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경찰 집단행동에 최후 경고..일선 벼랑 끝 대치(종합2보)
경감·경위급은 이번 주말 회의 추진..퇴직 경찰관 모임도 성명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오보람 계승현 기자 =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며 개최된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두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쿠데타에 준하는 상황"이라고 규정하면서 행안부 및 경찰 지휘부와 일선 경찰의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이상민 장관은 25일 오전 출근길에 연합뉴스와 만나 "경찰 총수인 경찰청장 직무대행자가 해산 명령을 내렸는데도 정면으로 위반했다"며 "군으로 치면 각자의 위수지역을 비워놓고 모임을 한 건 거의 하나회의 12·12 쿠데타에 준하는 상황으로 대단히 부적절하다"라고 했다.
지난 23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는 전국 경찰서장 회의가 열려 총경 56명이 현장에 참석하고 140여 명이 온라인으로 4시간가량 함께했다. 회의장 앞에는 총경급 이상 경찰관 350명이 보낸 무궁화 화분이 놓였다.
경찰 지휘부는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총경·경찰대 4기) 울산 중부경찰서장을 대기발령 했고, 회의장에 참석한 56명은 감찰하기로 했다.
이 장관은 이날 긴급 브리핑에서 "특정 출신들이 주도적으로 하고 있다"며 경찰대 출신들을 직격하기도 했다.
그는 오후 국회 대정부 질의에 출석해서는 이번 회의가 평검사 회의와는 전혀 다르다며 "과거의 평검사 회의에는 집회 금지나 해산 명령 지시가 전혀 없었지만, 이번 경찰서장 회의는 경찰청장 직무대행자의 집회 금지 및 해산 명령이 있었음에도 이를 정면으로 위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는 이날 퇴근길에 취재진 인터뷰에서 "오늘을 기점으로 더는 국민들께 우려를 끼칠 일이 없어야 한다"며 일선 경찰관들에게 더 이상의 집단행동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윤 후보자는 이어 "류 총경은 공무 위반과 책임의 정도가 중하기 때문에 서장으로서 책무를 수행하기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대기명령을 철회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일선 경찰은 거세게 반발하며 오히려 추가 집단행동을 예고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30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예정된 경감·경위급 전국팀장회의에 치안 일선에 선 지구대장과 파출소장들도 참여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유근창 경남 마산동부경찰서 양덕지구대장(경감)은 경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전국팀장회의에 전국 지구대장과 파출소장의 참석도 제안한다"고 밝혔다.
유 경감은 "전국 총경들이 단지 경찰을 걱정했는데 돌아온 건 '대기발령'과 감찰이었다"면서 "팀장들도 같이하겠다는데 지구대장과 파출소장도 동참하는 게 동료의 의리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경감·경위급 현장팀장회의를 처음 제안한 서울 광진경찰서 김성종 경감은 MBC 인터뷰에서 "단체토론을 해서 우리 생각을 교환하고 국민들한테도 이걸 또 알려드려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국 신설이 현실화하면 경찰이) 국민들 눈치를 보겠나, 임용권자 눈치를 보겠나"라며 회의를 국민이 보고 판단할 수 있도록 공개된 장소에서 소셜미디어로 생중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앞에는 '국민의 경찰은 죽었다'라고 쓰인 조화가 늘어섰다.
경찰 내부망에는 이 장관의 쿠데타 발언과 관련해 "사전에 회의를 공지했던 모임이 비밀 사조직 움직임이냐. 총경이 막강한 군을 장악할 수 있는 직책이냐"는 성토가 이어졌다.
"이참에 계급별로 회의를 열어 다 같이 대기발령받자" 같은 글도 뒤따랐다. 대기발령과 감찰에 반대하는 서명부 작성도 진행 중이며, 관련 활동을 위한 모금도 이뤄지고 있다.
경찰 직장협의회(직협)와 국가공무원노조 경찰청 지부 등은 이날부터 서울역 등 주요 KTX 역사에서 경찰국에 반대하는 대국민 홍보전을 열고 있다.
이들은 서울역으로 향하는 시민들에게 경찰국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전단을 직접 나눠주고 반대 이유 등을 설명했다.
직협은 "행안부에 경찰통제조직을 두는 것은 명백한 법체계 위반이며 헌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직협은 또 경찰청 앞에서 류 총경을 응원하고 경찰국 철회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울산지역 5개 경찰서 직협도 돌아가며 1인 시위에 나섰고, 부산 16개 경찰관서 직협 회장단 일동도 같은 주장을 내용으로 하는 성명을 냈다.
퇴직 경찰 모임인 경우회도 "경찰국 신설에 절대 반대하고 철회를 요구한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경우회를 찾아 경찰청장 장관급 격상을 언급했던 약속을 지키고 행안부 장관이 지휘하는 현재 계획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또 "요구 사항이 관철되지 않을 시 150만 경우회 가족은 반드시 정부에 대항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국공무원노조도 성명을 내고 "윤석열 정부는 경찰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철저히 각성하고, 경찰국 신설 강행을 당장 중단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경찰 내부망에는 총경 바로 아래 계급인 경정급의 행동을 촉구하는 글도 올라오는 분위기다.
한 경찰관은 "경찰에서 중간관리자라고 할 수 있는 경정급은 지금 눈치를 볼 때가 아니다. 총경, 경감이 거리로 나서는데 경정은 뭐 하느냐"고 했다.
한편,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인 자유대한호국단은 이날 경찰청에 전국경찰서장회의 참석자들에 대한 징계 요청 진정서를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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