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카페·편의점 일 시키고 '행정 보조' 신고
[앵커]
대학생들이 학업이나 취업에 보탬이 될 만한 일을 하고, 그 급여를 장학금으로 받는 것이 '근로 장학생' 제도입니다.
예전에는 대학 돈으로 운영했는데, 2009년부터 정부 예산이 들어갑니다.
올해도 대학생 6만 명에게 3천억 원 정도 지원합니다.
목적도 좋고, 급여도 최저임금보다 높습니다.
문제는 취지를 잘 살리도록 운영되고 있냐는 겁니다.
일과 학업이 맞물리면서 학생이 자기계발을 하도록 '적합한' 일을 맡겨야 하는데, 상당수 대학이 단순 노동 수준의 업무를 시키고, 급여만 나랏돈으로 해결하고 있습니다.
최혜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인천의 한 대학 안에 있는 편의점입니다.
유니폼을 입은 점원.
일반 아르바이트 직원으로 보이는데, 사실은 이 대학 학생입니다.
[A 대학생/음성변조 : "(국가근로장학생이세요?) 네. (언제부터 일하셨어요?) 6월 OO일부터요."]
프랜차이즈 업체는 규정상 국가근로장학생을 근무시켜선 안 되는 곳입니다.
["안녕하세요."]
같은 대학 주차관리실.
여기서 주차권을 팔고 있는 사람도 국가근로장학생입니다.
전공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입니다.
[[B 대학생/음성변조 : "(전공은 어떤 거 하셨어요?) 00공학과요. 스펙에 해당되는 일을 하면 더 좋긴 할 텐데…."]
이런 영업과 판매 활동 역시 근로장학생에게 시킬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런데도 대학들은 각종 수익 사업에 근로장학생을 쓰고 있습니다.
급여의 80%는, 정부 예산인 근로장학금에서 대신 내주는 셈입니다.
[○○대학 전 직원/음성변조 : "수익이 발생하는 그런 사업장에서 근로장학생을 고용해서 운영을 한다는 게 조금 이해가 안 됐습니다."]
이런 사례는 한 둘이 아닙니다.
서울의 이 국립대학 카페에도 근로장학생이 일합니다.
마찬가지로 제도 취지와는 거리가 먼 업무입니다.
[C 대학생/음성변조 : "(근로장학생이세요?) 네 (몇 명 정도 일하시는 거예요?) 총 두 명이요."]
원래 각 대학은 근로장학생을 어떤 업무에 배치했는지, 한국장학재단 측에 보고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일들을 시키면서, 보고에는 '행정 보조'라고 쓰고, 장학재단은 그걸 검증하지 못했습니다.
지금까지 13년 동안 업무 위반 적발 사례가 단 한 건도 없는 이유입니다.
[한국장학재단 관계자/음성변조 : "대학에서 이 사업을 관리하다 보니까...출근부만 봐서는 저희는 알기는 힘들고."]
이러다 보니 일부 대학에선 대놓고 카페, 편의점 등에서 일할 근로장학생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최혜림입니다.
촬영기자:안민식/영상편집:신남규/그래픽:김지혜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 전화 : 02-781-123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뉴스홈페이지 : https://goo.gl/4bWbkG
최혜림 기자 (gaegul@kbs.co.kr)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