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너구리 습격에 주민 피범벅 상처.."공존 대책 필요"
[앵커]
서울의 한 공원 산책로에서 너구리들이 주민을 습격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피해자는 팔다리 모두 뼈가 드러날 정도로 크게 다쳐 입원까지 해야 했는데요,
너구리는 유해 야생동물이 아니다 보니 포획하거나 제거할 수도 없어 공존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정인용 기자입니다.
[기자]
팔과 다리 곳곳에 붕대가 감겨 있습니다.
산책로에 갈 때 신었던 흰색 운동화는 피로 붉게 물들었습니다.
지난 17일 밤 서울 송파구에 있는 공원에서 50대 여성이 너구리 세 마리에게 습격을 당해 입은 상처입니다.
[A 씨 / 피해자 아들 : 너구리 3마리가 길을 막고 있었다고 하세요. 뒤로 돌아보는 순간 공격을 당하셨고, 3마리한테 동시에 공격을 당하고 내리막길이다 보니 균형을 못 잡고 넘어지셨는데, 지나가던 행인이 도와줘서 응급실에 갈 수 있었죠.]
난데없는 너구리떼의 공격에 입원치료를 받고 광견병 주사까지 맞아야 하다 보니 병원비만 백만 원이 넘게 들었지만 보상받을 길도 없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사고가 난 공원 일대가 어린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르신들도 많이 다녀 자칫 더 큰 피해가 반복될 수 있다는 겁니다.
[A 씨 / 피해자 아들 : 응급실에 계시는 의사분께서 전날에도 동일한 사고가 같은 공원에서 있었다고 해요. 경고 문구가 하나도 없다 보니까 어린애들은 같은 피해를 입었을 때 훨씬 더 크게 (다치지 않을까 걱정….)]
앞서 지난달 22일 서울 강북구 우이천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고 최근 각 구청에는 관련 민원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너구리는 유해 야생동물이 아니라서 포획하거나 사살하는 건 엄연히 불법이라 구청 측은 주의 표지판을 설치하는 것 외에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구청 관계자 : (민원) 전화 왔던 곳 위주로 먼저 방문해보려고요. 현장에서 살펴보고 서식한다고 생각되는 곳에 (주의 표지판을) 부착하려고 해요.]
전문가들은 각종 개발로 너구리 서식지가 줄어들면서 도심에 등장하는 일도 더 많아질 거라며 현명한 공존 방법을 찾는 게 시급하다고 말합니다.
[우동걸 / 국립생태원 선임연구원 : 도시 생태계 안에 야생동물이 적응하는 사례는 늘어날 것 같아서 도시 공원이나 생태공간 조성할 때 야생동물의 은신처나 그런 공간을 같이 고려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아요.]
너구리는 공격성이 없는 편이지만, 새끼 너구리가 자라서 서식지 확보를 위해 떠나는 4월부터 9월 사이에는 어미 너구리가 예민해져 주의가 필요합니다.
전문가들은 이 기간 너구리를 마주치면 다가가거나 먹이를 주는 등의 행동을 하지 말고 못 본 척 피해 가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YTN 정인용입니다.
YTN 정인용 (quotejeong@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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