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적' 만드는 尹정권.. 경찰·언론·노동계와 잇단 대립 [이슈+]
언론노조 고소에 국민의힘 "그냥 두고보지 않겠다" 강력 경고
권성동 사촌동생 특혜 의혹 보도한 기자에 직접 법적 대응
정부·여당, 노동계에 "주 52시간제·노조파업 개선하라" 압박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10일 취임한 이후 두 달 반이 지난 지금 지지율은 30% 수준으로 떨어졌고, 국정 수행 부정평가는 60%를 넘어섰다. 이같은 지지율 하락 배경에 정권 초반부터 윤 정부가 너무 많은 ‘적’을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와 집권여당은 경찰, 언론, 노동단체와 연일 대립하는 모습을 지속해서 연출하고 있다.
25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국정 수행에 대해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33.3%,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63.4%로 각각 나타났다. 긍정 평가와 부정 평가 모두 전주와 비슷한 수준이다.
◆‘경찰국 반대’ 집단행동 징계에 경찰 조직적 반발 양상
정부가 일선 경찰들의 반발에도 경찰국 신설을 강행하자, 전국 14만여명 경찰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경찰은 지난 23일 총경급이 모인 ‘전국 경찰서장 회의’에 이어, 오는 30일 경감·경위급 전국팀장회의를 예고했다. 여기에 지구대장과 파출소장도 참여하자는 제안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안전부과 경찰 지휘부가 경찰서장 집단행동에 대한 대기발령, 대규모 감찰 등 징계로 대응하자, 경찰이 조직적으로 반발하는 모양새다.
이런 움직임에도 행안부는 경찰국 신설안 등의 입법예고 기간을 대폭 단축해 속도를 내며 경찰제도개선안 시행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행안부는 통상 40일인 입법예고 기간을 4일로 대폭 단축하며 경찰국 설치안을 속전속결로 추진 중이다. 경찰국 신설 시행령안은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입법예고를 거친 뒤 21일 차관회의를 통과했으며 26일 국무회의를 거친다. 경찰국 신설 시행령안과 행안부장관의 경찰청장 지휘규칙안(행안부령)은 8월2일 공포·시행 예정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찰의 집단행동을 ‘군사 쿠데타’에 빗대며 강경한 대응을 주문했다. 이 장관은 25일 행안부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경찰서장회의가 열린 데 대해 “경찰청에서 위법성에 대해 엄정히 조사하고 그 후속처리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서장 모임을 주도하는 특정 그룹이 있다”며 “하나회가 그렇게 출발했고, 12·12 같은 불행한 사태가 발생했다”고도 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전국경찰서장회의와 관련해 “직무유기이자, 국민 혈세로 월급을 꼬박꼬박 받는 이들의 배부른 밥투정”이라고 말했다. 권 대행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경찰은 국민의 세금을 받는 공무원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볼모로 한 정치세력화는 어떠한 이유로도 합리화될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경찰이 청와대가 밀실에서 정권의 입맛에 맞게 인사권을 행사할 때는 침묵했다”며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을 보라. 문재인 전 대통령의 30년 지기 친구를 울산시장에 당선시키기 위해 청와대와 울산경찰은 야당 소속 울산시장에 대해 기획수사했다”고 주장했다.
조수진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경찰이 숫자의 힘에 의존하는 행태를 보이면서 다른 집단들의 불법 집회나 시위를 어떻게 막을 수 있겠나”라며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는 지휘 역량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윤영석 최고위원은 “조직 이기주의고 불법적 집단행동”이라며 “헌법에 근거한 경찰 통제를 일선 경찰들이 경찰장악 프레임으로 호도하지 말 것을 경고한다”고 말했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적법하게 진행하는 행정조직 개편에 대해 불법 집회로 맞서는 일부 고위 경찰들의 모습은 경찰 조직 전체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했다.
