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기대에 맞추지 말고 당신 자신을 믿어 보세요"

박돈규 기자 2022. 7. 26.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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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킹키부츠’에서 롤라(최재림)는 편견과 억압에 맞서는 아름답고 유쾌한 남자다. 폐업 위기에 몰린 구두 공장 사장 찰리에게 짜릿한 영감을 준다. /CJ ENM

무대가 열리면 영국 노샘프턴의 구두 공장. 뮤지컬 ‘킹키부츠’ 속 아버지와 아들은 “세상 가장 아름다운 건 신발~”이라는 노래부터 들려준다. 춤을 부르는 경쾌한 곡이다. 아들 찰리(이석훈)는 곧 성인으로 자라고 대도시와 빨간 하이힐을 욕망하는 애인에게 이끌려 런던으로 떠난다. 하지만 가업(家業)은 도련님을 놓아주지 않는다. 아버지가 갑자기 별세하자 찰리는 폐업 위기의 구두 공장으로 돌아온다.

이 뮤지컬에서 신발은 미래의 발판을 상징하지만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다. 반품이 들어오고 재고가 넘쳐 직원들을 해고해야 할 판이다. 술집에서 찰리가 취객들로부터 한 여성(알고 보니 남성)을 구해주면서 이야기는 급회전한다. 스타일과 스케일이 전혀 다른 롤라(최재림)의 등장이다. 과장된 여성성을 연출하는 ‘드래그 퀸’ 롤라는 “나를 보면서 자기들이 정상이라 느끼고 싶은 비정상들로 객석이 만땅”이라며 화려한 쇼를 보여준 다음 찰리에게 이렇게 조언한다.

롤라와 엔젤들의 등장은 화려하고 압도적이다

“여성용 힐은 남자 무게를 못 견뎌요. 당신에게는 특별한 게 필요해요. 색깔은 레드(red)로.” 이것이 희망의 불씨가 된다. 80㎝ 길이의 ‘킹키부츠’. 찰리는 다른 구두공장에선 만들지 않는 상품, 틈새새장을 발견한 셈이다. “힐의 역사를 새로 쓰네/ 이게 첫 발자국~”으로 흘러가는 그의 노래는 명랑한 낙관으로 가득 차 있다. 찰리는 롤라에게 킹키부츠 디자인을 맡긴다.

이 뮤지컬은 2013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해 토니상 작품상·음악상·안무상 등 6관왕을 차지했다. 지난 20일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개막한 국내 5번째 시즌은 20~30대 여성의 전폭적 지지를 받으며 예매 순위 1위(인터파크)에 올랐다.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시선, 신디 로퍼가 작곡한 서정적이고 중독성 강한 음악, 공장의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한 창의적 안무가 돋보인다. 직원 중 가장 마초적인 돈과 여성성 강한 롤라가 벌이는 권투 시합, 밀라노 패션쇼 장면에서는 연출이 영리하고 매혹적이다.

찰리 이석훈과 롤라 최재림 /CJ ENM

하지만 ‘신사 숙녀 여러분, 그리고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분들’을 ‘신사 숙녀 여러분, 그리고 이런저런 분들’로 바꾼 일부 번역은 거칠고 둔탁하다. 매끄럽지 않은 개사(改詞)도 재미를 반감시킨다. 무대에서 최재림의 롤라는 폭발적인 가창력부터 능청스러운 연기력, 맵시까지 발군이었다. 강홍석·서경수·최재림이 롤라를, 이석훈·김성규·신재범이 찰리를 나눠 맡는다.

‘킹키부츠’는 남이 기대하는 대로 억지로 살지 말라고, ‘내가 아닌 나‘를 흉내 내지 말고 세상과 맞서라고 노래한다. 찰리와 롤라는 자신을 믿고 목표를 수정해 다시 날아오른다는 점에서 서로 닮아 있다. 이 뮤지컬은 마지막에 성공의 6가지 비결도 들려준다. 관객은 ‘크고 단단한 믿음’을 목격했다는 표정으로 극장을 빠져나온다. 공연은 10월 23일까지.

뮤지컬 '킹키부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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