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모이면 구국충정이고 경찰이 모이면 반란모의인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5일 경찰국 신설 등에 반대 입장을 낸 ‘전국 경찰서장 회의’(총경 회의)를 ‘하나회의 12·12 쿠데타’에 비유하자 경찰 내부가 들끓고 있다. 총경 회의 참석자들에 대한 징계·감찰로 경찰 내부의 반발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이 장관의 자극적인 발언이 불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되었다는 말이 나온다.
이번 주말 열릴 예정인 경감·경위급 전국팀장 회의에 지구대장과 파출소장이 참여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이날 경찰 내부망에는 이 장관 성토 글이 줄을 이었다. 대구지역의 한 경찰관은 “회의도 못합니까? 의견 제시도 못합니까? 모이면 다 쿠데타입니까?”라며 “그렇게 쿠데타처럼 느껴져서 대응을 하나회처럼 하셨습니까?”라고 적었다. 이 글에는 “검찰이 모이면 구국충정? 경찰이 모이면 반란모의? 지나가는 소가 웃겠다” “ ‘경찰국’은 설치하되, 문제가 생길 경우 ‘경찰청’이 문제라면 5년 동안 경찰청 살림살이가 걱정된다”는 댓글이 달렸다.
일선 경찰 간부들은 이 장관의 발언이 신중치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한 경찰 간부는 통화에서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게 생겼다”며 “내부 조직원들의 이야기를 듣겠다는 스탠스로만 받아들여줬다면 사태가 이렇게까지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간부도 “행안부 장관의 인식에 과거 극우인사들의 언행이 떠올랐다”며 “‘나는 맞고 너는 틀리다’는 식의 행태는 더 큰 저항만 불러오고, 대통령 국정운영에도 큰 타격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간부는 “정부 방향과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세력은 인사권을 행사해 입막음하겠다는 게 정확히 드러난 사례”라고 했다.
전국 각지에서는 경찰관들의 집단행동이 이어졌다. 경찰 직장협의회(직협)와 국가공무원노조 경찰청지부 등은 이날 서울역 등 주요 KTX 역사에서 대국민 홍보전을 벌였다.
직협은 경찰청 앞에서 총경 회의 참석자들에 대한 징계 취소와 경찰국 신설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시작했다. 경찰청 인근에는 총경 회의에 참석한 경찰관들의 징계를 시사한 경찰청에 일선 경찰들이 보낸 근조화환 행렬이 이어졌다. 울산 지역 5개 경찰서 직협도 경찰서별로 돌아가며 1인 시위를 했다. 부산 16개 경찰서 직협 회장단은 입장문을 내고 총경 회의 참석자들에 대한 감찰 중단을 촉구했다.
경찰의 집단행동은 한동안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 내부에서는 오는 30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리는 경감·경위급 전국팀장 회의에 지구대장과 파출소장도 참여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유근창 경남 마산 동부경찰서 양덕지구대장은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전국팀장 회의에 지구대장과 파출소장의 참석도 제안하며, 저부터 참석하겠다”고 밝혔다.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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