◆“어디 기자죠?”…언론과 연일 각 세우는 집권여당 대표
여당은 언론과도 각을 세우며 불편한 상황을 잇달아 연출했다. 권 대행은 지난 14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KBS를 비롯해 MBC 다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가 좌지우지하는 방송 아니냐”고 발언해 논란이 일었다.
이후 권 대행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 뒤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해당 발언을 두고 설전을 이어갔다. 권 대행은 해당 발언의 배경에 대해 묻자 “있는 그대로 이야기한 것”이라면서도 “(방송사) 경영진에 대해 한 얘기”라고 답했다. 그리고는 질문하는 기자에게 “어디 기자죠?”라고 묻기도 했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이날 TBS 관련 토론회에서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며 “KBS·MBC를 언론노조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좌지우지했다는 것인지 근거를 제시하라”라고 요구했다. 윤 위원장은 “현재 윤석열 정부 주축을 이루는, 특히 언론미디어 정책 관련 다수의 인사는 이명박 정권 당시 대한민국 언론자유지수가 사상 최악 수준으로 추락하고 공영방송 정치적 독립성이 유린되던 시기에 일정한 역할을 했던 분들”이라며 “솔직히 말해 이명박 정부 시절 인사들이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 뒤에 숨어 언론장악을 획책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여당은 즉각 언론노조를 향해 “강력히 경고한다”며 정연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사퇴 등을 촉구했다. 박성중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는 “그냥 두고 보지 않겠다, 강력히 경고한다”며 TBS 등에 편파심의를 하고 있는 정 위원장을 향해 사퇴하라고 말했다. 박 간사는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공영방송을 민노총 언론노조가 민주당의 2중대 역할을 한다는 것은 만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라며 “최근 국민의힘 지적에 민주노총 노조가 고발조치로 반발하는 것만 봐도 이들은 극단적 편향 집단이라고 알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21일 권 대행의 사촌동생이 권 대행의 지역구인 강원 강릉시로부터 ‘일감 몰아주기’ 특혜를 받았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해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당 미디어국은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사실무근”이라며 “국민의힘은 이 보도를 당대표 관련 근거 없는 의혹 제기로 당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려는 악의적인 보도로 규정, 엄정한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최초 보도한 JTBC 기자를 상대로 1억원 상당의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한편 재인용 기사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조치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노동계와는 최근 노사간 협상 타결로 일단락된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조파업 사태 등으로 대립했다. 공권력 투입 등 파국으로 치닫는 상황은 막았지만, 이후에도 노동계를 향한 경고는 계속됐다.
권 대행은 지난 2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우조선해양 파업 사태와 관련 “민주노총은 조선업 호황기가 시작되는 시점에 파업을 결행하는 무책임함을 보여줬다. 이를 상쇄하려는 듯 유서와 신나까지 등장시키는 극단적 투쟁방식을 고집했다”며 “법과 원칙을 향한 윤석열 정부의 단호한 태도가 민주노총의 극한투쟁에 제동을 걸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국민을 볼모로 잡은 파업은 국민의 지탄을 받고, 극단적 투쟁은 고립을 자초할 뿐”이라며 “무엇보다 불법 행위는 단호한 처벌로 귀결될 것”이라고도 했다.
앞서 윤 대통령이 직접 대우조선해양 파업 사태를 ‘불법 상황’이라고 강조하고 공권력 투입을 시사한 것도 “대통령 입에서 나오기 어려운 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은 지난 19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전날 윤 대통령이 대우조선해양 파업사태와 관련해 “법치주의는 확립되어야 한다. 산업현장의 불법 상황은 종식돼야 한다고 밝힌 것에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사실 대우조선 문제는 사내하청의 문제고, 위험의 외주화, 비용을 외주화한 구조의 문제”라며 “그런 문제를 풀어야 될 게 정치영역”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거기다가 법을 갖다 대기 시작하면 풀리는 게 하나도 없고 갈등만 더 깊어진다”면서 “그 문제를 풀라고 정치를 하라는 것인데, 그 문제를 풀라고 대통령이 되신 건데 그걸 법에 따라서 하겠다? 그럼 그냥 검찰총장 하시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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