤석열 정부 인사 문제 등이 불거졌지만 초선의원들은 무(無)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친윤계로 구분되는 일부 초선의원만이 공개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고, 그나마도 ‘야당 비판’이라는 소재에 한정되어 있다. 이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97그룹(90년대 학번·70년대생)이 잇따라 이재명 의원에게 도전하는 민주당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구심점을 잃어버리면서 초선의원들이 ‘집단 침묵’에 빠졌다는 시각도 있다. 조직적인 움직임을 주도했던 윤희숙·김은혜 전 의원, 김웅 의원 등이 정치적인 논란에 휘말리면서 결속력이 약해졌다는 분석이다.
윤 전 의원은 부친 부동산 논란이 일자 스스로 의원직에서 사퇴했다. 김은혜 전 의원은 경기도지사 출마, 김웅 의원은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 이후 대외 활동을 줄이고 있다. 영남권 국민의힘 초선의원은 “누구는 용산에 가고, 누구는 장관이 되면서 위화감이 생긴 것도 있다”면서 “당 한번 바꿔보겠다던 순수한 마음은 어느덧 사라지고 벌써 공천 걱정 하면서 ‘생명 연장을 위한 침묵’을 택하게 된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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