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 기다릴 바엔.. 현대차도 폴크스바겐도 '반도체 독립'
유럽 최대 완성차 업체 폴크스바겐은 지난 21일 유럽 반도체 업체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와 함께 차량용 반도체를 직접 설계·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차량 내 전자장비를 제어하는 반도체(MCU)로 주로 차세대 전기차에 공급할 계획이다. 생산은 대만의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회사 TSMC가 맡는다. 폴크스바겐은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TSMC와 함께 견고한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겠다”고 했다. 일본 도요타의 부품 계열사 덴소도 24일 전력 소비를 20%가량 줄인 차세대 전기차용 반도체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내년부터 양산에 들어가 도요타의 차세대 전기차에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공급 대란이 2년 넘게 이어지자 완성차 업계가 아예 반도체 설계·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납품과 기술 개발을 마냥 기다리는 입장이었던 완성차 업체들이 원하는 속도가 나지 않자 직접 소매를 걷어붙인 것이다. 완성차 업체뿐 아니라 TSMC·인텔 등 대형 반도체 기업들도 차량용 반도체 위탁생산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반도체 직접 설계
현대모비스는 지난 22일 반도체 설계를 직접 하겠다고 선언했다. 현대모비스는 이날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전력 반도체는 어느 정도 개발이 진행됐다”며 “센서와 구동장치 등을 제어하는 시스템 반도체도 자체 개발을 추진하고, 고성능 반도체는 외부 기업과 공동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모비스는 2020년 말 그룹 계열사인 현대오트론의 반도체 사업부를 인수했다. 현대모비스가 직접 설계하겠다는 전력 반도체는 전기차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는 핵심 부품이다. 여기에 자율주행에 필요한 AI(인공지능) 연산 고성능 반도체는 반도체 전문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완성차 업체들이 직접 차량용 반도체 기술 확보에 나서게 된 것은 반도체 수요에 비해 공급이 여전히 원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연기관차에는 평균 300개 반도체가 탑재돼 있지만, 전기차는 500개, 자율주행차는 1000개 이상 반도체가 필요하다. 하지만 차량용 반도체는 인피니언(독일)·NXP(네덜란드)·르네사스(일본) 등 6개 업체가 90%를 점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의 매출 규모는 삼성전자나 TSMC 같은 대형 반도체 기업의 15분의 1 수준이기 때문에 과감한 투자를 통한 생산 규모 확장에 소극적이다.
게다가 차량용 반도체 기업들의 기술적 한계도 있다. 기존 차량용 반도체 생산라인은 90나노미터 이상 공정이 대부분이다. 10나노미터(nm·1nm는 10억분의 1m) 이하 초미세공정으로 생산하는 스마트폰·서버용 반도체보다 기술적으로 한참 뒤처져 있어, 전기차·자율주행차의 첨단 기술을 구현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2030년 77조원 시장… 인텔·TSMC 위탁생산 수주 나서
기존 자동차 반도체 업체들이 주춤거리는 사이 대형 반도체 기업들이 완성차 업체와 협업 및 위탁생산 수주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인텔은 올해 초 ‘자동차 전담 그룹’을 새로 신설하고, 차량용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에 뛰어들겠다고 밝혔다.
가장 적극적인 회사는 TSMC다. TSMC가 일본에 건설 예정인 파운드리 공장에 덴소가 10%가량 지분투자를 했다. 도요타의 차세대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TSMC가 맡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GM·폴크스바겐도 TSMC와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아직은 신중론이 우세하다. 삼성전자와 테슬라는 2019년 테슬라의 자율주행 반도체를 삼성전자 텍사스 공장에서 생산했다고 밝혔지만, 이후 추가적인 협업과 계약에 대해서는 양 사 모두 밝히지 않았다. 일본 야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 시장 규모는 2020년 42조원에서 2030년 77조원 이상으로 급속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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