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는Y] 시골마을 공포에 빠뜨린 들개들..알고 보니 '방치된 유기견'

[앵커]

최근 경기 파주시에 있는 마을에 들개 떼가 나타나 가축들을 마구 물어 죽인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YTN 취재진이 확인해본 결과 사설 보호소에 있던 유기견들이었는데 관리가 허술하다 보니 손쉽게 탈출해 인근 주민들을 공포에 떨게 하고 있었습니다.

제보는 Y, 박정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개 한 마리가 천막에 뚫린 작은 구멍을 비집고 나오더니, 자기보다 큰 동물 사체를 끌고 와 마구 물어뜯습니다.

다른 개는 닭을 물어 죽입니다.

경기 파주시의 한 마을에 떠돌이 개들이 나타난 건 지난해 초쯤입니다.

[A 씨 / 인근 마을 주민 : 작년부터 개들이 시설 주위에 모여서 있는 장면을 여러 번 목격했고….]

개들은 민가의 가축들을 공격했고, 심지어 야생 고라니까지 물어 죽였습니다.

한 주민은 지금까지 키우던 닭 수십 마리와 강아지까지 물려 죽었는데 이젠 자신의 안전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라고 하소연합니다.

[A 씨 / 인근 마을 주민 : 그 개들이 저한테 위협을 가하고 달려드는 거예요. 무서워서 제가 농장에 가서 문 잠그고 119나 112를 여러 번 신고했습니다.]

알고 보니, 2년 전 인근에 생긴 사설 유기견 보호소가 문제였습니다.

유기견 40여 마리를 관리하고 있는데 대부분 목줄을 하지 않아서 울타리 천막에 뚫린 구멍으로 자유롭게 드나들고 있었던 겁니다.

개들이 드나들던 구멍은 현재 검은 천막과 녹슨 철문으로 막혀 있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패널을 구멍 앞에 기대어 놓는 방식으로 허술하게 막아놔 피해가 잇따랐습니다.

그나마 이런 땜질식 조치도 주민 피해가 잇따르면서 지자체가 이달 초 시정 명령을 내린 끝에 이뤄졌습니다.

[유기견 보호소 주인 : 나 평생 목줄 없이 키워 왔어.]

하지만 당장 똑같은 일이 반복되더라도 과태료 처분 외에 별다른 제재 방법이 없습니다.

국내법에는 아직 사설 동물보호시설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 보니 폐쇄하거나 규제할 만한 법적 근거도 전혀 없는 겁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 : 민간동물보호시설이라는 거는 이제 부르는 명칭만 있는 거지, 법에서 그걸 인정해주거나 그런 게 아니어서 (폐쇄 조치를 하거나) 그런 게 현재는 안 됩니다.]

이런 맹점을 해소하기 위해 동물보호시설 설치 기준·신고 의무를 정한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돼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본격적인 시행은 내년 4월부터입니다.

관리 규정의 공백 속에 허술한 사설 유기견 보호소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와 지자체의 관리 감독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YTN 박정현입니다.

YTN 박정현 (miaint3120@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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