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식량난' 아프리카 달래기

김서영 기자 2022. 7. 25.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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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장관, 이집트 등 4국 순방
“수요 채울 만큼 러 곡물 수출”
“우크라 정권 교체” 의지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식량위기를 겪고 있는 아프리카 달래기에 나섰다.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 낀 아프리카의 지지를 끌어내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24일(현지시간) 이집트 카이로를 시작으로 우간다, 에티오피아, 콩고로 이어지는 아프리카 4개국 순방에 나섰다.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그는 방문 예정국 언론에 보낸 성명에서 “국제사회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미국과 유럽의 위장된 시도를 아프리카 동료들이 찬성하지 않을 것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아프리카 지도자들이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라는 서구의 압박에 대항한 것을 두고 “이러한 독립 행보는 깊은 존경을 받아 마땅하다”고 했다.

라브로프 장관의 이번 행보를 두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식량과 경제 불안정에 빠진 아프리카를 달래고 지지를 끌어내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아프리카는 이번 전쟁으로 야기된 공급망 위기의 가장 큰 피해자로 꼽힌다. 유엔에 따르면 공급망 악화로 원자재값이 치솟으면서 추가로 4700만명이 ‘극심한 기아’에 처했으며, 아프리카가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앞서 러시아가 튀르키예의 중재로 곡물 공급에 합의한 지 12시간 만인 지난 23일 오데사 항구를 공습하자 합의를 깨는 행동이라는 국제사회의 비판이 제기됐다. 라브로프 장관은 사메 슈크리 이집트 외교장관과 회담한 후 이와 관련해 “이집트의 수요에 완전히 부합하게끔 러시아 곡물을 수출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또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을 보장한 4자 합의는 유효하다고 말했다. 이집트는 세계 최대 밀 수입국 중 하나로, 지난해 밀의 80%가량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수입한 것으로 추산된다.

아프리카와 중동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와 서방 양쪽에서 압박을 받아왔다. 러시아산 식량 수입이 여전히 필요한 상황에서 미국을 위시한 서방으로부터 전쟁 반대를 요구받은 것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서방은 이집트를 포함한 아랍 국가들에 유엔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반대하도록 외교적 압력을 행사했으며 라브로프 장관의 이번 순방을 두고도 이집트 측에 지나치게 환대하지 않도록 물밑 로비를 벌였다. 반면 러시아는 이번 순방에서도 공급망 위기의 원인을 서방에 돌렸다.

라브로프 장관은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는 압박 수위를 높였다. 그는 이날 아랍연맹 회원국 대표와 만나 “우리는 우크라이나 국민이 인민과 역사에 굉장히 적대적인 정권으로부터 스스로를 해방하도록 분명히 도울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정권 교체 의지를 드러냈다.

이는 “어떤 정권이 우크라이나를 통치할지는 우크라이나인이 정할 문제”라고 했던 지난 4월 인터뷰 내용과 배치된다.

우크라이나는 전쟁 초기 러시아에 빼앗긴 남부 헤르손을 탈환하겠다고 선언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세르히 클란 헤르손 지역보좌관은 이날 우크라이나TV 인터뷰에서 미국이 지원한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 등을 앞세워 빼앗긴 헤르손 영토를 되찾는 중이라면서 “전장에 전환점이 생겼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건국의날(28일) 선포를 앞두고 이날 발표한 대국민 메시지에서 “우크라이나인들은 결코 독립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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