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에 탈세자가 늘고 있다
당근마켓, 중고나라, 번개장터 등에서 중고 거래를 가장해 상품을 판매하면서 탈세를 하는 기업형 판매자들의 정보를 국세청이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 온라인 중고 시장 규모가 24조원에 달하는데 이 같은 탈세자에 대해서는 손쓸 방도가 없자 단속할 법적 근거를 만든 것이다. 하지만, 국세청의 자료 제출 요구가 광범위할 경우 플랫폼을 통한 중고 거래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내년 7월 1일 이후부터 국세청장이 고시하는 ‘전자 게시판 사업자’는 판매·결제 대행·중개 자료를 국세청에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개인 간 거래로 위장한 사용자를 솎아내고, 중고 거래로 위장한 탈세를 잡아내려는 목적이다. ‘2022년 세제 개편안’에 포함된 내용이다.
◇중고 시장 커지자 꼼수 탈세자도 증가… 국세청, 당근마켓 등 중고거래 내년부터 들여다보기로
현행법에 따르면, 모든 사업자는 부가가치세 10%를 신고 납부해야 한다. 사업소득이 있으면 근로·이자·배당 등과 함께 종합소득에 부과되는 종합소득세(6~45%)도 내야 한다. 그러나 현재는 사업자가 중고 거래 플랫폼을 통해 고가 물품을 반복적으로 판매하고 세금을 내지 않아도 제재가 없다. 개인 간 중고 거래에 대해서는 과세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된 사항이다. 당근마켓, 중고나라, 번개장터 등에서 ‘고가 명품 시계’와 ‘골드바’ 거래를 확인한 결과 1억원에 육박하는 제품들이 올라왔고, 3000만원짜리 골드바도 거래 요청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거래 여부를 확인한 결과 7100만원, 6400만원 등 고액 거래가 확인됐다.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중고 거래를 더 이상 ‘과세 사각지대’로 남겨둬선 안 된다는 여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중고 거래 시장 규모는 24조원에 달했고,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인 ‘중고나라’나 ‘당근마켓’은 회원 수가 2200만~2500만명에 이른다.
◇국세청, 어디까지 들여다보려나?
문제는 ‘전자 게시판’이라는 개념이 너무 넓다는 점이다. 개정안은 ‘전자 게시판을 운영해 재화 용역의 공급을 중개하는 자’에 대해 국세청장이 고시를 통해 자료를 받을 수 있게 한다. 전자 게시판은 전자상거래법 등에서 가져온 개념인데, 이용자가 정보를 게재할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 SNS 등을 모두 포함한다. 당근마켓이나 중고나라 등 중고 거래 플랫폼뿐만 아니라 맘 카페, 아파트 커뮤니티 게시판 등을 통해서도 중고 거래는 빈번하다. 한 플랫폼을 고시 대상으로 선정하면 탈세자들이 고시 대상이 아닌 다른 플랫폼으로 갈아타기 쉽다는 문제도 있다.
국세청은 판매자 가운데 어느 수준까지 사업자로 봐야 할지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 거래 금액이 크지 않더라도 중고 거래를 계속적, 반복적으로 하는 경우가 해당된다는 것이 국세청의 판단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핵심은 ‘반복적인 영리 추구’”라며 “아무리 적은 돈이 중고 거래로 거래되더라도 반복적으로 영리 추구를 했다면 사업으로 보고 소득세를 부과한다”고 설명했다. ‘거래 금액 2000만원 이상’ 같은 식으로 사업자 여부를 판가름하는 게 아니라 건별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막대한 행정력 소요가 불가피하다.
전자 상거래 플랫폼들의 확장을 막는다는 불만도 나온다. 탈세 목적으로 중고 거래를 악용하는 건 소수에 불과한데 ‘빈대 잡다가 초가삼간 태운다’는 것이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일부 악성 탈세자만을 잡는다고 하지만, 플랫폼 거래 내역이 국세청에 넘어간다면 이용자가 이탈할 수밖에 없다”며 “세금 이슈가 생기면 플랫폼 확장에 제동이 걸리고, 이용자들이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했다.
국세청은 내년 7월 1일 제도가 시행되기 이전까지 고시를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소비자들과 플랫폼 업체들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일시적으로 중고를 판매해 소득을 얻은 것은 사업으로 보지 않아 세금을 부과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대다수 이용자는 지금처럼 중고 거래를 해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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