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정, 46년 만에 민주화 인사 사형.. 국제사회 '극악무도'
서방 "국제사회 강력 대응해야"
중국 '내정 불간섭' 원칙 재확인
미얀마 군사정권이 민주화 운동가 4명에 대한 사형을 집행했다. 현지에서 정치적 반체제 인사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것은 1976년 이후 46년만이다. 반정부 세력에 공포감을 심어 저항 의지를 꺾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사형 소식에 전 세계는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다만 동남아시아 영향력 확대를 두고 경쟁 중인 미국과 중국은 입장 차이를 보였다.
민주화 인사 4명 사형 집행
25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은 군정이 민주진영의 표 제야 또(41) 전 의원과 시민활동가 초 민 유(53) 등 4명에 대한 사형을 집행했다고 보도했다. 표 제야 또 전 의원은 군부에 의해 축출돼 독방에 구금 중인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정당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소속이다. ‘지미’라는 별칭으로 잘 알려진 초 민 유는 1988년 반독재 민주화 시위를 이끈 ‘88세대’ 핵심 인물이다. 지난해 2월 쿠데타가 발생하자 다시 최전선에 서서 반군부 활동을 이끌어왔다.
두 사람은 지난해 11월과 10월에 각각 체포된 뒤 올해 1월 반테러법 위반 혐의로 사형을 선고 받았다. 군정은 지난달 “잔혹하고 비인간적인 테러 행위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이들에게 선고된 사형 집행을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군부는 사형 집행 시기와 방법 등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가족들에게도 사형 집행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얀마에서 정치범에 사형을 집행한 것은 1976년 이후 사실상 반 세기만이다. AP통신은 “당시 학생 지도자였던 살라이 틴 마웅 우가 민주화 운동 중 처형된 게 마지막”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미얀마 군부는 민주진영이 압승한 2020년 11월 총선이 부정선거였다면서 지난해 2월 쿠데타를 일으켰다. 군정은 권력을 잡은 뒤 저항하는 시민들을 유혈 진압해왔다. 미얀마 인권 상황을 감시하는 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쿠데타 이후 군부 폭력으로 숨진 사람은 2,100명이 넘는다. 사형 판결을 받은 사람도 100명이 이상이다.
미 '극악무도' vs 중 '내정 불간섭'
군정의 사형 집행 소식에 국제사회와 미얀마 민주진영은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톰 앤드루스 유엔 미얀마 인권 특별보고관은 성명에서 “미얀마 애국자이자 인권과 민주주의 수호자들이 처형됐다는 소식에 분노하며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군부의 잔혹한 행위는 미얀마 사태에 관한 전환점이 돼야 한다”며 국제 사회가 강력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도 '극악무도한 처형'이라며 규탄에 나섰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미국은 민주주의 행동가들과 선출직 지도자들에 대한 미얀마 군부의 처형을 가장 강력한 언어로 규탄한다”고 밝혔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그간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부를 강하게 비난해왔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최근 동남아 방문 당시 미얀마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기도 했다.
반면 중국은 ‘내정 불간섭’ 원칙을 재확인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관련 보도를 알고 있다”며 “우리는 미얀마 각 정당과 정파가 국가와 민족의 장기적 이익에서 출발해 헌법과 법률의 틀 안에서 이견과 갈등을 적절히 처리해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해왔다”고 설명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이달 초 ‘란창강·메콩강 협력회의(LMC)’ 참석차 미얀마를 방문해 “중국은 미얀마에 대한 우호 정책을 견지할 것”이라며 군정을 사실상 합법 정부로 인정했다.
미얀마 민주진영은 격한 분노를 표출했다. 미얀마 민주 세력을 이끄는 국민통합정부(NUG) 대변인 쪼 죠는 “미얀마 군부의 잔혹 행위를 강력하게 비난하며, 세계 공동체는 잔학한 그들을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NUG 외무차관 모 죠 우는 “군정은 용서할 수 없는 행동을 저질렀으며 그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며 “이번 사형 집행으로 이 군사 정권을 무너뜨려야 한다는 우리의 결심이 더욱 확고해졌다”고 강조했다.
사형 집행으로 인한 충격과 향후 미얀마 사태에 미칠 여파가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의 리처드 호시 분석가는 “쿠데타로 인한 위기를 종식할 대화의 가능성이 사라졌다”며 “군정은 이 잔혹 행위를 힘의 과시로 볼지 모르지만 심각한 계산 착오”라고 지적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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